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행 — 고민

30일의 긴 휴가가 생겼다.

어디서 뭘 해야할까. 회사 일을 하며 또, 집에 돌아와서, 문득문득 생각할 때마다 신나면서도 막막했다.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고 나에게도 다음번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기회였다. 뭔가 남들에게 뽐낼 수 있는 멋진 여행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남미를 갈까? 가보지 못한 유럽 여행을 갈까? 미국을 갈까?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곳을 가야하는거 아닐까?? 아 다 귀찮은데 그냥 집에 있는 건 어떨까?

솔직한 마음은 폼이고 뭐고 따뜻한 나라에 가서 그냥 누워있고 싶었다. 너무 많이 이동하고, 너무 많은 것을 봐야하는 여행이 좀 부담스러웠다. 처음 해외를 혼자 여행하는데 여행고수들이 간다는 남미를 가는 것도 두려웠다. 치안이 안전하고 따뜻한 나라, 그리고 가보지 않은 곳 중에 고르려니 온통 신혼여행지만 남았다. 아 근데 아무래도 폼이 안날 거 같아서 계속 결정을 망설였다. 얄팍한 속내.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신혼여행 리조트 투숙이 아니며, 장기로 여기저기 돌아다닐만한 여행지는 사실 몇군데 없었다. 나의 무지 탓도 있겠지만 뭘 어떻게 찾아야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흘러서 여행준비를 시작해야했다. 발리는 주변에 다녀오신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후보에 올랐다. 뭐 그러니까 특별히 발리를 선택한 이유는 없었다. 이 여행은 전체적으로 다 이렇다. 휴가를 생각하며 이다 작가님의 “내손으로 발리” 책을 봤다. 우붓에 뿅 반한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보며 가도 좋겠다, 싶었다.

뭐든 이건 단 한 번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힘들어진다. 특히 여행은 더 그렇다. 인생은 기니까 또 올 기회가 있겠지. 혹시 기회가 없대도 어차피 세상 모든 곳을 다 보고, 모든 것을 다 경험하고, 존재하는 모든 식당을 다 가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가보지 못한 곳은 어차피 영원히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 그때 그때 행복할 수 있다면.

처음에는 발리에서 한 달을 다 보낼 생각이었다. 너무 긴가? 생각을 하던차에 책에서 호주 사람들이 휴가로 발리를 많이 찾는다는 글귀를 읽은게 생각났다. 혹시나 찾아보니, 발리-호주간 비행기가 예상보다 굉장히 저렴했다. 그럼 호주를 가볼까? 그렇게 호주를 가기로 했다. (이 여행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호주.라는 것이 너무 컸다. 극동 반도국 백성의 상상을 한참 초월했다. 주변에서도 여기를 가라 저기도 좋다, 많은 얘기를 해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호주는 정말 크고 정말 뭐가 많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다. 초심자니까 시드니를 가야지. 그러다 누군가 호주에가면 사막을 갈 수 있다고 했다. 사막을 가보면 멋질 거 같았다.

사막을 찾다가 울룰루를 봤다. 세계최대의 암석. 가까이에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떠오르게 하는 카타츄타도 갈 수 있다고한다. 오 호주 국내니까 휙 다녀올 수 있으려나?! 아니었다. 시드니와 울룰루는 3200km 떨어져있다. (320km가 아니다. 흔히 울룰루 투어를 시작하는 앨리스 스프링스라는 동내에서도 400km 넘게 떨어져 있다. 호주 이 녀석…) 멀고, 고생스럽고, 일정도 길게 써야하고, 돈도 많이 드는 힘든 여행지였다. 사실 이거야 말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좀 힘들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발리 꾸따와 우붓, 호주 울룰루, 호주 시드니 이렇게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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