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D15 몸치의 운동역사

나는 엄청난 몸치다. 몸으로 하는 것은 전부 못한다. 다녔던 중학교가 한 학년에 열 반, 고작 350여명 이었다. 체육 필기 시험을 다 맞추고도 280등을 했다. 겁도 많다. 여행을 가서 난생 처음 스노쿨링을 할 때 너무 무서워서 바다 위에 막대기처럼 떠있었다. 몸이 마른 편이지만 근육량이 부족해 인바디를 측정하면 경도비만이 나온다. 고등학교 때 굉장히 나쁜 자세로 공부를 해서 몸도 구부정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쿨한 의사선생님 때문이었다. 건강검진을 받고 문진을 하러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내 허리 CT를 보더니

“너 안아프지?”

“네”

“지금 어려서 그렇고, 늙으면 반드시 아파.”

😳!!

“지금 운동하면 덜아프고 안하면 많이 아파.”

😳!!

그리고 선생님은 운동을 몇 가지 불러줬다. 요가, 수영…

요가를 처음 배우러 갔을 땐 무조건 맨앞으로 불려 나갔다. 선생님 손을 많이 탔기 때문에 늘 선생님 코앞자리에서 했다. 수영도 배웠다. 한 달을 넘게 배웠는데 강사님이 “아니 아직도 그렇게 무서워요? 여기 수심이 낮아서 넘어져도 안죽어요.” 그랬다. 그 때까지도 나는 속절없이 수영장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카카오에 와서도 요가동호회에 들었다. 요가를 처음하는 게 아니었는데 당연히 처음하는 사람들 보다 훨씬 못했다. 조용히 처음인 척 했다. 동호회 수업만 3년 넘게 들었는데 지금도 가끔 대타 선생님이 오셔서 요가 얼마나 했느냐고 물으면 조용히 웃는다. 모든 체육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다행히 비교적 운동을 즐겁게 했다. 넘어야할 목표나 따야할 점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못해도 별로 창피하지 않았다. 물론 수영장에서 목욕탕 온 것마냥 몸이나 담그고 있던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다음 코스로 올라가거나, 요가반에서 내가 제일 오래 됐는데 내가 제일 못할 때는 헛웃음이 났다. 근데 뭐 어때, 뭐 어째.

수영을 1년은 족히 넘게 했는데 접영을 못한다. 그래도 내가 물을 꽤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영장에서 재밌게 놀 수 있고, 물에 대한 공포도 많이 사라져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땄다. 요가는 최근에 와서 이제서야 드디어 실력이 나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체감했다. 이제 중간은 하는가 싶다.

그래서 과감하게 필라테스 일대일 수업을 시작했다. 본래 필라테스 얘기를 쓰려던 거였는데.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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