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D8 라면을 끓이며

라면의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짧다. 그걸 몰랐다. 한 번 유통기한이 6개월 지난 짜왕을 끓여먹고 된통 당한 적이 있다. 물론 짜왕은 좀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다. 하지만 보통 라면들도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그렇게 길지 않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식품으로 늘 거론되기에 유통기한이 한 2년 쯤 될 줄 알았다. 이제는 라면을 끓일 때도 꼭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라면을 생각하면 늘 생각나는 글귀다. 작가 이문열이 썼다는 라면에 대한 묘사다. 나는 이 구절을 이문열의 소설에서 직접 읽은 것은 아니고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수필에 인용된 것을 읽었다. 라면은 배고픈 시대에 혁명적인 식품이었다. 그 구절은 그 시절 라면이 어떤 의미였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시작한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곱슬곱슬한 면발이 담겨 있었는데, 그 가운데 깨어넣은 생계란이 또 예사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하였다.’ 라면에 대한 요즘의 홀대를 돌아보게 한다. 라면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김훈의 저 수필을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어렸을 때 아빠가 아침마다 나와 동생에게 라면을 끓여주곤 했다. 일요일 아침에 엄마아빠는 늦잠을 잤다. 엄마아빠가 일어나기 전에 나와 동생은 아침에 시작하는 만화 프로그램을 봤다. 그리고 아빠가 끓여준 라면을 먹었다. 아빠는 다정한 아빠가 전혀 아니었지만 이 것은 다정한 기억이다.

나는 면이 불어있는 라면을 좋아한다. 어려서는 불은면파와 꼬들면파가 그래도 3:7 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불은면파는 거의 못 만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 조리법은 이렇다. 물에 적당히 신김치를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면과 스프를 넣는다. 계란 2알을 깨넣고 젓지 않는다. 어떻게 불어도 상관 없기 때문에 되는대로 푹푹 끓인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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