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


관람일시 2014.01.01
관람장소 신촌 CGV 아틀레온
원신일 감독

새해 첫 영화로 무엇을 볼까.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는 영화관을 찾기 어려웠고, 목동의 HFR 관을 가기엔 시간이 없었다. 변호인은 이미 봤고. 대신, 용의자를 보아야겠다고 선택을 하게 되었다. 용의자에 대한 평을 간간히 보고 있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평에 기대하지 않고 들어섰다. 2014년의 첫 영화. 액션씬은 볼만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심야영화라, 피곤한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좌석에 앉았다. 동체 시력이 없어, 빠른 카메라 워크에 취약하기에, 긴장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관은 VEATBOX 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강한 박자의 노래가 나오는 순간 순간 등짝을 두드리는 의자. 별 이상한 것을 다 만들었구나 라는 정도였다. 영화와 별개로, 이 시스템은 심야 영화(새벽 1시 20분 시작)에서 효과적으로 나를 깨워줬다. 하지만 그 정도. 큰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 부담되고, 귀찮기도 했었다.

좋은 시도. 하지만
혁신은 없었다.

반면 영화는 생각보다 큰 감흥이 있었다. 영화 초반의 설명이 조금 부실했고, VEATBOX 시스템 때문인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지루한 점이 있었지만, 부드럽게는 흘러갔다. 지루한 씬이 지나고 나서는 곧바로 액션씬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액션의 반복. 사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 자체에서 얼마나 색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만 새로운 카메라 기술, 신기술에 기대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액션씬은 괜찮았다. 총격씬 보다는 박투씬이 많았고 그 액션은 베를린을 연상케 하였다. 본 시리즈(맷 데이먼)를 연상하게도 해주었다.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유 라는 배우가 이토록 액션씬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구나 라고 감탄했다. (솔직히 베를린이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세 배는 더 좋아졌을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공유의 캐릭터 역시 대사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은 그냥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도 그렇고, 간첩에서도 그렇고 북한 공작원에 대한 묘사, 캐릭터의 전형성이 이제는 좀 진부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위하고, 가족을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은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조금은 지루해졌다. 박희순의 캐릭터 역시. 전반적으로 베를린의 업그레이드 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액션 상대로의 북진회 멤버 (김성균 등)의 캐릭터는 류승범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고, 국정원 실장 캐릭터의 경우에는 후반부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고 지나가면서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다.

마지막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부분도 너무 비약이 심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정일 사후 제작이 들어갔다고 보았을 때, 당시 북한 분위기와 장성택 처형 이후 현재 북한 분위기 및 김정은에 대한 분석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북 대결 구도의 이 상황을 영화로 풀어내기 보다는 공유라는 배우의 파워와 액션 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것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물론, 그렇기에 신파적인 분위기도 너무 흔한 남북 정보원 대결 구도의 진부함을 탈피한 부분은 있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다지 메시지라는 것이 없는 영화이지만 굳이 따져서 ‘남북 관계’라는 것을 본다면, 극 초반의 회장님, 그리고 박희순 역의 민 대령의 역할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메밀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담배를 사러 가며 쪽지를 건내는 친절을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 같았다. 악역의 대사에서, 빨갱이는 빨갱이가 잡아야지(죽여야지) 라고 하는 부분 까지 연계해 보면 분명하게 나온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왔지만 권력가,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사람들.

다만 그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도 아니고, 단편적으로 강요하듯 비춰지는 모습은 불편했다. 목적에 동감은 하지만, 그럴려면 전술한 바와 같이 액션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녹여 내었어야 한다. 전쟁, 대결 구도의 문제점과 비극에 대해서 녹일 수도 있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북자들의 행태에 대해서 묘사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악역들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끌어올렸어야 한다. 그 점이 아쉽다.

이런 배우를 찾은 것 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있지 않을까

종합적으로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였다.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에 아쉽고,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공유라는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여서 기분이 좋았다. 극장을 나오며 친구들과 하정우와 공유의 액션 대결 씬이 나오면 그것도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뭐, 이뤄지기 힘든 매치업이겠지만- 베를린, 용의자 이후 더 큰 새로운 한국형 오락영화의 지평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첨언.

오마이뉴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943263 ) 에 따르면 속편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니, 더욱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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