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토큰화(STO) 구조와 부동산간접투자 시장 [#카사코리아 구조]

KyoungHoon Lee
9 min readMay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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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토큰화란?

역사적으로 부동산은 주로 부자들의 투자처였다. 일반적으로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액의 여유자금이 없는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쉽지 않았고, 겨우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서 주거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부동산 간접투자가 가능한 수단이 발전하고 규제가 보완이 되면서 최근 몇 년사이에 부동산펀드와 리츠(REITs)에 대한 투자금액과 리츠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 부동산 간접투자시장 추이
한국 리츠 유형별 및 투자 자산별 그래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증권형토큰을 발행하는 시도가 부동산 토큰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 부동산을 매입해서 부동산에 기반한 토큰을 발행하여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하게 함으로써 유동성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스타트업인 카사코리아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 부동산처분신탁에 의한 부동산 수익증권의 토큰화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부동산의 토큰화가 기업 주식의 토큰화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첫번째, 가치의 변동성이 주식보다 안정적이다. 부동산 가격은 세계경제 위기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치가 비교적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수익률이 임대료에 기반하기 때문에 5~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서 투자자에게 부담이 적다. 두번째, 부동산 가격은 일반적으로 많이 오픈되어 있고 조작이 쉽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 주식보다는 투자자가 보호되는 측면이 있다. 세번째, 첫번째와 두번째 요건 때문에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은 거래소에 상장되거나 펀드를 만드는것이 기업의 주식보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하다.

부동산펀드와 리츠의 구조와 토큰화 대상

​부동산의 토큰화도 초기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부동산 간접투자의 가장 보편화된 투자기법인 부동산펀드와 리츠를 통해서 시도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실질 소유권에 기반한 부동산펀드나 리츠의 형태가 아닌 단순히 수익에 대한 권리(티제로의 TzeroP와 같은)나 부동산 이용할인에 대한 권리가 있는 유틸리티토큰이 결합된 형태의 증권으로 발행을 시도하고 있지만 모금실적은 좋지 않다.

​결국 부동산 토큰화 시장은 실제 부동산에 기반한 소유권을 여러가지 형태의 증권으로 토큰화해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기존 금융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부동산펀드와 리츠로 시도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부동산 토큰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펀드와 리츠의 구조에 대한 파악을 해야하고, 이런 구조에서 어떤 증권이 토큰화 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부동산펀드의 구조와 토큰화 대상 증권은 아래 그림과 같다.

부동산펀드는 리츠와 비교했을 때 투자대상이 다양하다. 실물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리츠와 같은 부동산 파생상품에도 투자가 가능하며, 개발사업에 대한 자금대여, 부동산 관련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펀드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투자하는 자산의 보호를 위해 자금의 모집과 운용을 분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 때문에 높은 수수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펀드의 경우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수익증권의 형태로 투자를 하게 된다. 투자금은 물론이고 투자수익에 대한 권리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부동산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다만 펀드는 일반적으로 리스크 헷지를 위해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특정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투자대상도 다양해서 부동산에만 투자하지도 않는다.

​국내의 경우 펀드의 가장 큰 단점은 거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고 기준가격을 정해서 정해진 가격에 환매가 가능하지만, 중도 인출시 환매수수료가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진다. 즉, 토큰화해서 거래를 할 여지가 없다. 부동산펀드를 통한 부동산 토큰화가 성장하려면 우선적으로 부동산펀드의 거래소 상장과 자유로운 거래가 선행되어야 한다.

​펀드가 만들어진 취지를 생각해 봤을 때 부동산펀드의 토큰화는 특정 부동산의 토큰화의 의미보다는 특정 국가의 특정 펀드가 글로벌 고객을 자유롭게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미국에서 부동산펀드로 부동산의 토큰화 프로젝트는 Rhodium Capital Advisors가 시도하고 있으며 1억달러를 목표로 펀드를 모금중이다.

리츠는 IMF때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2015년 부터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중심으로 오피스(사무용 빌딩)가 많이 운영되었다면 최근까지의 성장세는 위탁관리리츠가 이끌었고 대상도 오피스에서 주택 리츠로 확대되는 추세다. 리츠의 구조와 토큰화 대상은 아래 그림과 같다.

국내 규정상 리츠는 총 자산의 70%를 부동산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권을 갖는 의미에서 부동산펀드보다 특정 부동산의 토큰화에 가깝다. 리츠가 설립되면 직원이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SPC)로 운영되며 주식이 발행되어 거래소 상장도 가능하다. 2019년 1월1일부터 개정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상장규정이 시행되어 비개발위탁리츠를 중심으로 상장을 장려하는 중이다.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소에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츠 주식의 토큰화는 부동산 토큰화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식은 의결권, 리츠 수익에 대한 배당권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자의 권리가 잘 보호되는 측면이 있으며 거래소 상장 시 환금성이 좋아서 투자자들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리츠를 통한 부동산토큰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식의 토큰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식의 토큰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규제가 정비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리츠를 사용한 부동산 토큰화의 사례는 ELEVATED RETURNS에서 추진하는 아스펜코인(Aspen coin)이 있다. 아스펜코인은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의 DS Protocol을 채택하여 ERC-20토큰으로 발행되었으며 18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증권형토큰 거래소인 템플룸(Templum)에 상장되어 거래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시도하는 부동산 토큰화 구조(카사코리아 — Kasa Korea)

카사코리아에서 추진하는 방식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주로 쓰이는 부동산처분신탁에 의한 방법을 썼다. PF에서 자금을 넣는 금융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 토지를 소유한 시행사는 토지를 처분신탁하고 우선수익자의 순위를 금융기관, 건설사, 시행사(본인)를 설정해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가지는 구조이다.

부동산펀드나 리츠를 통한 부동산 토큰화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다면 기존 시장의 반대도 상당하고, 이미 규제된 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규제샌드박스를 승인해줄 여지가 없다. 또한 리츠의 경우 주식발행과 유통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토큰화가 불가능하다. 카사코리아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특정 부동산에 대한 토큰화를 타켓으로 하면서 신탁회사를 통해 자산을 보호하여 규제샌드박스의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

카사코리아의 모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특정 부동산을 소유하여 수익을 배부하는 펀드(수익증권)의 성격이면서도 리츠의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다. 부동산펀드와 리츠의 장점을 잘 받아들여 부동산펀드나 리츠와 비교해 부동산 토큰화 시장에 더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리츠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했던 신탁회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 이번 카사코리아의 규제샌드박스에 포함된 5개의 신탁회사들은 수주규모로 봤을 때 국내 상위 10위권 안에서도 탑클래스에 있는 신탁회사들이다. 국내에서 리츠의 수와 투자금액이 늘어나면서 신탁회사들이 공격적으로 강남 등 중심 상권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부동산 인수대금이 워낙 커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카사의 모델에 일반인들의 투자가 대거 몰릴 경우 신탁회사의 입장에서는 자금부담을 줄이면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소결

​부동산 토큰화는 주식의 토큰화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식의 토큰화가 선진국이 주도하는 시장이 된다면, 지리적 특성이 반영되는 부동산의 토큰화는 국가별 특화된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주식은 한국에서도 고민없이 사게되지만, 미국에 있는 부동산을 가보지도 않고 쉽게 구매하기는 어렵다.

​부동산펀드와 리츠는 토큰화에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수료가 많이 발생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특성을 잘 살린 모델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카사코리아의 모델과 같이 중간 단계를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며 이런 시도는 국가별 금융 및 부동산 규제에 따라 다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보통주나 우선주와 같은 주식은 주주의 권리가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반면 부동산 토큰화의 경우 펀드, 수익증권(1종, 2종), 주식(보통주,우선주), 처분신탁에 의한 우선수익권 등 다양한 형태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의 권리와 우선변제권 등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고 규제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토큰화는 증권형토큰의 발전과도 관련되어 있지만, 부동산간접투자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상당하다. 현재는 초기 단계에서 특정부동산의 토큰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자금 모집을 추진하는 단계가 대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상품들에 투자하고 리스크를 헷지하는 부동산펀드 형태의 토큰화도 발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자산관리회사(AMC)나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이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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