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D64 엄마 생각

주말에 엄마집 도배를 했다. 물론 기술자님들이 와서 했고 엄마 동생과 함께 전후 청소를 했다. 너무 힘들었다. 살면서 하는 도배는 이사와 비슷한 수준의 일이었다. 힘들어서 월요일은 휴가를 썼고 내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주말에 엄마 집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은연중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 집에 가면 당연히 엄마가 나를 편안히 해주고 맛있는 걸 해주고 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놀다가 와야 맞다. 나는 힘들게 직장 다니는 딸이고 엄마는 엄마니까. 엄마가 보고싶다고 하여 내가 힘들게 갔으니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단 가는 길도 멀고 힘들다. 엄마도 직장을 다녀 바쁘다. 요즘은 엄마 집에가도 밥을 사먹을 때가 많다. 엄마는 내가 오면 엄마 나름대로 나와 함께 처리하고 싶은 일거리들을 늘어 놓는다. 나의 의견을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집에 돌아갈 때도 그냥 알아서 지하철 타고 낑낑대며 온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데 나는 못되게 속으로 부아가 치민다. 내가 보고 싶으면 엄마가 오던지, 가면 맛있는 거 좋은 거라도 해주던지. 그냥 집에 누워 쉬고 싶어도 가지 않으면 엄마가 서운해하니 안 가면 맘이 또 불편하다. 가서 엄마가 해달라는 이것저것 해주고 온다.

엄마는 엄마대로 계속 서운하다. 매주 오는 것도 아니면서, 와서 설거지 한 번도 안하면서, 엄마집이 어디 시골에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집 와서 편히 쉬었으면서 왜 짜증을 부리느냐고 한다.

아무래도 주말이 짧은 게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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