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두 얼굴

여행자일 때 보던 홍콩과 살면서 보는 홍콩은 다르다. 이사온 지 한달 반, 겉은 화려하나 사람들은 고달파 보인다. 침사추이 하버시티나 홍콩섬 센트럴에는 명품 매장이 즐비하고, 비엠더블유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흔하디 흔하고 수 억씩 하는 마세라티나 롤스로이스도 쉽게 보인다. 매일 저녁 8시 침사추이에는 레이저 쇼가 펼쳐지는데 바다 건너 홍콩섬 IFC 2 빌딩과 중국은행 꼭대기에서 레이저 광선이 번쩍이고 외벽 네온사인이 춤을 춘다. 여행객은 즐겁지만 하루 하루가 버거운 이 곳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2014 년 홍콩의 일인당 국민 소득은 3만8천불. 부가세가 없고 소득세도 많아야 15%다. 숫자만 보면 잘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힘들다. 극심한 빈부 격차 때문이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사정은 더 나빠졌다. 지난 10년동안 실질 임금은 3% 늘었는데 집 값은 세 배 뛰었단다. 대륙 부자들이 홍콩 부동산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심천에서 홍콩까지 기차로30분, 대륙 사람들이 건너와 생필품과 분유까지 쓸어간다. 순하던 대학생들이 센트럴을 점거하고 민주화를 외친 건 놀랄 일도 아니다. 홍콩 정부는 그렇다고 뾰족한 답을 내놓지도 않는다. 오히려 부자 편을 든다.

중산층들은 열 평 남짓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수입의 반 이상을 집 값으로 낸다. 화려함과 남루함, 극도의 부와 가난이 뒤섞여 있다. 빈부격차를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홍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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