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말년 휴가 때 찾아와서, 음악 하고 싶다고 했던 친구가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내가 수업했다.

일생 건반 한 번 눌러본 적 없는 친군데, 3개월만에 왠만한 악보는 어렵지 않게 연주할 정도로 늘었고, 밤새 작업해오는 곡들도 훌륭했다.

2년 정도 수업했는데 입시에서 계속 낙방했다. 내 보기엔 부족하긴 커녕 훌륭하기만 했는데, show를 할 줄 모르고, 정직하고 성실한게 잘못이라면 잘못인가.

더 가르칠 게 없다고 그만 오라고 했다. 레슨비 안받을테니 궁금한게 있으면 매주 찾아와도 좋다고 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선생님 어떻게 지내시나 해서요’

부모님 건강이 안좋아져 치킨집 서빙일을 한다고 했다. 입시는 안봤다고 했다. 뭘 해도 될 놈이니 걱정말라 했더니 웃으면서 ‘저 곧 나아질 거에요. 더 나빠질 수가 없거든요’ 한다.

인생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