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 자신에게는 애자일하지 않은 걸까,

Juyeon Ma
Juyeon Ma
Nov 3 · 3 min read

분명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 내가 모르는 새 자연스레 스며들어 체득된 것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잠시동안 감상에만 스며들어 머물다 자연스레 잊혀졌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요새 자주 생각한다. 왜 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무시해왔을까. 당장 필요해 써먹고 마는 시도들도, 필요해 꺼내든 생각들도, 그 어떤 것도 도구라 생각지 않아 왔다. 정리되지 않은 큰 도구상자에 느끼고 배운 것들을 끊임없이 던져 넣어 왔음에도, 마치 안이 보이지 않는 검은 상자처럼 그 도구함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도구 ‘무엇’ 은 필요하면 어떻게든 찾아 꺼내 쓰인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게 좋은 사용 방법인지, 경험은 있지만 스스로 정리해둔 메뉴얼이 없었다. 분명 망치가 필요할 때 스패너를 집어들고 못을 때려박았던 적도 있었으리라.

성숙하지 않은 조직에 필요한 첫번째는 애자일이 아니었다. 바탕이 되는 문화나 성숙도가 없는 조직에는 오히려 잘 정돈된 프로세스나 프랙티스가 먼저 필요하다고 배웠다. 돌이켜보면 내가 일하는 방식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룰과 방법과 그 이유를 먼저 배웠고,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인 이후에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간 이후에는 어느 정도 자유자재로 꺼내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시도도 실패도 능숙함도 모든 게 한참 부족하지만.

내 개인은 그러한 과정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 아는 길, 갈 수 있는 길로만 찾아 다닌, 나는 그야말로 꼰대다. 내면에서 차곡 차곡 쌓아나간 프로세스도 프랙티스도 없었다. 어떤 기준도 방식도 없이 무엇이든 되는 방향으로만 행했고, 그러다 보니 실패는 피했고, 새로운 시도엔 몸을 사렸다. 마인드도 성숙도도 없는 상태에서 운 좋게 겉멋만 든 느낌이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그건 사용자에게 물어봐야 알죠’ 를 건방지게 말하는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시장에 내 보이고 평가받은 적이 있었나. 기회가 많았음에도 그저 고개를 돌렸던 것 같다. 지금 눈 앞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어쩌면 운 좋게도, 평가의 도마 위에 내놓아 진 적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몇 년 간 일해온 조직에서는 ‘상호 피드백’ 이라는 제도가 있었고, 나는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환경에서도 스스로에게 애자일을 적용하지 못했다.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그것을 위한 다른 시도를 해 보았어야 하는데, 글쎄. 개선을 위한 시도였다기 보단 그저 그 결점을 가리기 위한 시도들 뿐이었던 것 같다. 내 눈을 가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시도하고, 그것으로 남들 눈도 가리길 바라면서.

요새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차오르면서,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가서 애자일하게 일하는 사람이라 소개도 못하겠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내가 과연 가치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이런 방식으로는 당장 어찌 저찌 앞으로 갈 순 있겠으나.. 절대 멀리 가지 못할 거란 생각도. 평지는 가더라도 언덕길은 절대 오를 수 없다.

그래서, 내 개인을 하나의 제품 또는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개발 방법을 정의해 보기로 했다.

  1. 내 지식에 겸손해지기. 알고 있다 착각하지 말고, 괜찮을 거라 외면하지 말고, 냉정히 점검하여 내 안의 문제점을 정확히 끄집어낼 것.
  2.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기. 원인을 찾고 개선 방법을 강구할 것.
  3. 그에 대한 적절한 프랙티스 또는 프로세스를 도입, 실천할 것.
  4. 회고할 것. 다음 이터레이션에서 개선할 것.
  5. 주기적으로 사용자 검증을 받을 것. 그리고 다시 1번으로.
  6. 제대로 못하면 상품가치 없으니 죽자

Juyeon Ma

Written by

Juyeon Ma

Welcome to a place where words matter. On Medium, smart voices and original ideas take center stage - with no ads in sight. Watch
Follow all the topics you care about, and we’ll deliver the best stories for you to your homepage and inbox. Explore
Get unlimited access to the best stories on Medium — and support writers while you’re at it. Just $5/month. Upg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