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돌이킬수 없는 그 길이다(…)

UX리서치에서 불확실함을 받아들인다는 것

Josh Kim
5 min readFeb 17, 2015

나와 같은 UX 리서치 전문가들은 아주 고약한 버릇이 있다.

사용자의 제품 이용 패턴을 조사할수록, 우리는 해당 서비스를 더욱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직관을 통해 사용자 행동 패턴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대한 이유를 깨달았다고 여기며, 관찰한 행동에 내포된 의미를 되묻고서 몇가지 포인트를 도출하기 시작한 뒤, 곧바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서비스 상위 레벨을 다루는 회의를 진행한다.

리서치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 마냥 행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를 리서치 전문가로써 대담하고 훌륭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뭐가 어쨌든 일이 끝났으니까! 연구실과 현장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깊은 고민을 했다고 자화자찬 하는 것이다. 당신이 리서치 전문가라면 지금껏 이게 참 잘 먹혔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부터 “사용자 페인포인트(불편함)”와 같은 문구가 당신의 입을 통해 무수히 쏟아져 나오며,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너무 좋아하더라” 혹은 “사람들이 이 인터랙션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라고 말하며 ‘과장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UX 리서치 전문가라면 이러한 상황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몇번은 일을 진행하면서 쯧쯧.. 거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현장 UX 리서치 진행 후 결과를 제시할 때,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내미는 데 피해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피해의식이 리서치 범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나 디지털 회사 고유의 결과물 중심/빠른 움직임의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방관할 경우 당신이 실제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수없이 되묻게 될 것이다. 당신이 곧 그 회사의 전문가이지 않은가? 우린 더 나은 답을 제시할 수 있다!

저명한 정신과학자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자신의 저서에서 위 사례를 ‘흥미로운 관점만을 취하고 싶은 욕구’라고 말한다.

실제로 응용과학의 일종인 ‘정신 과학’과 ‘인문 과학’ 계열 종사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그 뿌리격인 자연 과학으로부터 많은 용어를 빌려오고 있다.

이러한 욕구는 지금껏 경제, 교육, 정치 과학, 정신 과학 외 기타 학문을 왜곡 해왔으며, 소위 ‘전문가’들이 그들 스스로 가진 지식 범위보다 더욱 어려운 지식을 주장하게끔 만든다. 이러한 배타적 사고가 인간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학제간 (과학적, 인문학적 사고 방식) 우수한 점을 적절히 조합시킨 ‘융합적 사고방식’의 가치를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융합적 사고방식’은 사용자의 디지털 제품 행동 패턴을 연구할 때 분명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리서치는 그 특성상 답을 찾기 어렵다. 측정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현상들로 인해 그 상황과 뉘앙스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융합적 사고 방식은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느끼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일반적 사실’보다, ‘특정한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사용하고 느끼는지’와 같이 실제 쓰일만한 정보를 도출하는 주춧돌이 된다.

작금의 UX리서치 전문가들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다양성’을 이해하며 일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산되는 디바이스의 타입 및 모델을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구 디바이스가 얼마나 오랜 기간 살아남는지 알아야 하며, 제품들이 서서히 더욱 많은 표본의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기 보다 더욱 특정한 표본들의 소소한 니즈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수많은 훌륭한 UX들이 디지털부터 시작하지만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제품이 제스츄어, 인터랙션을 매일 내놓으며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준을 확립하고 있다.

우리가 연구해야 하는 ‘경험’은 이렇듯 매우 파편화 되어 있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깊고 좁은 범위’로 리서치 하는 것보다, ‘넓고 얕은 범위’로 리서치를 변화 시킬 이유인 것이다. 리서치 전문가들이 PC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소수 표본을 인터뷰 시 ‘우리 사용자는 Carousel UI를 싫어한다’는 질낮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실제 고객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UX리서치 전문가들이 위와 같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결과를 전달한 원인이 무엇일까? 왜 사용자 리서치에서 얻은 시사점들을 일반화시키도록 놔두었을까?

그 이유는 UX리서치 전문가들이 지금껏 현장에서 남들의 도움 없이도 모든 사용자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디지털 업계에서 UX리서치의 진짜 가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해 알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 아주 중요한 가치가 숨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솔직한 업무적 한계를 인지한 상태로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는 태도가 성공적인 사용자 리서치를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해진 시대다. 이를 인지하고 행동한다면 사람들이 당신을 사용자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키맨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그에 따라 과장하지 않을 것이고)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신을 ‘구체적이고 분명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일반적 사실을 꺼내는 사람이 아니라)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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