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시민은 어떤 UX를 경험하는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은 주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의 지각, 반응, 행동 등 총체적인 경험을 뜻한다.

초기 컴퓨터 화면상의 단순한 인터랙션 경험에서부터 시작한 UX 개념은 이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유/무형 상품, 서비스에서부터 각종 시스템, 프로세스, 그리고 사회와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이케아(IKEA) 가구 매장을 다녀온 사람이 “매장이 크긴 한데 UX가 상당히 잘되어 있었어. 표지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가구 디스플레이부터 구매까지 물흐르듯 경험할 수 있어.” 라고 자연스럽게 UX 개념을 적용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확장된 UX 개념을 ‘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의 경험’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필연적으로 특정 사회의 구성원으로 태어난다. 우리의 행동패턴, 사고방식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문화나 시스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치 모바일 앱(App)에서 개별 유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는 설계된 정보구조 시스템에 따라 비슷한 이용패턴이 나타나듯이, 시민으로서 우리 삶의 경험도 사회구조에 의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UX 개념에서 사용자(User)를 시민(Citizen)으로 바꾸어 응용하면 CX, Citizen Experience가 된다. 기업에서 제품/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좋은 UX’를 제공하여 만족을 주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분투하듯이, 국가나 정부적 차원에서도 시민들에게 ‘좋은 CX’를 제공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험’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다고는 하나 UX 평가에 이용되는 수많은 유저 데이터가 존재한다. CX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자살율 최고, 출산율 최저. 행복지수 하위권, 노인 빈곤율 상위권.’ 이 불명예스러운 수치는 바로 한국사회 CX의 현주소이며, 반드시 확실한 변화를 통해 시민으로서의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약 서비스 UX 설계자에게 ‘이탈율 최고, 리텐션 최저. 서비스 만족도 최하위라는 성적표’가 주어지면 어떻게 될까. 장담컨대 그는 밤낮없이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가설을 세우고, 솔루션을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확인하고, 다시 새로운 솔루션을 적용해보는 무한궤도의 과정을 거쳐 결국 UX의 개선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본다.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의 해결방안과 시도-피드백-개선의 빠른 순환(Iteration)의 중요성을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UX 방법론은 한국사회 시민경험, CX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왜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100조를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왜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정부 관계자는 애먼 출산지도나 그리고 있을까.

사용자경험(UX)이든, 시민경험(CX)이든 결국 실제 경험을 하는 ‘사용자(User)’, ‘시민(Citizen)’이 설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경험의 주체에게 의견을 듣지 않고 외부에서 제3자의 시각으로만 시스템을 설계하면 당연히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다. 사용자에 집중할 때 좋은 UX를 설계할 수 있듯이,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좋은 CX를 만들어주고 싶다면,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시민 중심(Citizen-centered)의 솔루션을 찾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낸 19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향후 5년 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할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할까. 새로운 CX, 더 좋은 CX를 경험할 기회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한국사회 CX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참고 :

[OECD발표 2016 한국 사회지표] 빈곤율·자살률 최고-출산율 최저…부끄러운 사회지표 ‘수두룩’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1010000515

한국 국민행복도 ‘꼴찌서 두 번째’ http://www.hankookilbo.com/v/f123b492b9e843fbb7eeb855aacdda78

100조 쏟아붓고도…저출산대책 왜 실패했나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22611241932711&type=1

여성들 뿔났다 … 거세지는 출산지도 반발 시위 http://news.joins.com/article/2109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