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 직업에 대해 노래하다

오늘의 브금은 달빛요정이다. 달빛요정을 안지도 십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저씨의 노래를 많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내 나름의 이미지 같은게 잡혀버렸다. 어딘가 굉장히 우울한 노래를, 가사만 보면 힘이 푹 빠지는 노래를, 그만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발음해서 힘주어 뱉어내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음악가. 우린 다 어딘가 찌질한 구석이 있으니까,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거야, 다들.

오늘은 회식이 있었다. 조금 멀리 나가 다같이 밥을 먹고 수다 떨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주 잠깐 좋아하는 일 혹은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흘러가듯이 지나간 주제인데 혼자 버스를 타고 집을 오는데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나는 좋아하고 있는가?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가?

처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꽤 오랜 시간 구직을 했는데 개발로 눈을 돌리고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회사에 들어왔다. 내 실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운이 좋았고 흐름을 잘 탔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보자-하고 마음 먹었던 때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우선은 돈을 버는게 급했고, 이제 내 밥벌이는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 수많은 낙방 끝에 나에게 오라고 하는 회사가 있어서 감사했고, 내 수준에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했고 사실 회사에 들어가는 것 밖에 선택할 수 있는게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내가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의심했다. 내 기준에서도 너무 쌩뚱맞게 시작해버려서 이 일이 나에게 맞을까? 내가 좋아할까? 잘할 수 있을까? 의심했고 이정도 규모의 조직에서 일해본적은 없어서 내가 회사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의심했다. 근 일년 동안 아 저 사람은 나랑 베이스는 비슷했는데 엄청나게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는 구나, 그럼 나는? 하고 고민했고 아 역시 타고난 거는 이길 수가 없구나하는 변명을 늘어뒀다. 내 마음 속에서 꿈꾸었던 것들, ‘하고 싶은 일'로 포지셔닝 됐던 일들을 생각하며 지금 내가 이걸 하고 있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고 내 욕심만큼 자라지 않는 나에게 실망했다. 그런데 회사에 처음 들어오면서 생각했던게 있었다. 적어도 3년, 아니 5년은 이 일을 계속 해보자. 중간 중간 힘들다고 그만두지 말고 그 정도는 해보자. 그때도 영 아닌것 같으면 때려치면 되지. 대신 그때까지는 참아보자. 그리고 이 일에 온전히 집중해보자. 주변의 소리들, 주변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급해지지 말고 그냥 나를 보자. 내가 어떻게생각하고 있는지 내 상태는 어떤지에 귀기울이자.

늘 마음 먹은대로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회의하고 바람 살짝만 불어도 앞뒤로 휘청휘청거린다.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집에와서 혼자 훌쩍일 때도 있고 이렇게 아무도 안 보는 곳에 나 힘들다 투덜투덜댈 때도 있다. 어쩜 많다. 흐흐. 오늘 오랜만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리액트 때문에 헤매고 화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있는데 주말에 일해도 그다지 싫다거나 하는 생각이 안들었다. ‘일'을 하고 있기는 한대 ‘내가 하는 일'은 일종의 매개체 혹은 도구고 이걸 핑계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생활이 너무 오래가면 지칠 것 같아서 완급 조절은 필요하다. 당연히 돈을 받고 일하고 있으니 그에 해당하는 정도는 해내야 한다. 하지만 계속 계속 직장인1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좀 더 열심히 재밌게 부담 느끼지 말고 해야겠다. 직장인1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냥 내가 되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 좀 더 즐겁게 살아야겠다.

달빛 요정 아저씨의 마지막이 쓸쓸하여..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에게 살아 있는 순간에 같은 시대를 살았고 지금 이순간 살아 있지 않은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빛요정의 노래가 듣고 싶었다.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청춘을 단 하나에 바쳤을 뿐,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