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move. Day 37 오로미치 – 시모노세키

2차 여행이 이틀 남아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아침으로 주문한 주먹밥과 미소국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온다. 식당에는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는데 그 중에 이 게하를 만든 과정을 정리한 책이 있어 구입 후 뜨문뜨문 읽어 본다.

이런 게하는 개인 수준의 작업이 아닌 듯 하다. 청년 창업가의 단발성 수익 아이템으로 목수들에게 발주하고 웹사이트를 열고 개점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업에서 한 부서가 사업하는 정도의 복잡도를 가지고 있다. 몇 년의 조사, 지역과의 소통,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돈벌이’가 아닌 ‘다른’ 커미트먼트가 필요하다. 지역 갱생도 좋고 디자인 보급도 좋다. 지속, rejuvenate의 큰 테마를 가져간다. 한 때 활발했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빌드보다 한단계 더 나간 디자인/빌드/사업의 관점이 필요한 듯.

일본에서 이런 rejuvenate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건 디자인이 리터러시가 전반적으로 높고 만들기(쓰꾸루) 문화 저변도 기여하는 것 같다.

오로미치는 한국의 통영과 비슷한 느낌. 세토해협은 한국 남해의 다도해 같다. 크고 작은 섬들이 많고 다양한 수산업 및 항로 활동. 바닷가를 낀 시장거리, 그리고 동네 뒷산. 뒷산에는 센코지라는 절, 전망대와 함께 현대 미술관이 있다. 오로미치에는 고양이가 많다.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도 많지만 산책로 중에 ‘고양이 길’도 있다. 산 위의 작은 현대 미술관에는 야오이 쿠사마 및 나름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이 모아져 있다.

1시에 히로시마를 통과하면서 포스퀘어가 알려준 오코노미야끼를 먹는데 밖이 비가 부슬부슬. 오늘의 목적지인 시모노세키까지 로컬도로로 세 시간, 고속도로로 두 시간 걸린다. 고속도로로 이동한다. 기온이 빗발이 굵어지며 헬멧 위에서 콩알탄 소리가 요란하다. 하늘은 먹빛, 온도도 15도. 휴게소마다 들려 따뜻한 물을 두 컵씩 마시며 몸을 덮힌다. 타이어의 그립은 좋은 상태.

비-바이크-스마트폰

내게 바이크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는 스마트폰. 낯선 곳에서 길잡이를 해 주는 스마트폰이 망가질까봐 예비 폰을 가지고 다닐 정도. 스마트폰의 네비가 작동하려면 와이파이 에그에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음성명령이나 음악을 듣기 위해 헬멧에 달린 무선 이어폰도 중요하다. 이 모든 걸 매일 충전해야 하고, 달리는 와중에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USB 포트가 중요하다. 가끔 비가 내리면 이 충전구로 비가 스며들고, 며칠은 견디지만 습기가 계속되면 충전이 안된다. 오늘 문제에 봉착한다. 갑자기 충전이 안되어 스마트폰이 꺼졌다. 지도를 볼 수 없다. 보조용 충전기를 사 놓은게 있어 바이크 본체에 꼽았는데 이것도 웬지 20분 마다 아웃. 아마 케이블이 문제인 듯 싶다. 가방서 새 케이블을 꺼내 연결했는데도 시원찮다. 아마 아이폰 아래 충전구가 문제인 듯 싶다. 다행히 아이폰7 자체는 IP67 등급 방수 기능이 있어 외기에 노출하고 다닌다. 이론적으로 수심 1m에서 30분 정도 견딘다. 이렇게 비를 맞으면 얼마나 견디는 거지? 그동안 비에 노출되어도 잘 견뎌 왔다. 와중에 와이파이 에그가 no battery. 결국 남은 10km를 배터리 잔량 20%의 스마트폰에 캐쉬된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아간다.

시모노세키는 부관페리를 타고 일본에 처음 내렸던 곳. 혼슈와 호카이도를 한 바퀴 다 돌고 출발점에 무사히 돌아왔다는게 대견스럽고 묘한 기분이 든다.

반환점

반환점은 장거리 경주에 쓰이는 말이다. 마라톤 같은. 아주 긴 경주로를 일직선으로 확보하기 힘드니까 반쯤 가서 돌아오는 지점을 만들면 긴 구간이 형성된다. 출발점으로 돌아 오는. 이렇게 하면 선형(linearity) 경기 공간이 순환적(circular)이 된다. (더 심한 건 대부분의 트랙)

대부분의 경기나 시합은 선형이고 일방향성이 강하며 비가역적이다. 권투든 바둑이든 경기장 자체는 폐쇄 공간이지만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1 라운드에서 10라운드 까지.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도 선형적이다. 착수, 중간, 마감. 선형에 익숙하다. 기승전결.

반환점에 접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경주는 묘한 느낌이 있다. 달려온 길을 다시 가야 한다. 아까의 기분을 생각해 보며. 그러나 가역적이진 않다. 과거를 지켜보지만 과거를 손 댈 순 없다.

인생에도 반환점의 개념이 적용될까? 내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고 느끼는게 맞는 메타포인가?

반환점은 거리상 절반에 위치하지만 체력 안배에 있어서 반반은 아닌듯 하다. 후반 체력 소모가 많으니 반환점 까지 1/3정도 소모히고 나머지를 reserve해 놓는다.

what’s the minimum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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