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는 컨설팅과 외주사업으로 얼마나 벌수 있나? (Part 1)

Kisang Pak
10 min readFeb 2, 2018

--

나는 2012년 중반부터 2016년 말까지 약 4년반동안 풀타임으로 스타트업/사업을 했었다. 처음에는 자사의 제품도 몇개 만들고 그 중 하나는 고객의 반응도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규모있는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것이 소프트웨어 컨설팅 (혹은 외주) 이었다. 가끔씩 사람들이 왜 자사의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지 않았냐고 묻는데 나와 동업자는 처음부터 외부의 투자없이 자사의 제품이든 컨설팅이든 회사매출로 자생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컨설팅을 한다는 것에 처음부터 별 거부감이 없었다. 처음에는 작은 프로젝트를 한두개씩 받다가 나중에는 회사구성원들(2–3명)이 먹고살기에 별 문제없는 사이즈의 프로젝트들도 들어왔고 클라이언트 회사중 하나는 대기업에 매각 되어서 소액이지만 보유하고 있던 그 회사의 주식을 현금화한적도 있었다.

우리처럼 작은규모의 회사(2–3명)가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할때는 고객선택의 범위가 한정적이다. 대기업에서 대형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줄리가 없고 반대로 소기업이나 개인같은 경우 budget 이 너무 작아(< $50,000)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일정수준의 엔지니어링팀이 있는 회사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우리가 주로 타겟하던 클라이언트들은 -

  1. 막 시작하는 작은규모(5명 미만)의 회사나 개인. 상대적으로 빈약한 엔지니어링 팀. 하지만 나름 투자를 받거나 하여 budget 이 어느정도 있음. 이런 경우 클라이언트들 대부분이 실리콘밸리내의 인맥이 상당히 좋은편임.
  2. 대기업. 신규사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데 남는 budget 이 많지 않음. 하지만 역시 대기업이라 그들에게는 작은 budget 도 우리들에게는 꽤 의미있는 액수인 경우가 많음.

위의 두 경우에서도 주로 1번이 성공확률이 높다. 이렇게 나름의 niche market 을 찾고 잠재고객들과의 수많은 미팅을 통해 계약체결에 가까워 지면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그래도 저 당시에는 운이 좋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였는데 컨설팅할때 가격협상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 당시 꽤 많이 공부하고 고민을 하였다. 그당시 배운것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다.

가격 정하기 - Price anchoring

컨설팅 사업에서 많은 부분 가격이라는 것이 상대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에게 가격을 얘기하면 그분들은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본인들의 경험이나 지식에 근거해 자신들의 머릿속에 있는 가격과 비교해 비싸다/싸다 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가격을 제시할때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비교할 가격을 우리가 먼저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가격이 괜찮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을 price anchoring 이라고 한다.

예를들어 아래에 나온 Shopify 의 가격표를 보자. 나도 Shopify 를 많이 써보았는데 실제 Shopify 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가격은 $79/month 딱 하나다. 이들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79 을 저렴하게 보이게 하느냐이다. 그런데 저 가격 하나만 달랑 있으면 고객들은 평소에 익숙한 넷플릭스 가격등과 머릿속으로 비교하며 ‘$79? 왜이렇게 비싸.' 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바로 옆에 $299 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79 이 싸게 보이게 하는 것.

우리회사의 경우 다음과 같은 계약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회사 직원이 나를 포함 딱 2명이었는데 컨설팅 액수는 2달(8주)기간동안 $247,500 (=$165,000+$82,500)를 받는 것으로 체결하였다.

컨설팅 계약서. 참고로 이런 계약서의 기본 templates 은 인터넷에 많이 있다.

거의 $250,000 에 달하는 액수인데 크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액수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달랑 2명있는 회사가 2달동안 수행하는 액수치고는 꽤 크게 느껴질수가 있다. 그래도 회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는 개발, 디자인, QA, 프로덕트 메니지먼트까지 다 해주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price anchoring 이 가능하다.

비교가격 (실리콘밸리 기준, 2개월 단위) -

엔지니어 3명: $100,000

디자이너 1명: $25,000

프로덕트 매니저 1명: $25,000

QA 1명: $20,000

위와 같이 순수하게 인건비만 $170,000. 여기에 계약직의 프리미엄과 recruiting, maintenance, updates 등을 포함하면(~1.8X) 최소 $300,000 은 쉽게 넘어간다. 이렇게 우리의 가격을 $300,000 과 비교하여 우리가 제시한 $247,500 이 상대방이 납득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물론 이런 가격을 제시할때 가장 중요한것이 그동안 쌓은 신뢰이고 실력의 입증이다. 가격을 제시할때까지 우리는 최대한 자주 클라이언트와 만나면서 개발이외에도 디자인, 제품기획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가치를 제공할수 있다라는 확신을 주었다. 가령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얘기할 경우 우리가 디자이너들만큼 지식을 갖추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 샘플을 보았을때 디자인 자체가 제품의 코어를 쉽게 나타내는지 혹은 뭔가 어색하거나 텅빈 느낌이 들 경우 폰트의 타입, 사이즈, 또는 색감의 대칭등 조금은 디테일한 부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격협상 — Never bargain over position

대부분의 가격 협상은 A 가 B 에 가격을 제시하면 B 는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결국 A 와 B 가 원하는 가격차이의 중간 어디에선가 결정이 된다. 가장 흔한방법이기는 하지만 옳은 방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위와 같이 될 경우 양쪽 모두 가격에 대한 불만이 쉽게 생길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상대방이 높다고 생각할때에는 그 간극을 우리가 제공하는 value 로 보충을 하고 이것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조금 귀찮더라도 결과적으로 양쪽을 다 만족시킬수 있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을 상대방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나머지는 그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보충설명)

가격을 상대방에게 제시하기전 결정과정을 상대방과 공유한다

보통 가격을 제시할때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격결정을 할때까지 상대방과의 대화이다. 예를들어 클라이언트에게 “1주일 후에 가격포함 proposal 을 줄께” 라고 얘기한후 그 1주일동안 클라이언트에게 별얘기 안하다 어느날 갑자기 가격을 보내주면 십중팔구는 상대방이 수락을 하지 않는다. 가격을 제시할 때까지 최대한 자주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하면서 시장상황, 인건비 시세, 제품에 들어갈 인력과 시간등에 관한 데이터를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클라이언트가 최종적으로 가격을 받았을때 이미 어떻게 그 가격이 형성됐는지에 대해 모든 context 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수락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가격을 얘기할때는 반드시 만나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

가격을 내부적으로 정하면 이제 상대방과 여기에 관해 얘기를 할때가 되었다. 가격협상을 할때 가장 효과적인 자리는 상대방과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중간중간 상대방의 얼굴표정, 바디랭귀지등을 읽고 패이스를 조절할수 있다. 상대방이 거부감을 표시하면 한템포 늦추고 반대로 호감을 가지면 밀어부칠수 있는 타이밍을 대충 감으로 알수 있다. 만약에 물리적으로 먼거리에 있어서 만남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화상채팅. 그것도 안되면 전화. 가장 안좋은 방법이 이메일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느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하려고 할때 세일즈팀들이 굳이 전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 다 이런 이유이다.

지분을 가져올때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명의로 가져온다

가끔씩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가격을 정할때 우리와 상대방이 원하는 가격의 중간을 찾는것이 아닌 우리가 제공할수 있는 value 를 기준으로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씩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도저히 상대방이 못맞출때 그 회사가 어느정도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그 회사의 지분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실리콘밸리는 뉴스에 나오는 대형 M&A 외에 작은 사이즈의 회사매각도 워낙에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운이 좋으면 위와 같이 가져온 지분을 현금화할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운좋게 클라이언트 회사중 하나가 대형 IT 회사에 매각이 되어 작은 액수였지만 그 회사의 보유지분을 현금화 한적도 있었다 (아래그림참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지분을 가져올때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회사가 지분을 가져오는 구조였을때 중간에 우리 회사가 문을 닫아서 없어지면 나중에 그 지분을 개인자격으로 claim 하기가 복잡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 회사가 다른 회사에 매각될 당시 주주중의 하나였던 나에게 온 이메일

시간당 버는 돈 > 전체 계약액수

일단 이렇게 클라이언트의 일을 시작하게 되면 hourly fee 의 목표를 잡고 늘 점검하며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경우 프로젝트를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효율적으로 끝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남는 시간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든지 자사제품을 만들던지 해서 회사매출을 더 늘릴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찮기는 했지만 타이머를 늘 켜놓고 매일 프로젝트에 쓴 시간을 계산함으로써 정확하게 hourly fee 를 계산하였고 또 이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metric 이기도 하였다.

반드시 차선책을 가지고 협상테이블로 간다 — BATNA

거의 모든 MBA 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중의 하나가 BATNA —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즉 지금 진행되고 있는 딜이 깨졌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이 항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이 가격을 내리려거나 부당한 조건을 제시할때 마지막 순간에 딜이 깨져도 큰 문제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협상 테이블에 가기전 돈을 버는 ongoing 프로젝트가 꼭 있던지 혹은 다른 계약건의 협상 타이밍과 어느정도 시간을 맞추어서 진행을 하였다.

이것은 나에게 맞는 일인가?

이렇게 컨설팅 사업을 하는 막바지에는 나름 이런 규모있는 계약건들이 대기업등에서 들어오기도 해서 한때 ‘아예 이길로 가야하나’? 라고 심각한 고민을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수십명의 사람들과 만나며 세일즈를 해야하는 스트레스와 남의 제품을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한 열정부족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이후 한동안 컨설팅 일을 하지 않다가 또다른 경험을 쌓는 목적에서 미국의 유명 freelancer 플랫폼에서 거의 취미같이 용돈벌이를 한적이 있었는데 위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번에는 이런 freelancer platform 에서 어떻게 계약을 딸수 있는지에 대해 글을 써볼 계획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