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자주 오시는 손님 중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분이 있다.

조용히 웃으시고, 아주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이따금 마감시간에 찾아와 빵이 많이 남아있으면 혼잣말로 ‘이걸 어째…’ 하면서 조금 더 사가시는 선량한 분이다.

최근 짧게 몇 마디 나누었는데, 아주 느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보이는 뻔한 거짓말과 감언이설까지 의심 없이 믿어버릴 것 같은 순진한 사람.

그 모습들을 어리숙하게 보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지금까지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이고 치였을까?

이따금 그분 눈이 ‘세상 사람들은 왜 그렇게 약았어요?’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