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는 공간, Outpost

이런 저런 시도 뒤 이제 일하는 공간은 Outpost 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 된다.

  • 오전 7시, 겨우 일어난 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종은은 아이들을 깨우고 옷 챙겨입히며 가방을 챙긴다. 아이들 수발을 들며 겨우겨우 아침을 먹인다. 이때 두 놈 중 한 놈이라도 기분이 안 좋은 날엔 일이 매우 복잡해진다.
  • 오전 8시,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아이들에게 신발신고 차에 타라고 종용한다. 가끔 협박도 쓴다. 하루가 시작된 지 2시간도 안됐는데 이때 쯤이면 하루치 에너지를 다 쓴 기분이다.
  • 오전 8시 20분, 드디어 학교로 출발한다. 아무리 재촉하고 서둘러도 이 시간이다. 집 현관에서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메기까지 어떻게 20분이나 걸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 오전 8시 45분~50분, 요즘 피크시즌이 끝난 탓인지 학교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9시 전에 학교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며 부지런히 애들을 교실 앞까지 데려다 주고 꼭 안아준 뒤 “안녕, 이따 봐!”를 외친다.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나온다.
  • 오전 9시 20분, 집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노트북 가방을 챙겨든 다음 일터로 출발한다. 대략 9시 30분이면 일터의 책상 한 구석을 자리잡고서 노트북을 키게 된다.

그리고 요즘 그 일터는 우붓의 코워킹공간들 중 하나인 Outpost 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주말에는 한산한 Outpost

우붓에는 코워킹공간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Hubud 그리고 우리집 앞에 있는 Outpost.

사실 우리집에서 Hubud 도 1 km 밖에 안되긴 하지만 ‘그 유명한’ Hubud 대신 Outpost를 일하는 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작업에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

처음에 Hubud에 갔을때 뭔가 생동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색달랐다. 그 생동감이 좋았는데, 나중에는 점점 그 생동감이 어수선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가 익숙한 예전에 느껴본 그 분위기. 마치, Hubud은 대학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Hubud에 차 있는 사람들 중 1/3 은 20대 인턴들이었다.(실제로 등록한 전체 인원 대비 비율은 다를 수 있다.) 야외 작업공간은 항상 시끌벅적했고, 책상은 이런 저런 장비를 꺼내기엔 작고 너무 오밀조밀 붙어 있었다.

짧게나마 한달 경험해본 바로는, 혼자 장기여행 온 여행자가 네트워킹과 작업을 동시에 해결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던 것 같다. 우리는 5시간 가량 바짝 집중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우리와는 맞지 않았다.

Outpost의 경우,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Hubud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책상도 매우 넓직한 편이고 공간도 매우 여유있기때문에 여러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내 작업공간이 독립된 듯한 느낌이 들어 집중하기가 편하다.

넓직넓직 여유로운 공간

그리고 이런 이유때문에 Outpost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아니면 초기 공간의 분위기가 그렇게 잡힌 건지, 대부분 조용히 각자의 작업에 매우 집중하는 분위기다. (주 이용 연령대도 좀 다른듯 하다. Hubud은 20대 초 중반이 많은 편이라면, Outpost 는 30~40대 연령으로 보인다.)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엄청난, 보석같은 서비스

우리처럼 짧은 시간내에 바짝 일해야 하는 경우, 생각보다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식사다. 5시간의 작업 시간 중에 식사까지 해결하려면 아래의 과정을 걸쳐야 한다.

  1. 책상에서 모든 장비를 다시 가방에 챙겨넣는다(코워킹 공간이므로)
  2. 스쿠터로 식당 이동
  3.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고 대기(우붓의 대부분 식당은 음식이 아~~~~주 늦게 나온다)
  4. 음식 먹고 다시 스쿠터 타고 다시 코워킹공간으로 이동
  5. 다시 책상에 장비 세팅

이 과정은 놀랍게도 1시간 에서 운이 나쁘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5시간의 작업시간에서 1 시간의 점심시간을 빼기란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맛있는게 많은 우붓에서 점심을 건너뛰기에는 슬프다.

그런데 Outpost에서는 경험하지 않았을때는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앉은 자리로 음식 배달 서비스!

Outpost의 프론트데스크에는 우붓의 유명한 식당들의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다. 엄청 저렴하면서도 맛도 뛰어난 로컬 와룽부터 시내의 유명 식당까지 매우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오늘 먹을 점심을 골라 프론트데스크의 스태프에게 부탁하고 자리에 다시 앉으면 점심 준비는 끝. 다시 자리로 돌아와 작업을 하다보면, 점심이 준비되어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세팅이 된다. 그럼, 점심때문에 흐름 끊길 필요없이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집중력만 따라준다면, 5시간을 아주 알차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자리로 배달 온 시원한 코코넛

복잡할 땐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풍경

Hubud은 우붓 시내에 위치해 있는 반면, Outpost는 우붓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작은 협곡 위에 위치해있다. 일하다 쉬고 싶을때면 2층 테라스 공간으로 나간다. 그리고 테라스의 흔들그네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푸른 정글을 바라보며 머리도, 눈도, 마음도 쉬곤한다.

머리 속이 꽉 막혀 마음이 답답하고 조급해질때면, 한숨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쉬고 나면, 훨씬 가벼워진 머리로 다시 작업에 시작할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생각한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매우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한다. 결국은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바로 집 앞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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