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모든 것들-체류비 이야기

우붓은 워낙 자유영혼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모두들 각자가 입고 싶은 스타일대로 편하게 입고 다닌다. 발리니스들의 멋들어진 전통복장부터 중국인들의 최대 유행인듯한 소녀룩, 인도풍 옷들과 요가복 그리고 히피들, 가릴곳만 겨우 가린 스타일과 정반대로 히잡과 긴옷으로 꽁꽁싸맨 무슬림 스타일, 한껏 꾸미고 나온 리조트룩까지.

그리고 거의 대부분 누가 뭘 입고 뭘 들고 다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뭐라도 입고만 다니면 된다.

우붓의 이런 분위기 덕분에 딱히 물욕이 들지 않아 적게 소유하고 살지만,

이상하게도 예상과 다르게 체류비가 많이 든다.

집 렌트비

혼자서 우붓에 와 체류한다면 외곽진 동네에 원룸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나 있는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편한 동네를 선택했고, 이 동네의 시세는 방 2개의 수영장이 없는 집 은 월 80~100만원, 수영장이 있는 집은 140~200만원 정도로 형성 되어 있다.

본채와 별채 2개로 구성된 우리집은 월 85만원이다.

집주인이 리조트를 여러개 소유한 부자로 월세를 크게 올려받지 않아, 덕분에 시세보다 아주 싸게 집을 구한 편이었다.

하지만 미리 예상했었던 금액범위 였음에도 불구하고, 월세를 처음 살아보는 입장이고 올 한해는 수익을 줄인 상태라 심리적으로 꽤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없는 입장이라면, 아래와 같은 선택지도 가능하다.

  • 외곽 지역의 원룸하우스: 월 40만원 내외. 이 경우 천장 없는 화장실과 스쿠터로만 접근 가능한 위치일 수 있다. 매우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 쉐어하우스: 월 30만원 내외. 주택을 여러명이서 함께 쉐어하는 경우. 개인 룸을 사용할 수 있지만, 화장실은 공용인 경우도 많다.

스쿠터/차량 렌트비

우붓은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 우붓 시내를 제외하고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교통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생활을 위해서 스쿠터든 차량이든 렌트를 해야 한다.

우리는 스쿠터는 구매를 했고 차량은 렌트를 했다.

종은은 스쿠터를 탈 줄 알았지만, 나는 초보다. 스쿠터 하나에 네 식구 다 타고 다니기에는 우리는 아직 쪼랩이었다. 차량은 필수였다.

스쿠터의 경우 렌트비보다 구매 후 중고로 파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렌트를 할 경우 한 달 8만원 정도 든다.

차량 렌트의 경우 한달 30만원 가량이 들고 있다.

우리의 첫 스쿠터, 뽑기를 잘못 해서 덜덜덜 거린다.
한 달에 35만원 이었던 첫번째 차. 지금은 훨씬 저렴한 가격의 포드차를 렌트 중이다.

식료품비

집 렌트와 차량 렌트의 비용이 꽤 나가고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식료품비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크게 2가지다.

  • 새벽 시장: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새벽 시장은 전반적으로 저렴하고 신선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 말이라곤 인삿말 몇개 정도밖에 못하는 나로서는 현지인이 사는 가격에 살 수가 없다. 농담처럼 우붓에는 4가지 가격이 있다고 한다. 발리니스 가격, 발리니스가 아닌 인도네시아인 가격, 장기체류 외국인 가격, 관광객 가격. 나는 장기체류 외국인이라고 하기에는 할 줄 아는 인도네시아어가 없으니 가장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건 물 보듯 뻔하다. 일단 인도네시아어에 좀 익숙해질 때까지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마트를 다니기로 했다.
  • 마트: 우붓에는 큰 마트가 이곳 저곳 있다. 기존에는 우붓 시내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Bintang, 동쪽에는 Delta Dewata, 남쪽에는 CoCo Mart 이 있었는데, 우리가 사는 Nyuh Kuning 근처에 Pepito라는 새로운 마트가 생겼다. 그래도 육류들 상태가 다른 마트들보다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위치때문에 주로 Pepito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주로 사는 식료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

1리터 우유의 경우 3천원 가량 하며 계란도 10개에 2천원 가량한다. 하루 이틀 먹을 만큼을 장보면 2~3만원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너무 적응이 안됐다. 현지인들 하루 일당이 만원정도하는데, 나의 소비가 무엇이 잘못된 건지 영수증을 그렇게 뒤져보고 또 뒤져보았다. 현지인들은 15만원 정도로 온 가족이 한달을 산다. 우리집은 그 15만원으로 일주일밖에 못 버틴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앞 현지 와룽에서 식사를 하면 우리 4식구가 먹을 경우 만원이 채 안나온다. 아직까지 외식을 하는게 효율적인가 아니면 장을 보는게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우리집 앞 맛난 와룽의 볶음밥, 2500원
생선 매운탕과 구이 정식, 2500원

학비

그렇다. 학비다.

우붓에는 장기체류 외국인 가족들이 많아서 그런지, 외국인 학교 및 유치원이 꽤 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Green School, 그리고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Pelangi School, 자연친화적인 Wood School이 대표적인 학교들이고 소규모로 제이와 주오가 다니고 있는 The Spring Ubud 과 우붓 발도로프 학교도 있다. 그 외에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마다 조그마한 홈스쿨링 그룹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학비가 꽤 크다.

Green School의 경우 마지막으로 알아봤을때가 매달 100만원 가량이었고, Wood School은 55만원 가량이었다. Pelangi는 이 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제이와 주오는 이런저런 이유로 소규모 유치원인 The Spring Ubud을 다니고 있는데, 이곳의 학비는 약 40만원 가량이다. 제이와 주오가 모두 다니기 때문에 한달에 80만원 정도가 학비로 나가는 것이다. (주오는 현재 여름캠프를 다니고 있고, 8월부터 정식으로 입학한다.)

방학식
하원길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네

비자

우리는 최대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사회문화 비자로 머물고 있는데, 비자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에이전시를 통해 사회문화 비자를 발급하는데 1인당 20만원가량이 들어간다. 이 비자는 60일간 유효하고 이후 매달 한번씩 연장을 총 4번 하게되는데 한번당 약 8만원 가량이 든다. 4인 가족인 우리의 경우 6개월을 체류하기 위해서는 200만원이 소요되는 거다. 1년을 거주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 비자를 다시 한번 더 받아야 하는데, 사회문화비자는 최대 6개월만 체류 가능한 비자이기 때문에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등 가까운 나라로 출국해서 새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비자를 새로 받기 위해 다른 국가에 나갔다 오는 걸 비자런이라고 부른다. 결국 1년을 체류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 비자 발급비 400만원 + 비자런 비용 이 추가로 들게 된다.

총 고정 체류비

아… 총합을 더할려니… 마음이 쓰라려서 그냥 패스.

그냥 일단 잊자

처음에는 체류비 부분이 상당히 심리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우붓에 왔으니 체류비를 적게 써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우리도 모르게 마음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적게 소유한다는 건 꼭 적게 쓴다는 것이 아닌데, 은연 중에 적게 쓰는데에 집착하고 있었다.

두달 간의 이런 저런 업앤다운이 있은 후, ‘기꺼히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적게 소유한다는 건 적게 쓴다는 것인 아니다' 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일년, 우붓에서 즐거운 기억들을 남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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