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태국말이야 코드야;;

가독성 똥망 폰트로 개발 기술 문서를 더 잘 읽어보자!

Hyeokwoo Alex Kwon
5 min readNov 9, 2016

기술 문서 읽기의 어려움

개발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어언 6개월, 하지만 여전히 저와 같은 초보 개발자는 하루하루 고달픈 심정으로 개발 공부를 합니다. 책도 좋고 유데미 강의도 훌륭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공식 기술문서가 가장 정확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랩탑 브라우저에서 기술문서를 쭉 읽다 보면 어느새 제 집중은 흩트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아니 사실상 99.8%!) 기술문서는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도 장난 아니게 느려지죠. 그러다가 결국 문서를 자세히 꼼꼼히 읽기는커녕 스크롤을 대강 좍좍 긁어내리며 문서의 막바지에 다다라도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국 다시 맨 위로 올라가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게 되죠. 인쇄를 하면 아무래도 더 잘 읽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걸 다 인쇄를 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영 귀찮기 마련이죠...

우리 뇌의 작동 방식: System 1 & System 2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선 인지반사실험(cognitive reflection test)을 진행했었는데요, 학생들에게 3가지 어려운 인지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하지만 3문제를 모두 맞춘 학생의 정답률이 10% 뿐이었죠.

그런데 한가지 변화를 주게 되었습니다. 바로 3문항의 질문을 모두 '읽기 어려운 글씨체'로 바꾼 뒤에 같은 실험을 진행했더니 3문항을 모두 맞춘 학생 비율이 65%로 급증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오하이오의 공립학교의 학생들에게 읽기 어려운 글씨로 된 매체를 활용하여 공부하게 하였더니 그전보다 시험 성적이 월등하게 향상된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바로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두 가지 인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System 1 인지와 System 2 인지로 나뉘게 됩니다. System 1인지는 평소에 빠르게 얼굴을 알아보거나 간단한 문제에 대한 답을 하는 등의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를 위해 사용됩니다. 반면에 System 2 인지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작동합니다.

평소에 우리의 뇌는 system 1인지가 작동되고 있는데요, 이 인지 방식을 system 2 방식으로 바꾸는 데에는 ‘인지 압박(cognitive strain)'을 가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읽기 어려운 글씨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쉬운 글씨체였을 때에는 사람들이 문제를 많이 틀렸지만 질문 항목이 읽기 어려운 글씨체인 경우에는 system 2 인지가 작동되어 사람들이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기억력이 증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크롬 익스텐션으로(chrome-extension)으로 손쉽게 폰트 바꾸기

해당 영상을 보고 난 뒤 저는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바로 기술문서의 폰트를 죄다 읽기 어려운 폰트로 바꿔버리는 것이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Font-changer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브라우저의 현재 보고 있는 텍스트를 원하는 구글 폰트로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Font-changer: A chrome extension

실례(實例)

설치를 완료한 후에 원하는 폰트를 선택하여 리액트 문서를 한번 살펴봅시다.

기존의 리액트 문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본 리액트 웹페이지는 praxima-nova라는 폰트를 사용하는데요, 굉장히 깔끔하고 가독성이 정말 좋습니다. 코드도 너무 깔끔하고 보기만 해도 먼지마저 날아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단점 아닌 단점은 오래 읽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지루해졌다는 것이죠(제 집중력의 한계이지만요).

이제 새로이 알게 된 실험 결과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아래와 같이 읽기 어려운 폰트로 바꿔보았습니다:

실제 연구에서 사용된 Comic Sans 이탤릭체 인데요, 아주 그렇게 읽기 어려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깔끔한 맛은 없어도 무언가 잘 기억할 것 같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조금 더 어려운 글씨체를 적용했습니다:

네. 무려 필기체입니다. 코드까지 필기체라 가독성이 정말 똥망이군요. 하지만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믿고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읽기 어려운 폰트를 사용해서 진짜로 기억력이 상승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폰트들을 사용하며 문서를 읽다 보니 지루하지는 않고 끝까지 문서를 읽게 되었네요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이 방식을 자주 이용해보겠습니다. 부디 기억력의 향상을 바라며...!

References:

The simple riddle that 50% of Harvard students get wrong

Ugly Fonts Help You Learn, Research Says

Diemand-Yauman, C., et al. Effects of disfluency on educational outcomes. Cognition (2010), doi:10.1016/j.cognition.2010.09.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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