글로벌 진출/유치는 친구에서 시작해야 한다.

친구가 되면 글로벌은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Jongjin Choi
HiveArena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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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글로벌(?)에 대해 언급한다. 먼저 얼마 전 화가 나서 쓴 내용을 공유한다. 우리 나라 정부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보았다. 조금 심각하다. 차라리 정말 제대로된 인재를 국내에서 발굴하여 비슷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우선 글로벌에 대한 포인트를 조금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온갖 혜택으로 외국인들을 유치하면 내년에도 다시 올꺼라고 생각하나? 내년에는 아마 그와 비슷하거나 이상의 혜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엄청난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알았는데 올 리가 있나? 바보가 아닌 이상 말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문화와 저렴한 물가를 가진 동남아시아 등등 전세계에 선택지가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

나같은 사람이 비판한다고 정책이 바뀌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글로벌에 대한 내 생각을 공유한다. 우선 2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스타트업을 진출시킬 것인가? 글로벌 환경을 한국에 만들 것인가? 이렇게 말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킬 것인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같은 아시아권이라는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만 봐도 우리들과 문화가 많이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전혀 다를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부도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실리콘밸리 등 다양한 나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시도이고 좋은 일이다. 그리고 많은 성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방법을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문화와 현지 시장(고객)을 만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미지의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몇 개월을 반드시 살아야 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오프라인이 들어가야하는 서비스라면 더욱 더 필요하다.(애초에 살 맘이 없으면 글로벌 진출은 포기하고 국내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현지에 파트너를 구하고 지사를 세우면 된다고.. 이것도 최소 몇 개월이 요구된다. 그리고 현지를 맡길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믿을만한 파트너 만드는데도 오래 걸린다.

동남아시아를 예로 든다면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나라”라는 이미지로 우리보다 많은 부분에서 못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 우리보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전체 인구가 9억이며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 다수는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실리콘 밸리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다. 실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들은 한국과 일본은 안중에도 없다. 가깝게는 중국, 멀리는 미국이 경쟁 대상으로 보고 있다.

몇 년전부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약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어떤 스타트업이 동남아로 간다면 현지의 코워킹 스페이스 파운더들이나 커뮤니티 매니저를 소개시켜 줄 수 있다.

내가(혹은 스타트업 팀이) 잘 모르는 시장에 도전했는데 현지에서 의식주 해결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 현지인이 옆에 있다 생각해봐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도전하는 사람과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출발선 상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실제 현지에서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아무에게나 동남아시아 친구들을 소개시켜 줄 수 없다. 이유는 현지 동남아시아 친구들은 내가 코워킹 스페이스를 오픈하기 전부터 하나하나 우리의 노력으로 인연을 만든 친구들이다. 당신같으면 소중한 친구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쉽게 소개시켜 줄 수 있나? 100% 아니다. 정말 원한다면 우리와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정말 성실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우리 친구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이미 네트워크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내가 열심히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안 오다가 중간에 아는 사람이 나의 레퍼렌스를 체크해주니까 바로 답장오는 경험 말이다.)

글로벌 환경을 한국에 만들 것인가?

먼저 실력있는 외국인들에게 혜택을 최소한으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혜택을 준다면 비자 문제는 해결해줘야 한다. 비자문제로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외국인들은 내 주변에도 부지기수이다. 비자 혜택을 주어 우리와 비슷한 위치에 서게 만들고 동등한 경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게 올바른 생태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는 나라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 비하면 많이 비싸다. 일본과 비슷한 생활수준의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좋아서 남아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는 것은 이들을 사로잡는 한국 특유의 강점이 있다는 소리이고, 한편으로는 이들은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금전적인 지원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거주할 수 있는 생존 능력이 검증된 친구들을 대상으로 비자 같은 법적인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동등한 위치에서 한국 스타트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금전적인 지원을 해줄꺼라면 차라리 외국에서 스타트업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자국민을 돕는게 낫다.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지도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왜 해줘야하나? 정말 실력이 있는 외국인 친구들은 아무런 도움없이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관광비자로 버티면서 말이다.)

우리 공간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외국인 친구들(특히 개발자, 디자이너 등)에 한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이 전세계에서 제일 빠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아 놀거리가 정말 많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다들 영어를 잘 한다. 테러가 날 위험이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교통시설이 정말 잘 되어있다.(특히 지하철은 환상적이다.) 음식도 너무 맛있다.

이미 충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걸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IT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은 의외로 K-pop을 모른다.)

내가 우리 공간을 통해 직접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이고 언젠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라고 말이다.

엄청난 혜택으로 외국인들을 유치할게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스스로 체류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을 오게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자연스레 한국에 거주하며 돈을 쓴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충분히 우리 나라도 외국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도와주는 친구가 되면 된다. 한국에 사는 사람부터 챙겨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한국이 좋아서 정착한 외국인이 한국인과 창업하여 전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 아닌가? 정말 이걸 만들려면 친구가 되는게 먼저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약간의 생각을 덧붙여본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면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쉽게 열어주는게 어떨까 생각한다. 작년 우리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대다수는 실리콘 밸리 혹은 유럽의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들이었다. 지금 글을 덧붙이는 순간에도 우리 공간에는 싱가포르와 발리에서 온 풀스택 개발자 2명이 일하고 있다.

영문 글은 에스토니아의 Jobbatical에서 번역해주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medium.com/the-global-future-of-work/why-hasnt-the-startup-scene-in-korea-expanded-globally-40123c6478fe#.enu9kney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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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ji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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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ounder of @hivearena(coworking space in #seoul) I’m interested in tech for good and tech nomads. And I build a tech for good community in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