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라, 사랑한다면.

한때, 나는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담겨 있었겠지만, 그중 여자 친구의 말이라면 반대하지 않고 뭐든 걸 따라 했던 행동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랬다.

나는 여자 친구와 싸우기 싫었다.

누군가 말했듯,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야 할 시간에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이는 일로 싸우며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또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숨기는 방식으로 연애를 해왔다.

선택지는 내가 만들었지만 선택은 내가 하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은 내색이 있으면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가끔 논리 없이 나를 쏘아붙일 때도 ‘그럴 수 있지’라며 내가 잘못한 놈 역을 자처했다.

그냥 내가 참으면 그만이었다.

좋았다.

이미 과거가 된 우리는 단 한 번 싸운 적이 없었고, 남들이 보기에 모범 커플이 되어가고 있었다.

참는다는 표현을 썼지만, 내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어긋남이었고, 그로 인해 유지되는 평화가 나에게는 더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평화는 말 그대로 ‘유지’만 되었다.

방향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한 사람은 앞만 보며 걸었고, 한 사람은 그 뒷모습만 보며 걸어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상대방은 날 알지 못했고, 나와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서로 간의 만남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한 번도 싸우지 않았던 관계는 한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처음엔 사랑이라는 이유로 맞춰갔지만 끝날 때 보니 의무로 바뀌어 있더라.

흔히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지구 상에는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지구촌에서 설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만 하고 끝내라는 말이 아니다. 이 말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다.

‘나의 다름을 상대방에게 이해시켜라’

처음 연애를 할 때는 나만 좋아하면 될 줄 알았다. 다르고 뭐고 그냥 내가 맞추면 될 줄 알았다.

근데 시간이 지나 보니 나도 이해받고 싶더라.

내가 길을 가다 똥을 밟았는지, 윗사람에게 갈굼을 당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 하물며 내 마음을 말도 안 했는데 알아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싸워야 했다.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서로에게 이해시키는 애정이 담긴 싸움을 했어야 했다. 보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 열정적으로 싸우고 또 싸워야 했다.

하지만 과거의 난 그러지 못했고, 끝까지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각자 가던 길로 떠나버렸다.

지나 보니 알겠더라. 연애는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받기도 해야 한다는 걸.

그러니 사랑한다면, 사랑받고 싶다면, 싸워라.

싸워서 쟁취해라, 당신을 위한 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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