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에 급작스럽게 홀로 떠난 여행은 적당한 심심함과 적당한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순천과 여수를 꼭 한 번 가야지, 했는데 왜 이제야 왔지-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멋있었다. 연휴 전이라 사람이 없었고 구름이 낄 거라는 예보를 무시하고 해가 쨍쨍해서(너무 쨍쨍해서 문제일정도로) 어딜 가도 좋았을 것 같지만. 피부가 뒤집혀져 잠자는게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냈다. 함께 잤던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너무 오랜만의 혼자 여행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3년 전쯤 제주에서 혼자서 너무 우울했던 기억과는 상반되게 내가 즐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공원이나 바닷가를 갈 때는 꼭 돗자리 비슷한 걸, 신문이라도 챙겨갈 것. 요즘 돈관리 잘 안하고 있었는데 다시 좀 신경써서 좀 더 자주 여행가기. 상대방의 직업, 연봉, 가족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결혼 문화에 대해서 속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이라는게, 결혼할 사람을 만난다는게, 내가 만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게, 내가 이러이러하게 살고 싶다-라는 이상 혹은 목표에 대해서 이 사람과 함께 살았을 때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 함께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에 어쩌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추가. 다만 문제…아닌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그 이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산다는 건, 거기다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까지 하면 결혼이라는 건 정말 너무 어렵겠군. 내가 죽기 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이 안모인다고 한다. 다시 건강해지셨으면, 다시 건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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