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행 – 꾸따, 발리

2월 13일 ~ 16일 꾸따

어디든 첫날은 동네 구경을 했다. 동네 구경을 하며 길을 한 번 봐두면, 어딜가든 모르고 갈 때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호텔에서 나와 일단 비치쪽으로 걸어가서 비치를 따라 걸어서 쇼핑몰에 갈 생각이었다. 호텔에서 나와 당당히 걷고 있는데, 경찰관이 어디가냐고 물어봐서, 비치에 갈거라고 했더니 정반대쪽이라고 알려줬다.

비치에 나가니 들었던 데로 쓰레기가 엄청 굴러다녔고, 해는 뜨거웠고, 햇살이 바다에 눈부시게 흩뿌렸으며, 파도는 폭포처럼 높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파라솔 밑에서 먹고, 자고, 서핑하고, 물놀이를 했다. 그리고 호객꾼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아 꾸따의 호객꾼들. 진짜 꾸따에는 호객꾼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택시를 타라, 오토바이를 타라, 서핑을 해라, 이름이 뭐냐, 어디서 왔냐, 투어를 해라, 물건을 사라, 헬로?, 하와유?, 니혼진?, 니하오?, 안녕하세요?? 이런 얘기를 10분만 걸어도 과장없이 50번은 들어야했다. 혼자있으니 쓸데없이 말 거는 사람도 많았고, 특히 이 호객꾼들은 솔직히 3일만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나중에는 웃으며 한국말로 대답했다. 아니요, 필요없어요, 싫어요, 뭐래,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비치워크 쇼핑몰에 가서 유심을 사고, 점심을 먹고, 구경도하고, 커피도 마셨다. 비치워크 쇼핑몰은 3일 동안 매일 갔다. 워낙 더우니 한낮에 더위를 식히며 커피도 마시고, 마트에서 과일도 사먹고, ATM기에서 돈도 찾았다. 바로 뽀삐스거리 옆이라서 그 근처에서 밥도 먹고, 필요한 물건들도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서핑 수업을 예약했다. 꾸따비치에 있는 샵에 들러서 얘기했다. 사실 꾸따 비치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르기안 비치에 있는 서핑샵에 가보려고 했는데 르기안 비치는 더 쓰레기가 많았다. 요지경 꾸따 같으니.

꾸따의 또다른 요지경은 오토바이와 교통체증이다. 일단 오토바이가 너무너무 많고, 정말 좁은 골목길에서도 마구 튀어나온다. 나를 칠듯이 지나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놀란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자동차도 많다. 호텔이 골목길 안쪽이었는데, 그 골목길에도 교통체증이 일어서 저녁이면 경찰이 나와서 정리를했다. 소형차가 지나갈까 말까한 길에 벤이 나타나서 길을 꽉채워 달렸다. 차가 다닐만 하다 싶은 길이면 오토바이는 두줄세줄로 달렸다. 클락션은 또 얼마나 울려대는지. 꾸따에서는 오토바이 모터 소리와 클락션 소리를 24시간 동안 들어야했다.

다음날 아침에 바다에 나가 서핑을 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짧다. 한 번 해보고 바로 포기했기 때문에. 나는 본래 워낙 몸치이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파도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파도는 나를 패대기 치고, 그 다음엔 보드로 나를 덮치고, 기어코 해변으로 끌어냈다. 보드에 얼굴을 때려맞고 바로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워낙 힘들어하니 강사 선생님이 마치 유모차 끌듯이 나를 보드에 태워 계속 둥둥 끌어주었다. 끝무렵엔 해변가에 밀려난 나에게 한번만 더 해보자고 손짓했지만, 보드를 질질끌고 바다로 들어가다 다시 한 번 패대기 쳐 지고 못하겠다고 손들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강습비가 굳었으므로 바다가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맛있는 밥 사먹었다. 다음 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책읽으며, 졸며, 놀았다.

꾸따비치는 해는 지글지글 타오르고, 쓰레기는 마구 굴러다니지만, 바람이 씽씽 불고, 시원한 파도가 끝없이 떨어지는 멋진 비치였다. 나는 포기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멋지게 서핑하는 모습은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선셋이 특별히 아름다웠다. 매일 보러 나갔다. 서서 보고, 앉아서 보고, 사진찍으면서 보고, 맥주마시면서도 봤다.

셋째날 뽀삐스 거리의 한 여행사에서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티켓을 샀다. 오토바이소리, 매연, 클락션소리, 수백명의 호객꾼, 나를 스치듯 지나가는 오토바이, 오토바이와 택시와 사람들이 마구 섞이는 교통체증, 쓰레기가 잔뜩 굴러다니는 비치, 집채만한 파도 모두 안녕! 꾸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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