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move. Day 38 시모노세키- 후쿠오카

시모노세키는 일본 본섬과 큐슈 사이의 좁은 해협,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둔 도시. 혼슈와 큐슈 사이의 제일 좁은 거리는 600미터. 허드슨 강 사이의 뉴욕, 뉴저지 같은 관계? 건물 사이로 해협 너머의 큐슈가 너무 잘 보인다.

마지막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챙겨 나온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후쿠오카 공항까지 2시간 조금 넘게 달려 온다. 날이 흐리고 중간에 비도 부슬부슬 내려 장갑이 젖는다. 주행엔 상관 없으나 손등이 차갑다. 잠시 주차할때 마다 장갑을 엔진에 올려 말리기도 한다. 그렇게 그렇게 공항 주차장 이륜차 구역에 도착한다. 여기도 종일 주차 가격은 500엔. 일주일 정도 여기에 놓고 간다. 그 사이에 태풍도 지나갈텐데.

생각하기 좋은 의자

바이크 라이딩은 생각하기 좋다. (자전거는 생각을 하기에 심박수가 너무 올라가고, 자동차는 그 얇은 버블이 자연과의 접촉을 막는다.) 앞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조향하면 몸과 정신이 적당히 깨어 생각하기 좋다. 도시나 자연의 다이나믹한 풍광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큰 풍경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 문화의 흔적, 낯선 사람들… 혹은 내 속에서도 생각거리가 떠오른다.

떠오른 생각의 조각을 메모해 놓고, 저녁에 조금 정리하고, 다음날 덧붙인다. 별다른 일이 없고 혼자 있으니 떠오른 생각의 꼭지를 며칠째 곱씹는다. 글을 써 놓고 생각하는 순환이 벌어진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살아야 했던게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3년전 요트 여행을 마치고 두 개의 레슨을 얻었는데, 그 중 하나가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덮지(overwrite) 않도록 일과 일 사이에 충분한 시간적 간격을 둔다' 였다. 현실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금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가 절실한 건 정보화가 우릴 더 숨가쁘게 만들어서인듯 하다. (내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사람 조금 만나고, 일 조금하고,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하는게 모두에게 맞는 것 같다.

속도감 있게 앞으로 움직인다는 것과 충분한 힘을 가진 엔진도 ‘생각하기'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현실에선 멈춘 공간에 맴도는 생각을 할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일단 앞으로 힘 있게 나가니까. 현실의 자잘한 디테일들들은 흘러간다. 풍경-차-내가 맞물려 적당한 리듬도 만들어낸다.

2번째 단계의 정리. 센다이, 후쿠시마는 재해지역, 도쿄, 나고야는 도회지역, 후지산, 이세, 다카마츠, 나오시마는 경관이 좋은 지역이었다. 물론 나오시마는 기획 예술로 stuffing되었지만 섬의 크기와 재생활동이 좋았다. 라이딩 fun은 이번 태평양 쪽 도로가 약하다. 길이 붐비고 대도시가 너무 많다. 할 수 없이 고속도로 이용이 많았다. 일본해 쪽이 out nowhere의 느낌이라면 태평양 쪽은 accumulated civilization. 사람들과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 듯 하다.

여정의 절반인 호카이도를 넘으며 더 편하거나 느리게 움직일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센다이, 나고야, 나오시마 등에서 이틀씩 있었으나 충분히 조바심을 내려 놓지 못한 것 같다. 하루에 260km를 이동하고, 한 도시에서 잠만 자는 대신, 중간 도시에 들려 하루를 보내거나, 한 도시에서 이틀 이상 보내는 시간을 갖는 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어쨋든 일본은 38일을 달려도 될만큼 길다. 그 38일 동안 서로 다른 매력적인 마을들이 계속 나타났으니.

목표 이동 거리 중심 vs. 좀 더 여유 있게

역시 enought of allure of open roads and lack of initiary 만으로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목적지 없이 방향만으로 움직이는 건 매일 매일의 인지적 부담이 크다. 자유감에 대한 의무일지 모른다.

전반적으로 생각이 명료해지는 부분도 있다. 무얼 피해야 하고 무얼 추구해야 하는지. 하지만 에너지가 채워졌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