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앞서 ‘책의 의미’에 대한 글 처럼 필자는 책의 한 장르로서 소설이 갖는 의미를 그렇게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문학’이라고 부르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소설을 봤을 때, 영화 같은 기타 영상 미디어와 견주어 뚜렷이 소설만이 갖는 장점이 모호하다. 분명 작성과 전달의 용이성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역사 속에서 존재했지만 그 만큼 오랜 시간 변화할 여지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설 ‘마션’ Vs. 영화 ‘마션’

최근 개봉해서 큰 인기를 끈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마션’Martian을 예로 들면서 절대 영화가 책만큼 섬세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도 100% 동감한다. 진짜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에게 책이 더 재미있으니 한번 보라고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 반대로 책을 본 사람에겐 영화를 꼭 한번 보기를 권한다. 소설의 배경이 익숙한 환경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영화에서 전달되는 배경에 대한 정보가 현장감을 배가 시키고, 소설 속 독백보다는 맷 데이먼Matt Damon의 훌륭한 표정 연기가 더 감동을 자아낸다. 다만 동의하는 것은 영상 매체의 특성상 소설 책 한권에 담긴 모든 장면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기다렸던’ 이야기의 부재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소설을 읽고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마션’은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완성된 하나의 예술의 장르라고 보기보다는 가장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툴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소설가나 영화 혹은 드라마의 작가가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 소설이 되는 것이고, 영상으로 표현하면 영화 혹은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힘이지 그게 글이냐 영상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소설’이라는 것은 광의의 개념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쓰여진 모든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이 작성하고 출판하는데 더 용이하기 때문에 책이라는 형태로 소개되는 것이지, 결국 검증 받은 책의 이야기는 그 후에 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여되어 영화(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인문학의 시대에서 여전히 소설만이 줄 수 있는 가치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소설, 책에 글로 써진 이야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앞서 설명했듯이 ‘감동’ 그 자체라고 한다면 감동을 전달하기 훨씬 용이한 다른 방법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소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소설을 떠올려 보자. 좋은 소설은 다 읽고 나서 ‘줄거리’가 아니라, ‘생각’이 남는다. 주인공이 얼마나 불쌍했는지, 혹은 얼마나 멋있었는지 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혹은 그 안에서 살고 있지만 가장 부자연스러운 존재인 ‘사회’라는 시스템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에 대한 과제가 남는 것이다.

결국 소설이 갖는 힘, 그리고 소설의 의미는 감동적인 스토리라기 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데 있다. 흔히들 고전 혹은 명작이라고 말하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앵무새 죽이기’와 같이 읽고나서 책의 스토리가 아니라 본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은 어떤 인문학 서적에서도 보여주지 않는 실제 인간(사회)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교과서다.

‘엄마는 뿔났다’ 를 보다보면 극 속의 김혜자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어머니 생각에 눈물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고민없이 ‘김수현’ 작가라고 대답할 것이다.1‘김수현’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일관되게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 자세히는 그 구성원이 겪고 있는 삶의 치열함과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위안들. 수십년간 ‘김수현’이라는 드라마 작가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과 구성원의 역할은 그 어떤 윤리 교과서나 인문학 서적보다 뛰어난 통찰력과 전달력을 보여준다.

앞으로 몇번 포스팅을 통해 소설에 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게 한 몇몇 소설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설을 읽는 후배들에게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들여다 볼 시간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책을 읽으라고 다른 책을 추천하곤 했는데, 좋은 소설은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좋은 소설이 그렇다는 것이다)


Originally published at www.ideabrewhouse.com on January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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