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번의 WWDC를 되돌아보며

Jung Kim
26 min readJun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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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올 해까지만 가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가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다보니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으로 다녀오고, 2020년 올 해는 바이러스 덕분에 이런 상황이 되었네요.

지난 WWDC 행사는 저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동기 부여를 해주고, 더 많은 개발자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길고-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2009년도 이전

OSXDev가 생기고 2001년부터 WWDC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해마다 꼭 5–6월에는 회사에서 바쁘거나 개인적으로 무슨 사건사고(?)가 있었다. 2009년에는 5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6월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ㅎㅎ (Five-pack 이 있던 시절에 갔었어야 하는건데…)

다행히도 2009년은 스티브 잡스가 병가중이라 키노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가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거리가 생긴거다. 그렇지만 드디어 아이폰 3Gs가 한국에 출시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2010년 The center of the app universe

2010년도에는 확실히 아이폰을 의식해서 모바일 사업을 해보려는 시도가 늘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WWDC 참석하러 출장을 가고 싶다며, 이사님께 찾아가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그리고 막상 미국에 도착했는데 아이폰 3Gs에서 구글맵을 맘놓고 제대로 쓸 수 없던 시절이었다. 같이 간 분들과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서 애플 인피니티 루프에 들렸다가, 다시 SF로 가는 길을 꽤나 헤맸던 것 같다. 🙈

첫 미국 출장은 아니었지만, 걱정반 설렘반으로 참가했던 첫 번째 WWDC였다. 그렇게 나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 시절부터 보고 싶었던 잡스를 직접 눈 앞에서 확인하는 감격적인 날이었다. 인터넷에 기록이 남아있는게 없지만, 중학생 때 마이컴(구 컴퓨터학습) 잡지에서 잡스 브로마이드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책상 위에 붙여놨었다.

출처 : 인가젯

잡스의 키노트는 참 매력적이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진행이 돋보였던 키노트 발표였다. 특히 위 사진의 장면은 두고두고 인용되는 바로 그 장면이다. 그 때 저정도 거리에서 직접 보면서 저런 표현을 하다니 신기했었다.

첫 직관 행사였고 키노트 외에 찍지도 못하게 해서 슬프게도 사진이 남아있는 게 없다. 안테나 게이트로 불리는 이슈가 있었지만 아이폰4 공개는 꽤 신선했었다. 당시에는 키노트 이후 세션은 Mac 세션과 iOS 세션이 거의 반반이었다. 2010년 이후로 점점 iOS 관련 세션이 많아지고, 백발 송송 있는 맥 개발자보다 젊은 iOS 개발자가 훨씬 더 많아졌다. 세션들은 이제 잘 기억이 안나지만, 당시 3월에 출시했던 오리지널 아이패드를 구하려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2010년도 배시Bash 공연 밴드는 OK Go 였다. 나름 유명해지던 시기였는데 노래를 잘 알지는 못했다. 맥주 마시면서 공원에서 록밴드 공연이라니 묘한 느낌이었따. 공연 무대를 좀 보다가, 너무 사람이 많아서 꽤 떨어진 곳에 한국 개발자분들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 번째 참관이 끝났다.

다른 기억으로 돌아오기 전날인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 첫 경기를 호텔방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친해졌던 몇 명 모여서 봤었는데 그리스와 2:0으로 이기는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 날 호텔방에 있던 분들은 지금 모두 각자 이름을 걸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It just works.

두 번째 참석한 WWDC는 미리 촬영할 준비를 하고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들고 갔다. 잡스 사진을 직접 남겨두고 싶어서 였는데, 진짜 그게 공식적으로 마지막 행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2011년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남는 해였다. OSX가 나온지 10주년이기도 했지만,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악착같이 앞쪽에 앉기 위해서 밤새 줄서고 사진찍기 좋은 라인에 앉아서 여러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노트북에 카메라와 망원렌즈까지 가방에 넣고 다녀서 키노트하고 나서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록 발목을 다쳤었다. 일주일 내내 파스를 뿌리고 부상 투혼으로 세션을 듣고 돌아올 때쯤에야 나아졌었다.

아이클라우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던 때라 당시까지는 스캇 포스탈이 iOS 총 책임자였다. 마지막 사진에 키노트 중 시연을 위해서 잠시 올라왔던 헤어포스원 - 페더리기가 무척이나 젊어보인다 ㅎㅎ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스티브 잡스의 상태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서있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힘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예전에 듣던 그의 음성이 아니라 이미 병세가 안 좋아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1년 10월 5일에 세상을 떠났다.

2012년 He’s gone.

2012년에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잡스가 죽고 나서 첫 공식 행사 분위기는 차분했다. 키노트에서 하던 농담도 거의 없이 지나갔다. 대신 그동안 준비했던 여러 가지를 엄청 쏟아냈다. 스노우 레오파드 이후로 OS X는 64비트로 넘어갔고, iOS는 ARM64 아키텍처가 나오기 전이었다. 두 개 운영체제를 같이 개발하기 위해서 Core OS 수준에서 커널 통합을 진행하고 있었고, 80% 수준으로 가까워졌다고 했다.

iPhone 4와 함께 새로운 기술로 강조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맥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같이 갔던 일행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애플 스토어에 몇 대만 들어오는 초기 레티나 맥북프로를 사기 위해서 새벽부터 줄을 섰다. 키노트 보려고 줄서고, 또 줄을 서다니…

애플포럼에서 유명한(?) wave님이 다시 애플로 복귀하셨기 때문에 인사드리고 옛날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있었다. 가운데 있는 사진은 웨이브님 소장중이신 희귀한 애플 기차 굿즈, 첫 번째 사진은 스티브 잡스 전기 영화를 찍기 위해 시설 보안관이 지키고 있던 애플을 창업한 바로 그 주차장이다. 실리콘 밸리라는 단어를 만든 페어 차일드 같은 회사 옛터와 함께 역사적인 장소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사진은 트레저 아일랜드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방향 스카이라인이다. 참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해질녁에 보는 모습도 너무 아름답다. 강추!🌉

2012년도의 하일라이트는 애플 맵 출시였다. 드디어 구글맵에서 벗어나는 건가 기대를 하면서도, 결국은 iOS 책임자였던 스캇 포스탈이 짤리는 사고(?)가 이어졌다. 문득 Beer Bash 공연이 끝나갈 쯤에 술에 취한 채로 무대에 올라와서 소리지르던 스캇의 모습이 떠오른다.

2013년 When a whole new wolrd is developing.

2012년까지 iOS와 앱 스토어가 양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며 성장했다면, 2013년도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었다. iOS 7부터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iOS 6까지는 iOS를 처음 만들던 (엄밀하게 보면 Macintosh와 System OS를 만들던) 시기부터 사용했던 스큐어모피즘 방식을 강조했었다. iOS 7부터는 모던하고 투명하고 색감이 있는 질감을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iOS 7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본다. 이전 디자인 가이드는 올드하고 조금 어두웠다면, iOS 7부터는 밝고 젊어진 느낌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WebView 기반으로 Text 나 Label을 렌더링 하던 방식에서 Text Kit가 들어가서 직접 텍스트를 렌더링하는 방식으로 바뀐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조니 아이브가 하고 싶은걸 다 해본 느낌이랄까… (물론 디자인이 많이 바뀌면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버그도 참 많았다.)

2013년 WWDC부터 Passbook 티켓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했다. 등록 과정에서 여권과 등록 명단에서 한 명씩 찾는게 아니라 패스에 있는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훨씬 빨라졌다. 두 번째 사진은 행사장에 세그웨이를 타고 나타난 워즈니악의 모습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행사장에 종종 나타나곤 했었다 ㅎㅎ

꽤나 이슈가 됐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연탄 화로를 연상시키는 맥 프로였을꺼다. 아.. 아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WWDC 티켓이 71초만에 매진됐던 것이다. kiss my ass…

OS X 버전이 올라가면서 고양이과 동물 이름이 다 떨어졌다. 10.0 치타부터 시작해서 10.1 퓨마, 10.2 제규어, 10.3 팬서, 10.4 타이거, 10.5 레오파드, 10.6 스노레오파드, 10.7 라이언, 10.8 마우틴 라이언까지 다 써먹었다. 그래서 2013년부터는 캘리포니아 지역 이름을 붙이기로 했고, 고양기과 동물 이름이 아닌 첫 번째 이름은 Mavericks 였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금요일 오후에 행사를 마치고 들렸던 하프문 베이 근처 Mavericks 해변이다. 겨울철에 파도가 특이하게 만들어져서 미친(?) 서퍼들에게 도전적인 곳이라고 전해들었다. 매버릭스는 미친듯이 새 기능을 개발하는 애플 엔지니어들에게 적합한 호칭이 아니던가…

2014년 Let’s Swift!

2014년부터는 티켓을 선착순으로 판매하지 않고, 미리 카드 정보를 넣어놓는 채로 추첨을 통해서 랜덤하게 뽑아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가고 싶어도 못가는 행사가 되어 버렸다.

이 때도 대놓고 사진을 찍어볼 생각으로 망원렌즈를 챙겨갔었다. 첫 번째 사진은 키노트 중에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 시연하기 위해서 나왔던 크리스 레트너 모습이다. 이 때는 Xcode 개발팀 리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캇 포스탈 뒤를 이어서 애플에 영광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처럼 빨리 그만둘 줄은 몰랐었다.

두 번째 사진은 팀 쿡이 구글을 대신해서 안드로이드(?)를 발표하는 사진이다 ㅎㅎ (놀라셨나요?)

세 번째 사진은 이제 키노트에서 대부분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한 페더리기 모습이다. 2009년까지 있었던 베르트랑과 또 다른 프랑스 중년 멋쟁이 개발자 느낌이다. 제스처를 시연하기 위해서 손을 바들바들 떨던 몇 년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OS X Yosemite를 소개하면서 농담은 지금봐도 재밌다. 곧 이어서 iOS 8을 소개했는 데, iOS 8 정도에 와서야 iOS 7에서 디자인을 바꾼 것들이 정리된 것 같았다. 점점 iOS 심각한 버그는 많아지고, 애플 내부적으로도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아니라 내실을 채워야 하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던 시기가 바로 2014년도 였다.

WWDC 특정 요일에 진행하는 런치 세션에는 단골 초대 손님이 있다. 바로 NASA와 디즈니(픽사). 토이스토리 버즈의 실제 모델인 버즈 울버린이 나온 적도 있고, 떡밥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J.J. 아브람스 감독이 나온 적도 있다. 그리고보니 2012년도 까지는 저녁에 Stump! 라는 토크쇼 형태 네트워크 모임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안 했던 것 같다. 기억에 누군가 질문하라고 했을 때, WWDC 공식 앱은 누가 만들었길래 그 모냥이냐고 물어서 선물을 나눠주고 무마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2014년도는 정말 들을 세션이 너무나 많아서 깜짝 놀랐었다. 특히 스위프트라는 오픈소스 언어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가장 뜨거운 사진은 오브젝티브-C 책을 쓰레디통에 버린 사진이었다. 사내 개발자들에게 오픈한 것도 불과 몇 달전이라고 했었다.

사실 이 때 이미 <코코아 인터널스> 책을 쓰고 있었는데, 스위프트가 나오면서 상호 호환성을 위해서 코코아 프레임워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꽤 있었다. 결국 기존에 쓰던 내용을 포기하고, 책을 다시 쓰게 됐다 ㅜㅜ

참 WWDC 행사를 시작한지 25주년이라서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25를 쓸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나눠줬다. 하지만 한국 스토어에서는 쓸 수가 없어서, WWDC 내부 스토어에서 티셔츠를 구매했었다.

2015년 Swift, Metal, Apple Music

2015년은 애플 엔지니어 말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자! 느낌으로 엄청 달렸다고 한다. 이전 WWDC에서 종종 하드웨어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전세계 개발자가 모이는 행사답게 온통 개발 관련 이야기로 가득했다. 스위프트는 오픈소스로 공개됐고, 그것은 세대가 달라지고 젊어진 애플 개발자들에게 변화의 시작이었다. 물론 스위프트 문법이 계속 바뀌면서 고통도 함께 시작이었다.

애플 플랫폼은 OS X에서 iOS로, watchOS와 점점 넓어졌다. HomeKit 과 HealthKit를 소개하며 집부터 자동차, 병원까지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애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도 추가됐다. 도대체 어디까지 확장하려는 걸까?

아이폰 5가 나오면서 Auto Layout에 대한 고민꺼리가 생겼었는데,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오토 레이아웃 세션이 인기 만점이었다. App Store에 올라간 비트코드 방식은 바로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디바이스에 다운로드 시점에 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꽤나 신기했다. Xcode Server도 본격적으로 CI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줬다. 물론 이후에는 클라우드 기반 CI 도구들이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 사진은 노을이 질 때쯤 트윈 픽스에 올라가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다. 날씨가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야경만큼이나 멋진 풍경이었다.

두 번째 사진은 Bash에서 만난 크리스 레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나랑 동갑인 걸로 아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다 ㅎㅎ 가운데 있는 세 번째 사진은 Walk the moon 밴드가 공연중인 사진이다. 대부분 개발자들은 호응이 없이 떠들기 바쁘다 ㅎㅎ 조금 아쉬운 부분은 Bash에서 애플 엔지니어들을 만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Wizard라고 불리는 백발 할아버지 개발자들이 발표도 하고, Bash에도 와서 옛날 이야기도 해주곤 했다.

2000년대에는 WWDC 티켓이 매진되지 않고 소규모(?)라서 Beer Bash를 애플 IL 캠퍼스 내부에서 하기도 했다. 소문에는 참가자들을 버스를 태워서 다니는 것을 환경단체에서 항의해서 모스코니 길 건너 Yerba Buena Gardens 공원에서 한다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숙소도 함께 쓰고 여기저기 투어를 함께 했던 NEXT 제자들 사진이다. 아마도 이 친구들이 나보다 더 개발자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 근처는 다운타운이라,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극장이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난 금요일 저녁에는 외로운(?) 한국 개발자들끼리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기도 했다. 쥬라기 공원 리메이크 IMAX 3D 관람하러 갔던 사진이 있어서 올려본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꽤 많은 개발자들이 함께 본 것 같았는데, 90년대를 추억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다같이 박수치는 분위기였다 ㅎㅎ

2016년 Hello, WWDC16. GoodBye, SF.

애플 엔지니어와 얘기해보면 확실히 잡스가 있던 시절과 다른 세대교체가 된 느낌이다. 2016년에는 시빅 센터 근처에 있는 Bill Graham Civic Auditorium 에서 키노트와 Bash 공연을 진행했다. 물론 첫 날 이외 세션 진행은 2003년부터 진행한 모스코니 컨벤션에서 진행했다. 그래서 사진에서도 분위기와 풍경은 사뭇 다르다.

다운타운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보니 (실제로 노숙자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 있다) 키노트 밤샘 줄도 다른 분위기였다. 참가할 때마다 매년 줄서기를 했지만 가장 줄을 잘 세웠던 해에 손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은 가수 공연장 앞에서 줄서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 사진은 키노트가 끝나고 점심 시간 풍경이다. 보통 모스코니 1층에 배식과 베타 다운로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야외에 있어서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행사의 전반적인 느낌은 마치 iOS 6에서 iOS 7으로 넘어갈 때처럼 전체적으로 젊어진 느낌이었다. 배지 디자인도 그렇고, 세번째 사진에 있는 것처럼 새로 만든 San Francisco 폰트도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는 마스터 요다가 필요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라진 포스를 찾아서 젊은 제다이 기사들만 가득한 느낌이랄까… (마지막 사진은 골든 게이트 파크 근처 ILM 요다 분수 앞 사진이다)

너무 바빠서일까, 세션 발표자들도 젊은 엔지니어들이 많아졌다. 대신 세션마다 편차가 좀 많았던 것 같다. 여유있게 진행하다가도, 스피커가 교체되면 갑자기 말이 빨라져서 후다락 끝나버렸다. 이제 OS X 세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년동안 애플 스크립트만 만들던 Sal Soghoian 할아버지 세션도 더 이상 볼 수 없다. Dogcow 옷을 입은 올드 맥 개발자들을 만나길 기대했다. 왜냐하면 스위프트나 iOS 세션들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어 들어가 수 없었기 때문이다. tvOS 세션은 좀 애매했다.

그렇지만 재미와 감동도 있었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은은하게 조명을 받는 수화 통역사가 발표를 동시 통역해주는 장면은 묘한 뭉클함을 느끼게 해줬다. 우연히 지켜봤는데 두 명의 통역사가 번갈아서 진행했었다. 가운데 사진은 근래에 가장 유머러스한 세션을 진행해준 애플 엔지니어와 찍은 사진이다. 아마 CollectionView를 개선한 과정을 설명해줬던 것 같다. 마지막 사진은 뒤늦게 찾았는데, 키노트 끝나고 오후에 진행했던 플랫폼 세션을 오디토리움 2층에서 본 모습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바로 제1회 레츠스위프트 행사를 준비했다. 국내에서도 WWDC에서 느끼는 뭉클함, 기술적인 도전꺼리와 여러 엔지니어와 함께 경험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2017년 A Pause.

산호세는 생각보다 작은 동네였다. 미국에서 10번째 정도 큰 도시라고 하던데, SF와 비교하면 컨벤션 센터 근처에 호텔도 많지 않고, 주변에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편의점이 얼마나 편리하던가…

최근에 WWDC 중에서 화려한 볼거리가 줄어든 행사였다. 2016년도에 크리스 레트너가 퇴사해서 그런가 스위프트 세션이 딸랑 1개 였다. 속으로 레츠스위프트 행사 어쩌나 걱정했었다… 진짜다…

한 마디로 쉬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애플 엔지니어들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 작년에 너무 번아웃되었다고. 그리고 플랫폼이 늘어나고 새로운 기능들을 많이 추가하다보니까 버그가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내부에서도 새 기능을 추가하기 보다는 버그와 기능을 보완하자고 결정했다고 들었다.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지 않고, 오랜만에 애플 행사라서 그런지 발표하지 않았던 하드웨어를 줄줄이 모두다 소개한 느낌이었다. 조금 생뚱맞게 나온 홈팟도 그 중에 하나였다.

3층까지는 있는 모스코니 컨벤션과 다르게 산호세 컨벤션은 ㄱ자 형태로 옆으로 더 넓은 구조다. 그래서 키노트를 하는 공간은 옆으로 더 넓지만, 세션을 진행하는 장소가 모스코니보다 더 작고 개수도 적다. 동선도 복도가 하나 뿐이라 이동하다보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키노트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모든 플랫폼을 골고루 다 소개하다보니 짧게 지나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2017년도부터는 키노트나 세션 발표에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더 많이 등장했다. 가장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그 해에 중요하고 인기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화요일 오전 첫 세션을 키노트처럼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한 것이다. 개발자 행사에서 보기 힘든 초대 손님이 등장했는 데, 바로 미셸 오바마였다. 미셸 오바마는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자신이 흑인 여성 인권을 위해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개발자 세계에서도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불합리하다면 행동하고 움직이라” 라고 미래를 직접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애플이니까 가능한 섭외가 아니었을까.

세 번째 사진은 영화 히든 히겨스 배경이 된 NASA 흑인 여성 엔지니어 실존 인물 중에 하나인 Dr. Christine Darden 박사가 나온 런치 세션이다. (영화는 너무 미화되서 나온다고) 아직도 연구와 개발을 계속하며 초음속 비행기에서 생기는 소닉 붐 현상을 줄이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중에 자기가 딸에게 여성스러운 놀이를 강요하고 있는데, 여자 엔지니어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묻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고민해볼 만한 질문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복도에 여유롭게(?) 오드왈라가 가득했던 냉장고가 반가워서 남겨놨다. 한동안 오드왈라 대신에 다른 음료가 나왔던 적이 있었다.

2017년에는 한 호텔 방에서 사진에 있는 4명이서 같이 지냈다. 로컬 맥주도 많이 마시고 개발 이야기도 많이하면서 렌트해서 여행도 많이 다녔다. 가장 운전을 많이 했던 해로 기억이 난다. 몬테레이, 페블비치, 빅스비부터 시작해서 타호 호수 스키장까지 하루만에 다 운전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나파 밸리 와이너리에 들렸다가 산호세로 이틀만에 캘리포니아 북부를 한 바퀴 돌았었다. 가장 보람차게 관광하며 돌아다닌 일정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2017년도 가장 핫한 아이템 : 이모지 배지 모음이다. 등록할 때 몇 개 나눠주고 스탭들이 가끔씩 주머니에서 꺼내주고 그랬는데, 세션 듣다말고 어디서 배지 나눠준다고 하면 갑자기 우르르 몰려가고 그랬었다 ㅎㅎ

2018년 Yosemite

첫 번째 사진은 WWDC 오프닝 영상의 한 장면이다. 2009년부터 플라스틱 배지를 나눠줘서 2018년까지라면 총 10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보니 2009년도 배지는 저도 없어요 ㅜㅜ 오프닝 영상을 보려면 https://www.youtube.com/watch?v=i77hVpPj51U

OS X가 macOS로 불리기 시작하고 캘리포니아 지명을 하나씩 붙이면서, 그곳에 가보자는 욕심도 같이 생겼다. 요세미티는 몇 번 시도했지만 일행이 7명이라 마이리얼트립에서 다같이 투어하기로 결정했다. 새벽6시에 모여서 다음날 새벽1시쯤 도착하는 당일치기는 엄청 빠듯한 일정이기 때문이다. 몰려다니기 쉽지 않지만 이래저래 재밌은 경험을 많이 남겨준 투어였다. 저 빼고 두 회사에서 3명씩 간 거였는데, 여러 명이 다닐 때는 단체 관광을 추천한다 ㅎㅎ (다음에는 모하비 가냐고 그랬는데 못 갔네…)

마지막 사진은 Bash 행사부터 이후 새벽까지 이어진 하우스 파티 사진이다. 심지어 LA에서 온 미국 아줌마 개발자도 합류했었는데, 우리 보고 영어권에 사는 자기가 어째서 더 못 알아 듣는 것 같다며 칭찬해주던 게 신기했다.

2018년에는 애플 파크에 입주가 시작되서 내부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결국 미션 실패했다. 첫 번째 사진은 SFO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착륙을 위해서 회항할 때 찍은 사진이다. 고속도로를 중신으로 왼쪽에 동그랗게 보이는 게 애플 파크 모습이다. 옆에 나란이 기다란 빌딩은 주차 빌딩일꺼다. 사진 오른쪽 아래 고속도로 건너편에 INFINITE LOOP 도 함께 보인다.

결국 애플 파크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남쪽 언덕에 있는 Tantau 9 하드웨어 팀이 있는 건물만 들어가봤다. 떨어진 건물이라 카페 맥이 있긴 한데, 저녁은 먹을 수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건 IL에 먹은 음식 사진이다.

이 때 가장 큰 행운은 애플 직원들에게 나눠준 Engineer 티셔츠를 교환해서 받은 거다. 점점 WWDC 기념 티셔츠 구매하기 어려워지고 있는데, 화요일 오전 2시간 동안 줄서서 구매한 기념 티셔츠와 맞교환했다. 오래 입고 싶어서 지금도 가끔씩 아껴서 입고 있다.

마지막 사진은 한국에 돌아와서 WWDC 참가했던 분들과 회고 모임을 했을 때 사진이다. 각자 좋았던 경험과 아쉬웠던 경험을 공유하고 뒷풀이 행사도 진행했다. 서로에게 팁을 공유하고, 일주일만에 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쉿, 누군가 커플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쓰다보니 세션 이야기를 안 썼는데, 2017년이 너무 아쉬웠다면 세션 내용과 진행은 만족스러운 해였다. AR, VR, Core ML 다양한 확장 기술에 대한 내용이 많은 건 아쉬웠다. 그만큼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ML을 활용한 AR 이나 VR 기술이라 그럴꺼 같다. 자연어 처리나 비전 API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언제나 수준 높은 앱 디자인이나 접근성 관련 80x 공통 세션은 특히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환호했던 것은 Network 프레임워크를 새로 만들어 준 것이다.

Bash 공연한 밴드는 Panic! At the disco 였는데 무내 매너도 좋고, 매력적인 베이시스트가 있어서 최애 밴드 중에 하나로 등극했다. 야호~

2019년 Inside Apple Park

2019년에 드디어 애플 파크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애플 파크에 근무하는 애플 직원과 미팅을 하는 경우만 들어갈 수 있었다. 1년전에는 애플 직원들도 사진을 외부에 올리지 말라고 했었다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할 수 있었다.

애플 파크는 말 그대로 거대한 공원 같다. 실제로 큰 블럭 하나가 거대한 건물로 이어져 있다. 전체를 한 바퀴 돌려면 차로 대략 10분정도 걸린다. 건물 아래 주차장도 동그랗게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고, 신호등도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지하 주차장 영역을 구분해서 조명을 다른 색으로 비쳐준다고 한다.

첫 번째 사진은 내부 중심부에서 카페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중간 중간에 나무가 있거 어디서나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한 편에 있는 자갈이 있는 호수다. 깊지 않지만 중간에 오리도 지나다닌다.

세 번째 사진은 미디어 행사를 하는 유명한 스티브 잡스 극장이다. 애플 파크나 스티브 잡스 극장은 애플 스토어를 만드는 것처럼 거대한 유리로 이어져있다. 물론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은 적당히 불투명하게 가려져 있긴 하다.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은 과일 나무가 많다고 하고, 사과나 체리 같은 게 열리면 수집해서 판매도 한다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애플 파크가 아니라 INFINITE LOOP 내부 모습이다. 나무가 있어서 비슷하면서도 건물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잡스 추모식처럼 여기서 모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애플 파크 내부에 있는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한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 극장은 직원들도 왠만하면 쓰게 한다고… ㅎㅎ)

애플 파크에 먼저 가고 싶어서 흥분했는데, 이제 WWDC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산호세 컨벤션에서 세 번째 정도 되니까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대신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갈 기회가 없더라. 그래서 2019년에는 LA로 들어가서 못 만났던 지인들도 만나고, 에그슬럿도 먹고 다저스 야구 경기도 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AR을 강조하면서 네온 사인 형태로 꾸며놨다. 다크 모드가 메인이라 그런지 밤에 보면 색색깔 네온 사인 간판처럼 깜빡거린다. (애니메이션 효과는 다른 참가자의 트윗을... https://twitter.com/simonbs/status/1135533649116454912) 컨벤션 야외 플라자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라자 아래 공간에는 다운로드 센터와 기념 스토어나 스칼라십 라운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세 번째 사진 저 뒤쪽에 줄이 보이는 데, 기념 스토어에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 줄이다.

개인적으로 스위프트는 이제야 성숙 단계가 된 것 같다. ABI 호환성도 이제야 가능해졌고, 관련 프레임워크도 앱에서 빠지고 시스템 프레임워크에 포함됐다. iPadOS는 macOS 와 iOS 사이 쯤에 있다. 어디까지 가까워질까.

일주일 동안 시차 때문에 졸음을 참아가며, 영어 발표를 듣고 전세계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커피와 오드왈라를 물보다 많이 마시게 된다. 애플 엔지니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macOS, iOS, watchOS, tvOS 4개의 운영 체제를 매년 새로운 버전을 만들고 하드웨어도 1년이 안되서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 그럴려면 엔지니어들은 얼마나 바쁘게 일해야 가능할까? 대부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까지 합쳐진 개발 버전 운영 체제를 설치하고, 그 위에 새로 만들고 있는 SDK를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그날 자기 작업을 시작한다.

2020년 한국 애플 개발자 커뮤니티 현실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6월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며 지냈다. 해마다 참가하는 한국 개발자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시장도 커지고 개발자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애플 관련 개발자 커뮤니티는 저변 확대가 늦고 인원도 부족한 것처럼 느낀다.

2011년 겨울에 디자인 어워드 사회를 보는 존 글렌지와 애플 DR 팀이 한국에 와서 TechTalk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 그가 했던 질문이 여전히 기억난다. 나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앱에 대한 기준 3가지”를 말해보라고 했다. 글쎄.. 좋은 앱은 사용하기 편한걸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일까? 그 당시에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더욱 WWDC에 참가할 때마다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어떤 앱을 만들어야 하나, 어떤 앱이 좋은 앱일까?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참가했던 것 같다.

10년 사이에 가로수길에 애플 스토어 매장도 생기고, 기본 탑제되는 한글 폰트로 새로 생기고, 시리 한국어 지원도 되고 변화가 많았다. 그리고 한국 개발자를 담당하는 DR 담당자도 이제 2명이 됐다. 여전히 애플은 외부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고, 개발자 커뮤니티는 그 연결고리가 약한 것 같다.

레츠스위프트 컨퍼런스나 최근에 2주마다 작성하는 뉴스레터도 그런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WWDC는 여전히 참가하기 어려운 행사다. 그렇지만 현장에전세계 개발자가 함께 나누는 분위기, 애플 엔지니어와 개발 이야기들, 오픈 소스 이야기와 기념 배지, 커피나 도넛 같은 사소한 경험까지도 전달하려고 노력해왔다. 지난 10년동안 WWDC 참가하면서 애플 바깥에서 애플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 온 사람 중에 한 명일꺼다. 그거면 됐다. 이제는 제자들과 후배들이 그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이제는 애플 개발자 커뮤니티 내에서 또 다른 내 역할을 찾고 있다.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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