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벤왓 밴드의 공연, 런던엔젤)

내 인생의 최애밴드 벗더걸의 공연은 어차피 이번 생에 이미 가능성은 끝났다고 치고 (정말 영국에있을떄있기를바랬는데) 트레이시는 결국 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두고두고 놓쳐왔던 벤왓 밴드의 공연을 본 날이었다. 벗더걸 커플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벤왓에게는 뭔가 예상되어있는 쿨함 같은 게 있었음. 벤왓이 아프고 난 후 썼던 책을 읽다 말았는데, 말투랄지 암튼 공연자의 모습과는 사뭇다른 사카스틱함 같은 게 베어있는 느낌이었다.

뉴앨범 fever dreams랑 그 전 앨범인 헨드라 위주로 연주가 진행되었고 맨 첫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some things don’t matter 를 마지막 곡 중 하나로 연주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앨범은 벗더걸이 나올 당시에 나왔던 솔로였어서 83년도인가? 그 때 나왔었는데, 저 떄는 벗더걸의 94년도 앨범에서 이미 하나 뽑고 난 후라서(미씽아님), 저 곡의 인트로의 코드를 0.1초 연주하더니 심지어 이노래는 더 오래된 노래라고 소개를 하더니 연주를 계속했다. 내 기분 탓인지 어쩐지 벤왓은 많이 피곤한 느낌이기도했다.. 그러니까 공연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달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마어마한 기대를 안고 간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기는 했음. 뭐 워낙에 어쩔 수 없는 최애라 이러나 저러나 고마울 뿐이었지만서도.

그런데 이번 공연 보면서 어쩐지 벤왓 내가 꽤 오랜시간 알고 지내다 비교적 최근에 절교비슷한 걸 한 어떤 사람이랑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외모도 그런데 특유의 음울한 기운같은 것이나 ..약간 삐딱한 느낌의 태도나. 그리고 의외로 버나드버틀러도 굉장히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버나드는 너무나 세월이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공연이 작은 펍 윗층의 공연장 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일층에서 오픈 기다린다고 줄서는 내내 버나드가 옆에 앉아있었는데 아예 못알아봄 (멍청) 정말로 충격이었다. 예전의 모습이 당연히 남아있었는데도 전혀 내가 알고 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시간이 너무.. 어이털렸다. 내가 버나드버틀러를 알고 스웨이드를 들은게 97년도였는데 그 때 버나드는 이미 뭐 탈퇴하고 다른 활동 하고 있었지만서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다른 분위기였다. 어쩄든 매우 차분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인상이었다.

학교 캔틴에 학교에서 공연했던 역대 가수들의 사진들이 공연날짜와 함께 벽에 액자로 붙어있었는데 80년대에 벗더걸도 공연을 했다는 정보가 내가 우리 학교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는 요소 중 하나였다 ㅎ 내 첫인상 중에 하나가 그거였다. 우리학교는 레드제플린이 왔었고 벗더걸이 공연했던 곳. 요즘에도 기분 좀 그럴 때 벤왓이랑 트레이시 둘이서 프로텍션 부른거 라이브 동영상을 보는데 나진짜 플라스틱 피플즈에서 벤왓이 레지던시하고 버진플라이 레이지덕 그런거 나올 때 진짜 꼬꼬마였고 집에서 그런거 씨디로 듣고 혼자 벤왓 공연 시뮬레이션 돌리곤 했어서 되게 가슴 먹먹해지고 지금도 사실 그렇다. 그 시대생각하면서 벤왓 아팠을 때 생각하면 되게 연결안되고 버진플라이는 정말 내 인생에 인터넷이라는 게 생기고 나서 거의 초반부터 듣기 시작한 방송들 중 하나였고(지금도 하는지 찾아봐야겠다) 당시에는 일도 몰랐던 영국이니 뭐니 암튼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였는데 지금은 플라스틱 피플즈 문닫았다. .. 그리고 얼마안되서 나도 영국을 떠났고.

..왜냐면 벗더걸생각 안해본지 참 오래되서(사실 음악도 잘 안듣는다 요샌) 너무 슬퍼졌다. 지난주 한참 아플때 쇼미더머니 다시보기 몰아보고 난 후에는 오늘도 쇼미더머니나 쳐 보고 있었는데.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