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관련
보험관련 2013.01 딴지
0. 보험의 ABC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며 입이 귀밑에 까지 찢어진 너의 표정에 한대 때릴 뻔 했던 형을 용서하렴. 물론, 전세 5억의 펜트하우스에서 한낮엔 선텐, 저녁엔 야경을 곁들인 와인을 즐기며 아버지 빌딩 관리인으 로 위장취업해 있는 너에게 고된 민중의 삶과 노동의 가치 따위를 운운할 생각은 없단다. 다만 몇 주 전,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마늘 빻는 절구통에 살아있는 병아리를 넣고 열심히 빻고 있던 니 앞 책상에 놓인 모은행저축보험 가입증서를 발견하고는 이렇듯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 먹었단다. 물론 30만원이란 금액이 너에겐 한낱 껌 값에 불과하겠지만 돈을 떠나 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가 보 험에 제대로 가입하는 요령 몇 가지쯤은 알고 지내는 것이 아무쪼록 낫지 않겠나 싶어서야. 그 쪽 동 네에서 몇 년 굴러 본 게 고작이지만 적어도 너보단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니, 이 편지가 나름 유용하 다면 나중에 너의 단골 텐프로에서 술이나 한잔 사렴.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보험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전제는 합의하도록 하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주체 못할 돈을 쌓아놓고 사는 형편은 아니기에 예기치 못하게 죽거나 다쳤을 때 금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또 하나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보험은 로또가 아니다’ 라는 점이다. 내가 가뜩이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죽거나 다쳐서 인생이 급격히 좆망 테크를 타는 것을 방지해 주면 될 뿐. 팔자를 고치려고 가입하는 것은 아니란 말씀. 그러므로 보험가입에 가장 중요한 개념이 ‘균형’인 것이야. 내가 계속 내야 할 지출금액과 내가 죽거나 다쳤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장금액의 절충과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또한, 한번 가입한 보험은 정말 최악의 상품을 잘못 가입한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울 나라에선 삶이 팍팍해지면 젤 먼저 깨는 게 보험인데 이건 정말 앞뒤가 바뀌어도 한창 바뀐 병맛 쩌는 행태이지. 보험이란, 널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야. 어떤 면에서는 부동산보다도 중요한 자산이지. 좀 오버해서 말하자면, PC 하드에 담겨있는 체육동영상을 제외하고 보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예전보다 좋은 보험상품이 생기니 꾸준히 갈아타는 것이 이익이다.”라고 잘못 생각하는데 정말 미련한 생각이야. 또 어떤 부류는 공포심에 쩔어서 여윳돈만 생기면 자꾸 보험가입을 늘리는데 이 또한 초미련곰탱이 같은 짓이지. 그러한 정신 딸딸이에 지불해야 할 금전적 대가가 너무 커. 심지어는 종신보험과 CI(Critical Illness)보험을 같이 가입해놓고 있는 사람도 여럿 봤다. 하지만 이런 병맛믿음들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 만큼이나 신앙적으로 숭고한 병맛믿음이기에 그렇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을 듯 해. 적어도 우린 그러지 말아야지. 거듭 얘기하지만, ‘균형’이 중요해. 그리고, 이 편지는 보험분야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기에 전문용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냥 외우도록 해. 보험료는 니가 보험에 가입해서 매달 내는 돈을 말한다. 보험금은 니가 죽거나 다쳤을 때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돈을 말한다. 이거 계속 나오니까 헷갈리지 말고 기억해 둬라. 자, 이런 몇 가지 기본을 숙지했으면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제각각 처한 처지와 상황이 다르기에 천편일률적인 보험가입 요령이란 없다. 각자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서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보편적인 요령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보험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입 해 놓는다’는 것이고 또한 중요한 것은 ‘납입기한’이란 놈이다. 보험사에서는 늙은이 보다 젊은이가 죽거나 다칠 위험이 낮다는 경험생명표라는 표딱지에 준거해서 보험료를 산출하기 때문에 일찍 가입하고 일찍 납입을 완료한 다음 보장을 길게 받는 것이 무엇보다 금전적으로 유리한 것이지. 보통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에서는 20년납을 많이 추천한다. 보험료를 오래 내면 오래 낼 수록 보험설계 사의 수당이 좋거든. 7년납이나 10년납은 수당도 별로이고 뭣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꾸준히 오래도록 돈을 내 주는 게 장땡 아니겠니. “삼성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가 무엇인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건희대제께서 “삼성생명”이라 답한 이유가 있지.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은행업을 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제 하에서 보험사는 장기적으 로 꾸준히 목돈이 들어오는 황금젖줄이기에. 하지만 보험료를 내는 고갱님 입장도 그러한가. 아무래도 고객 입장에선 보험료를 짧게 내고 보장을 길게 받는 게 좋겠지. 하지만 보험회사도 짱구는 아니기에 보험료 납입기간이 짧으면 짧을 수록 보험료는 비싸지지. 그니 까 10년납, 15년납, 20년납 중에서 가격을 비교해보고 각자 자신에게 알맞는 금액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당장 다달이 내는 보험료가 싸다고 주구장창 30년 넘게 보험료만 내다가 죽을 순 없잖아. 이왕 낼 거, 지금 능력이 좀 된다면 후딱 내고 맘 편히 잊고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1.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알려주마
보험은 크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나뉜다. 무슨무슨생명은 생명보험사이며, 무슨무슨 손해 혹 은 무슨무슨 화재 등등은 손해보험사야. 이 차이는 다시, ‘정액보상’이냐, ‘실손보상’이냐로 나뉘지. 니가 볕 좋은 주말 오후에 자위를 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문을 여는 바람에 놀라 굴러 떨어져서 팔이 부러졌다고 치자. 그래서 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치자. 그랬더니 수술비와 입원비, 약값 등의 병원비 가 150만원이 나왔다 치자. 니가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입 당시의 특약에 정해놓은 가입금액이 정액으로 보상된다. 니가 손해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입 당시의 특약에 정해놓은 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실제로 발생 한 병원비가 지급된다. 쉽게 말해서, 넌 병원비가 150만원이 나왔는데 애초에 생명보험에서 300만원 주기로 했으면 300만원 을 받는 거고 손해보험에서 1천만원 주기로 했으면 1천만원 한도 내에서 실제로 발생한 비용, 그러니까 150만원을 지급받는 거다. 얼핏 보면 당근 생명보험이 더 땡잡은 느낌이 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험료는 손해보험 쪽이 생명보 험 상품보다 좀 더 저렴하지.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한가지. 생명보험은 몇 개를 가입하든 가입한 곳에서 모두 돈을 받을 수 있는 ‘중복보장’이 가능하지만 손해보험은 오로지 한군데에서만 실제 발생한 금액만을 보상해 주므로 ‘중복보장’이 안 된다. 즉 너에게 청구된 병원비가 150만원일 때, 니가 생명보험 상품을 3~5개 가입해 놨다면 병원비 내고 남는 돈으로 넌 차를 바꾸거나 늘 그랬듯이, 여자친구 몰래 룸빵에서 북창동 스타일로 놀거나 안마방 가서 질편하게 어깨결림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니가 손해보험을 3개 가입했든, 100개를 가입했든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닥치고 150만원이란 얘기야.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원성이 좀 높았는데 몇 년 전에 보험사 전산이 통합되면서 최근엔 애초에 손해보험 중복가입을 못하게 만들었단다. 여기까지 알아 쳐먹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자.
2. 주계약과 특약도 알려주마
보험 구성은 주계약과 특약으로 나뉜다. 애초 보험의 목적은 주계약, 즉 사망보험금이야. 니가 죽었을 때 남겨진 가족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지.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과 재해사망 등으로 나뉘고 재해사망이란 급격한 외부충격에 의한 블라블라, 이런 건 몰라도 돼. 그냥 나 죽으면 나오는 돈인가부다, 생각하면 된다. 전업주부인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 한둘이랑 알콩달콩 살던 40대 가장이 불의의 사고 혹은 질병으로 급작스레 사망했을 때 남겨진 와이프와 자식은 남은 아파트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전세로 월세로 하향이동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식당 설거지를 하거나 노래방 도우미에 나서고, 갑자기 쪼들려진 형편에 절망한 사춘기 딸내미는 원조교제를 하게 된다는 ‘2012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류의 신파는 반도의 흔해빠진 스토리이지. 음. 그래서 나 죽으면 마누라는 둘째 치고 내 자식새끼만큼은 쪼들리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최소 1억에서 많게는 몇 억까지 사망보험금을 깔아놓고 가는 것이 ‘종신보험’이란 상품인 것이고, 애초 보험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기에 ‘보험의 꽃’이라 불리는 거지. 니가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면 이 타이밍구에서 두 가지를 떠올릴 게야.
첫째 — 난 아직 장가도 안 갔으니까 나 죽으면 횡재할 사람, 필요 없는데?
둘째 — 내가 비싼 종신보험 가입해 놓고 살다가 나이 60~70 넘어서까지 안 죽고 멀쩡히 살면? 그 돈 아까워서 어떡해?
첫 번째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자면, 위에서도 얘기 했듯이 보험은 무조건 한살이라도 어리고 젊을 때 가입해 놓는 거다. 그니깐, 지금 한 푼이라도 저렴할 때 가장 낮은 수준의 사망보험금을 깔아놓은 다 음 나중에 장가를 가고 애를 낳았을 때 증액을 하거나 추가가입을 하면 되는 것이지.
두 번째에 대해선 보험회사에서 “그럴 줄 알았지요. 후훗”이라며 대비해 놓은 쉴드가 있다. 바로 연금 전환이라는 카드인데 니 나이 60이 넘고 자녀들은 다 독립했기에 내일 당장 죽어도 가족에게 경제적 으로 별반 데미지가 없어서 많은 사망보험금이 필요 없어지면 사망보험금을 감액하고 그 때까지 납입 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연금으로 전환해서 용돈 받아 쓰라는 얘기지. 오케이? 암튼 일단 주계약으로 사망보험금을 대충 깔았다 치고, 이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리고 말도 많고 말썽 많은 ‘특약’이란 놈을 살펴보자. 특약은 기본적으로 종신이 없어. 짧게는 60세, 길게는 80세 보장이지. (요즘은 100세만기 상품도 많다만. 솔까 100세까지 쳐 살면서 보험혜택 볼 이유, 있냐? 난 모르겠다.) 오만잡다구리 특약이 많은데 딴건 다 집어치우고 우리는 꼴랑 4가지만 알아두면 된다. 암, 2대질병, 수술, 입원. 암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선 수익률이 자꾸 낮아져서 근래 들어 보장범위도 줄고 암보험 자체를 점점 없애는 추세란다. 니가 가입한 보험이 무엇이든 간에 암은 가입한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안에 암에 걸리면 절반밖에 못 받아. 그니깐 거액의 보험금을 타먹고 싶으면 보험 가입한 지 최소 2년 후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도록 해. 사람들의 암에 대한 공포가 워낙 커서 기존의 암 특약만으론 부족하다 싶어 암 보험을 따로 가입하고는 하는데 내 생각엔 3천~4천만원의 진단비 규모라면 충분치 싶어. 하지만 뭐, 각자 처지나 규모가 다르니 그건 니가 알아서 선택 해야겠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암에 걸리면 강남에 집을 한 채 살 수도 있더라만, 그런 건 좀 오바 아닌가 해서 말이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2대 질병 특약’이야. 2대 질병이란 ‘뇌출혈’과 ‘급 성심근경색’을 말하거등. 이것도 2~3천만원 규모면 충분치 싶은데 이건 규모가 문제가 아냐. 바로 ‘뇌 출혈’이 문제지. 예전엔 모든 보험사에서 ‘뇌졸중’을 보장해 줬는데 울 나라에 중풍환자가 너무 많아서 보험회사가 손해를 많이 봤대. 그래서 뇌출혈과 뇌경색을 모두 포함하는 ‘뇌졸중’은 손보상품에만 남 아 있고 생보상품에는 뇌경색을 제외한 ‘뇌출혈’만 보장되는 것이지. 그러니 내가 가입해놓은 보험상품에 뇌출혈만 보장되는지, 아니면 뇌졸중으로 보장되는지 반드시 체 크해 봐야 할 사항이지. 수술과 입원비 특약은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알아서 적당한 규모로 가입하는 거지 뭐. 수술비는 많 은 보험사가 대충 비슷한데, 입원비로 가면 얘기가 좀 달라. 예전엔 국내사보다 외국계 보험사의 입원 비가 같은 가격대비 보장이 컸었는데 요즘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보 는 와중에 입원비 보장 규모를 하나의 기준으로 놓고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야. 자, 특약에 대한 설명이 끝났…을 줄 알았지?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설명이니 귓구녕 달팽이관을 바짝 세우고 쳐 읽어야 할 것이야. 특약이 중요한 것은, 특약 그 자체가 아니라 ‘갱신’이란 놈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예를 들어, 니가 ‘딴지생명’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치자. 10년납입기한에 보험료는 12만원이야. 주계약 은 종신보장이고 앞서 얘기한 암, 2대질병, 수술, 입원 등 각종 특약은 80세 보장이야. 그럼 넌 10년 동안 정해진 보험료를 내고 특약은 80세, 주계약은 종신토록 보장 받으면 끝이야. 10년만 돈을 내면 그 이후론 평생 보장 걱정은 잊고 늘 그랬듯 아무 생각 없이 자위나 하다가 팔이나 부러지 며 살면 되는 게야. 헌데 ‘가카생명’의 종신보험 상품은 어떠한가. 10년납입기한에 보험료는 8만5천원이야. 싸네? 헌데 주 계약은 똑같지만 암, 2대질병, 수술, 입원 등 각종 특약은 5년 갱신이네? 당장의 토탈 보험료가 더 쌀 수는 있어. 하지만 5년마다 돌아오는 갱신 금액이 얼마나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몰라. 내가 알기론, 울나라 생명보험사 중에 두어회사가 특약에 5년갱신이란 딱지를 붙여놨걸랑. 일 테면 이 런 거다. 보험회사에서 어떤 상품을 팔아. 한창 잘 팔았는데 특정한 특약에 편법적인 틈새가 있어. 사 람들이 이걸 놓칠 리 없지. 갖은 방법으로 개떼처럼 보험금을 청구 해. 그래서 회사 수익률이 급감해. 그럼 회사는 손해를 어디서 보전할까. 5년마다 돌아오는 특약갱신에 보험료를 때려 넣어서 퉁 쳐 버리 는 거야.
실제로 모회사 상품은 가입한 지 5년이 지나 특정특약의 갱신금액이 너무 높아져서 배보다 배꼽이 커 져버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 물론 그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할 말이 참 많아. 온갖 대응논리 로 갱신상품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나발을 불지. 그럴 땐 옛말 중 하나를 점잖게 꺼내놓을 수 있을 거야. “말이 많은 걸 보니 빨갱이로구나!” 보험의 특성 중 하나가 ‘장기’상품이라는 거야.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넘어야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지. 이 특성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는 거야. 오만 가지 논리로 10년 후, 20년 후 미래를 얘 기하지만 그거 다 뻥카다. 지가 박정희냐? 반인반신(半人半神)이라도 되나?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10년 후 오늘을 예상할 수 있겠어. 갱신되는 특약은 무조건 쌩 까는 게 상책이란 말이다. 어쩔 수 없는 갱신특약도 있다. 그건 실손보험상품이란 건데, 원래 손보사 실손상품은 100% 보장, 생보사 실손상품은 80% 보장이었다가 몇 년 전에 손보, 생보 할 것 없이 90% 보장으로 통일했지. 손보사 입장에선 생보사보다 비교우위의 유력한 무기가 꺾였기에 금감원이 생보사 로비에 밀린 거라고 징징거리기도 했다는 건 니가 몰라도 되는구나. 참. 암튼, 이건 대한민국의 모든 실손보험이 죄다 3년 갱신이기에 아예 가입 자체를 안 하면 모를까, 가입을 한다면 3년 갱신은 감내해야 하지. 아, 실손보험이 뭐냐고? 소소하게 아파서 병원 갔을 때 검사비와 주사비, 약값 등을 보장해 주는 값싼 보험. 값은 저렴한 대신 3년 갱신 상품이므로 50대가 넘어가면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는 부정적인 부분 도 있지. 그래서 손보사에서는 토털 보험료에 보장보험료와 적립보험료를 따로 산출해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 급격히 오르는 보장보험료를 적립보험료로 대체해 주는 방법을 쓴다는 건 니가 몰라도 되는 거구나. 참. 어떤 보험아줌마들은 감기 걸려서 병원 가도 병원비에 점심값과 교통비까지 나오는 보험이라는 개구 라를 쳐서 팔아먹드만. 에효. 그러니 보험설계사는 죄다 사기꾼이라는 소릴 듣고 사는 게지. 누굴 원망하겠어. 글이 쫌 많이 길어졌으니, 돈만 많았지, 머리는 그닥 좋지 않은 너를 위해 정리를 함 하고 넘어가자.
- 보험은 필수다.
- 보험은 한살이라도 어릴 때 가입하는 게 좋다.
- 한번 가입한 보험은 어떻게든 유지하는 게 좋다.
- 동시에 균형을 잃은, 쓸데없고 불필요한 가입은 하루라도 빨리 깨는 게 좋다.
- 자신의 현재 처지에 알맞은 사망보험금과 특약 규모를 생각해 가입하라.
(전문가들 얘기로는, 보장성보험으로 지출하기에 알맞은 금액이 월수입의 7%대라고 하더라.
참고하자.)
- 납입기한도 신경 쓰자.
- 뇌졸중인지 뇌출혈인지 체크해 보라.
- 도찐개찐인 많은 회사 상품들 중에 뭐로 가입할까 고민될 때에는 입원비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라.
- 지금 당장 돈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실손보험 꼴랑 하나만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갱신특약은 피하라. 됐나? 여기까지 알아 쳐먹었으면 마지막 진도 나가자.
3. 저축성 보험까지 알려주마
보장성보험에 대한 이빨은 대충 다 풀었으니, 이 글의 마지막을 장식할 저축성보험에 대해 몇 줄 더 얘기하고 끝낼게. 사실 이건 그리 긴 말이 필요가 없다. ‘보험상품으로 저축하는 거 아니다.’ 끝. 더 설명이 필요해? 음. 귀찮지만 해보지 뭐. 몇 년 전부터 보험회사의 트렌드가 죄다 ‘은퇴설계’와 ‘노후보장’으로 옮겨진 건 알고 있지? 몰라도 상관없다만. 베이비부머세대가 퇴직금 받아 치킨집이나 삼겹살집, 편의점 점주로 일하며 가장 민감해 하는 사항이 아파트값과 노후대책이잖아. 평생 집 한 채 바라보며 아등바등 살았는데 느닷없이 집값이 똥값 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30~40대도 그런 아버지 혹은 삼촌을 보며 노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부모세대 부양에 대한 부담감은 또 어떻구.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갈수록 인구는 줄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환경 하에서 젊은 세대가 노령세 대를 부양해야 할 몫은 자꾸만 커지게 되지. (하지만 “노인네들은 전부 갈아서 비누를 만들어야 한다.” 는 너의 과격한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더구나. 그런 증오의 정서는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정서 아니겠니.) 이런 환경에서 보험회사들이 발 빠르게 “100세 장수시대, 늙어서 파고다공원에서 박카스나 마시고 지 하철에서 폐지나 주으며 불행하게 꾸역꾸역 사시거씀까?”라며 약을 팔고 있는 게지. 무척이나 교과서 적으루다가 맞는 말이긴 해. 생활경제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계획성’이니까. ‘단기, 중기, 장기’의 목표를 나누고 수입을 분산해서 목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틀이니까. 문제는 노후의 공포에 쩔어 단기고 장기고 나발이고 간에 노후 대비 한답시고 보험상품에 몰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 이 편지를 쓴 애초의 계기도 니가 모은행저축보험이라는 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잖아. 방 카슈랑스는 은행(뱅크)과 보험(인슈어런스)의 합성어인데 니가 몰라도 되는 거였구나. 참. 비과세라는 점과 안정적 최저이율 보장이라는 말에 혹해서 가입했다고 내게 두 눈에 핏발 세우고 주 먹을 휘두르며 강변하드만 내가 “아휴, 잘했다. 아가 내일 동영상 씨디 한 장 구워다 주까?”라고 할 줄 알았니. 비과세 금융상품이 차츰 없어져서 얼마 후 아예 사라질 거란 말은 맞아. 우리 부모님 세대엔 은행금리 만 평균 15%대. 닥치고 저축만 해도 자산이 불어나던 세대였더랬지. 세월이 지나 자꾸 금리는 낮아지 고 세수증대에 목마른 정부는 5년에서 7년, 다시 10년으로 비과세 대상 자격상품을 줄여 나가고 있다. 다른 외국 사례를 보건대 울 나라도 얼마 안 있어 비과세 혜택 상품이 없어질 거야. 아마. 헌데 10년납 상품에 변동금리 4.5%, 최저이율보장 2.5%라고? 니가 재벌이냐? 아, 재벌 맞지 참. 돈 많은 자산가는 급격한 수익률을 원치 않아. ‘하이리턴, 하이리스크’를 알고 있기 때문이지. 그냥 있 는 자산 안 까먹고 3% 수익률만 나 줘도 감지덕지하는 특성이 있지. 그래서 물가상승률을 상쇄하는 물가연동국채가 인기폭발이었던 것이고. 헌데 물가상승률 평균 4~5%의 나라에서 10년만기 수익률 4.5%라고? 전형적인 마이너스 금리잖아. 그냥 그 돈으로 금이나 생필품을 사서 장독대에 넣어 묻어놓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더 치명적인 것은 이거야. 아까도 얘기했지만 보험상품의 특성은 ‘장기상품’이라는 데에 있어. 그 상품이 은행에서 팔리건 새마을금고에서 팔리건 우체국에서 팔리건 간에 상품에 ‘보험’이란 글자가 박혀 있으면 그건 법적으로 무조건 사망보험금을 깔고 가야 해. 그러니깐 니가 매달 넣기로 한 금액 30만원중에는 너에게 하등 쓸모도 없는 사망보험금에 필요한 보험료가 깎여나간다는 말이야. 너 종신 보험 있잖아? 너한테 따로 1천만원이라는 사망보험금이 왜 필요하지? 보험료라는 말은 영업보험료의 준 말인데 영업보험료는 순보험료와 부가보험료로 나뉘고 순보험료에는 위험보험료와 저축보….부가..신계약비………에이 씨팔. 그냥 하지마! 게다가 니가 늘 그랬듯, 갑자기 여자친구를 임신시켜서 돈이 필요해. 당장 가진 돈이 없어서 저축보험 상품을 깨려고 봤더니 6~7년 되기 전까진 앞서 슬쩍 언급한 보험료와 사업비로 일정 금액이 빠졌기 에 원금 도달도 못해. 3~4년 주구장창 낸 돈에서 꼴랑 절반 남짓만 돌려준대. 그 짓을 대체 왜 하는 건 데? 복리? 케이블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보험저축상품들을 자세히 눈 여겨 봐봐. 꼴랑 요거 넣고 복리의 마 술로 나중엔 엄청난 금액으로 불었다고 얘기하지. 그 나중의 예시가 뭐더라? 정확히 30년이야. 꼴랑 요거와 나중킹왕짱 사이엔 30년이라는 다리가 놓여져 있단다. 복리가 대단한 것인 건 맞지만 무턱대고 마술은 아니란 얘기. 저축보험상품이 내세우는 장점은 복리와 장기저축이라는 건데 그 수익률 또한 물가상승률이라는 넘 사벽 앞에 초라해 지는 것이고 그냥 당장의 보험회사 주주들 배 불려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너에게 적격상품이 어떻고 비적격상품이 어떻고는 말 할 필요가 없겠지만 바로 위에서도 얘기했 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자금을 위한 계획성이야. 너에게 필요한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나눠. 그 리고 니 월 수입에서 지혜롭게 분산해야겠지. 단기에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강제성도 필요하겠지만 유동성 기능 또한 중요해. 그러니 쉽게 말해, 차 를 한대 뽑고 싶다면 우선 차종을 고르고 목표액을 설정한 다음 1~2년짜리 자유적금이나2~3년짜리 월복리상품 같은 걸 알아보는 게 낫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가면 은행권 예/적금 금리표가 있으니 참고하고. 금융상품은 널렸다. CMA가 어떻고 ELA가 저떻고 펀드가 거떻고 참 많지. 그러니 가뜩이나 없는 살림 에 은행예금은 이율이 너무 낮고 어디서 줏어쳐들은 건 있어서 재테크 꿈도 꿔 보고, 대체 뭘 하면 좋 을지 고민이 많이 되겠지. 그건 니가 스스로 공부를 해야지. 어쩌겠니. 내 주위엔 종자돈 3백만원으로 주식 단타 쳐서 월20~30만원 담뱃값 버는 놈도 있다만 그게 말이 쉽 지. 결코 쉬운 게 아니더라. 하루죙일 스맛폰으로 주식만 쳐다보고 자빠져 있어야 되니 원. 보험 중에 변액유니버셜보험이라는 게 있다. 줄여서 VUL 이라고도 하지. 내가 저축보험 중에 유일하게 맘에 들어 하는 녀석이지. 물론 나도 하나 갖고 있고. 계속 얘기했듯이, 보험은 ‘장기상품’이기에 사실 이것도 20~30년 후에나 빛을 발할 녀석이야. 그니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그림은 이거다. 애를 낳았어. 내 아이를 위해 ‘어린이변액유니버설보험’(KID’S VUL)을 가입해. 용도는 학자금. 그렇게 한 20년을 부었더니 어느 정도 목돈이 돼. 그걸로 아이 대학등록금을 해결 해. 그리고 명의는 어차피 내 아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그 아이에게 물려 줘. 그럼 내 새끼는 비과세에, 복리에, 입출금이 자유 로운 종자돈 통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셈이야. 그 새끼는 연애질이나 하러 댕기기 바쁜 시절을 지나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고민하는 30대가 되면 눈 물을 철철 흘리며 애비인 내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긴 개뿔. “부모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생색은…” 이라고 하겠지. 씨발. 물론 이 상품도 함정은 있어. 변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펀드투자상품이걸랑. 그냥 펀드 상품보다 장기적이기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 매달 돈 처박아 넣으면서 내 떡 나 몰라라 쌩까고 있 으면 수익률이 바닥을 길 것이니 그때 그때의 나라경제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편드구조변경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 사람들이 펀드상품을 가장 우려하는 이유가 주식이 작살나면 원금회수도 못할 수 있다는 점인데 2~3 년내의 상황이라면 물론 그렇지만 10~20년 상황이라면 레버리지 효과…는 설명이 귀찮고 암튼, 나라가 쳐 망하지 않는 이상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으니 장기투자상품 중엔 제격이란 말씀. 동시에 내가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 하필이면 IMF때 처럼 주식이 개작살나는 시점이라면 꾸욱 참고 몇 년을 더 버텨야 한다는 약점이 있지. 그래서 내가 아닌 자식새끼를 위한 상품이라고 얘기한 것이고. 뭐, 이쯤이면 보험이라는 물건에 대한 대략적 설명이 되었으리라 싶다.
4. 그리고…
어쩌다 보니 정치와 시사, 그리고 체육동영상 부분을 넘어 이젠 내가 급기야 경제관련 글까지 써제끼 게 되었구나. 거듭 얘기하지만 광근이 니가 아무리 부모 잘 만난 재벌이라 하여도 이런 소소한 경제상식 정도는 갖 추고 사는 것이 상위 1%의 뽀대나는 자세가 아닐까 싶어. 여자 꼬시기에도 좋고 말이지. 솔까, 이런 몇 가지 팁이 너에게 무슨 필요가 있겠니. 돈 한 푼에 손이 벌벌 떨리는 평범한 우리네 사람 들에겐 절실한 내용일 지라도 말이야. 부탁하나 하자면, 이젠 스트레스 받는답시고 절구에 병아리 넣고 빻는 취미 따위는 그만두길 바란다. 옆에서 보던 혜영씨가 사색이 되어 경기를 일으키더라. 아무리 급전이 필요해도 그렇지. 부모님 유산과 사망보험금을 노린다거나 여자친구 손목을 몽키스페너로 내리칠 궁리 좀 제발 하지마. 나한테 관련 보험사항 물어봤자 그런 건 안 가르쳐 준다. 어쨌거나 니가 속한 상위 1%가 가뜩이나 허리가 휘고 있는 99%의 단물 좀 그만 빨아먹고 더불어 먹고 사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추신 : 메이저리그 3할 타자 UMC의 Xsdenied란 곡에 나오는 등장인물, 임광근을 차용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