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Ready
우선 애플의 광고 보고 시작할까요 : Get Ready
본격적으로 비전 프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전히 맥 개발을 꿈꾸는 올드보이 관점에서 애플 제품과 개발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비전 프로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I. 1997~2006년 : 잡스의 귀환
Apple Computer가 NeXT Inc를 인수합병하면서 1985년 당시 쫓겨났던 잡스가 돌아오면서 시작합니다. 초기는 정말 혼란 그 자체였을 겁니다. 저의 추억은 애플II 시작하지만, 개발 경험으로는 이 시점부터입니다. 인수합병 승인 직후 맥월드 엑스포에서 OS X 전환하는 전략으로 Rhapsody (YellowBox + BlueBox)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랩소디가 차기 프로젝트 이름이었던 이유는 당시 Mac OS 프로젝트 이름이 Tempo, Allegro, Sonata 등 음악 관련 단어였습니다. 1997–1998년 WWDC에서는 랩소디 시연 위주로 진행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3년동안 iCEO 역할을 맡았던 잡스는 서서히 죽어가던 Apple Computer에 돌아오자마자 팔리지는 제품수를 단순하게 줄여버리죠. 잡스가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이 프린터 사업부라는 것을 알고 하루 아침에 다 해고했다는 루머도 있었죠.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영향을 준 Newton — MessagePad 처럼 위대한 유산도 단종했습니다.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iMac을 시작으로 썩은 사과 Macintosh가 상큼한 “Mac”으로 바뀐 시점이죠.
OS X 초반에는 NeXTStep과 OPENStep 시절 개발 환경인 프로젝트 빌더 + 인터페이스 빌더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NeXT 워크스테이션으로 첫 웹브라우저를 만들고, 인터넷이 점점 커지면서 웹 서비스를 위한 웹 서버가 중요하던 시절이라 WebObjects 나 EOF 같은 기반 서버 기술도 강조했던 시기였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이미 NeXT 시절부터 쓰던 Objective-C와 C++ 그리고 썬 마이크로시스템 Java (JDK 1.1 시절)를 지원했습니다.
프로젝트 빌더 다음 버전인 Xcode 1.0 버전이 나온게 2003이니까 딱 20년전 정도 지났네요. 당시에는 맥 개발자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CD로 보내줬었습니다
아이맥보다 더 히트 상품은 바로 아이팟 iPod 일겁니다. 잡스의 영업으로 대형 음반사들이 참여해서 MP3기반 디지털 음악을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도 2001년입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도 없었겠죠. 찾아보니 애플 리테일 스토어가 처음 버지니아 타이슨과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오픈한 것도 2001년이었습니다.
II. 2007~2016년 : 아이폰의 역습
여기부터는 다들 기억하는 이야기일 겁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애플을 기억하는 시점이 여기부터이긴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맥월드 엑스포에서 아이폰을 출시합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시제품은 아이패드를 먼저 만들었었다고 하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전세계 리테일 스토어 직원까지 애플 규모가 엄청 커지는 시절입니다. 잡스가 복귀하면서 넥스트에서 애플로 함께 옮기거나, 애플로 데려온 엔지니어를 합쳐도 애플 본사 INFINITY LOOP 근무하는 엔지니어 직원 수가 3천명 수준이고, 이 숫자는 마이크로소프트 Mac용 오피스 개발자 규모보다 작은 거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2007년 맥월드 엑스포에서 아이폰 출시에 묻힌 또 하나의 사건(?)이 있습니다.
애플 컴퓨터 회사 이름에서 Computer를 떼어내고 그냥 애플사 Apple Inc가 됩니다. 컴퓨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애플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 이미 애플 컴퓨터가 들어가는 셈이니까요. 이 때 애플 주식을 샀어야 하는 건데… 싶어서 확인해봤습니다. 몇 번의 감자를 거쳤지만 주식을 계속해서 올랐습니다 ㅎㅎ
애플 개발 조직도 2009년부터 커지면서, Mac OS X에서 개발해 본 경험보다는 아이폰을 써보고 애플에 입사한 (2007년 이전 시스템을 모르는) 젊은 개발자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2009년이면 OS X 10.6 버전이 출시되던 시점으로 맥에서도 PPC와 32비트를 버리고 INTEL 64비트로 넘어가던 시점입니다. 오브젝티브-C를 써본 적도 없고, 자바스크립트나 파이썬 같은 다른 언어에 더 익숙한 세대들이 합류한 거죠. 그러면서 넥스트 시절에 합류했던 나이든 엔지니어들이 이직하거나 은퇴하기 시작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WWDC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긴 합니다. 2009년~2012년에 WWDC에 참가하면 Wizard 급이라고 불리는 애플이나 넥스트를 합쳐서 30년정도 근무한 시니어 개발자가 와서 발표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AppleScript 를 만든 할아버지 개발자가 진행해준 세션이나 Bash 테크토크는 정말 기억에 남더군요.
아무튼 NeXT Inc. 이후 30년이 지나고 잡스가 만들고 싶었던 넥스트 컴퓨터는 iMac을 거쳐서 iPhone에서 꽃을 피웠죠. 물론 2011년도에 잡스는 그 과정을 다 보지는 못하고 잠들었지만요 ㅜㅜ
스위프트 프로그래밍 언어가 나온 것은 2014년이니까 딱 10년전이군요. 그리고 2015년에 Apple Watch가 하고, 2016년에는 AirPods를 출시합니다. 같은 해 2016년부터 Mac OS X 10.12 Sierra 부터는 그냥 macOS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macOS, iOS, iPadOS, tvOS, watchOS 라인업이 만들어지는 시점이기도 했네요. Xcode는 2003년 버전1부터 2013년 Xcode 4.6까지 느리게 올라갔지만, Xcode 5 다음부터는 매년 새 버전이 나왔습니다.
III. 2017~2024년 : 새로운 희망
2017년도에 개발자 커뮤니티 발표에서 이제 새로운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 라고 언급한 지도 7년이 지났네요. 이쯤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 “제다이의 귀환”, “제국의 역습”, “새로운 희망”을 억지로 갖다 붙인 소제목이었습니다. 자연스러웠죠? 🤪
그래서 제 관점에서 타임라인을 그려봤습니다.
2017년은 새로운 폼펙터를 가진 아이폰 X를 출시한 시점입니다. 함께 나온 iOS 11부터는 32비트 앱을 모두 버리고, ARKit가 추가됐습니다. 이 때부터 이미 비전 프로와 연결고리가 생겼다고 할 수 있죠. 2021년부터는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사용하던 애플 실리콘을 맥으로 가져와서 M1 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2024년 2월 2일에는 M2와 R1 칩을 기반으로 비전 프로를 출시했구요. 이제야 비전 프로를 이야기 할 수 있겠군요 ㅎㅎ
그래서 공간 컴퓨팅은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인가
생각보다 이 글이 길어져서 비전 프로 개발 환경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살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