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노트

성장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야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내적, 외적 갈등을 겪으며 변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에는 ‘청춘’이라는 태그가 추가로 붙으며 해당 작품군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어린 소년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주제에 종종 연애, 부활동 등의 요소가 섞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청춘이라는 허상을 부정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운 작품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서브컬쳐에서 청춘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크다.
소년 노트는 큰 틀에서 봤을 때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청춘물에서 크게 벗어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전형적으로, 새롭게 중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유타카가 합창부에 입부하여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해 나가는 부활동 계열 작품이다. 한 줄로 소개하자면 ‘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흔한 줄거리. 그러나 절묘한 캐릭터 및 배경설정이 이 작품만의 색을 만들어 냈다.
주인공 아오이 유타카는 보이 소프라노다. 이제 갓 중학교 1학년이 된 유타카는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았으며 합창부에 소프라노로 입부한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보이 소프라노라는 운명은 그의 하루하루가 결코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유타카가 지금의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은 확정된 미래이며 그것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점이 지금 이 순간의 절실함을 더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다른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비교하며 유타카가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이 작품을 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유타카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 역시 저마다의 나이와 상황에 걸맞는 불완전 요소들을 갖고 있다. 그들 역시 서로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나간다. 작품 내에서 그들의 비중은 절대 유타카보다 낮지 않으며 때때로 더 강조되기도 한다. 캐릭터 몇 명에 한정되기보다는 합창부 전체를 조명하는 전개 방식에서 우리는 소년 노트가 단순히 특별한 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가 적다고 고민도 적은 것은 아닌 어린 학생들의 대표로서 유타카와 합창부는 각자 성장을 이룬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을 중학생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보이 소프라노라는 특수한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겠지만, 흔히 쓰이는 고등학생보다도 더 어린 중학생을 등장인물로 다루게 되면 이야기의 크기는 대개 더 작아진다. 중학생에 걸맞는 고민과 갈등은 더욱 단순하고 유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겨우 중학생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라고 여기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 노트는 캐릭터들이 아주 어리다는 점을 역이용해 그들의 성장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작품에서 그려진 유타카와 합창부의 모습은 애초에 그들의 삶의 아주 작은 편린에 불과하다. 그들은 작품 내에서 변화했듯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뀌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절대 그들이 보내온 나날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유타카의 목소리와 같이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들의 작은 청춘을 담은 작품이 바로 소년 노트다.
작품에서 새로움을 찾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뻔한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춘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수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