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아직도 서울에서 돌아오던 기차의 덜컹거림과, 차창에 기대 들었던 음악의 울렁거림을 기억하고 있다. 저 날은 갑자기 비가 왔었다. 숙소 가까운 편의점에서 산 우산은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 충분치 않아, 내 어깨가 다 젖었던 그 눅눅함까지도 아직 아른거린다. 서점에 들러 산 책은 아직도 내 책상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날 새벽 울음을 터트리며 내렸던 결정은 나의 일년을 만들고 있다. 비를 맞은 밤,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아 테헤란로를 이웃한 숙소의 침대를 뒤척였고, 지금도 그 밤의 막연함을 기억하고 있다. 타인의 간택을 소망해야하는 삶에서 실존이 있었느냐 묻는다면 그 누구도 긍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있느냐고 물으면 확답할 수 없다. 다만, 내년 그맘 때가 되면 아마 나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있다.

2016.08.24
눅눅하게 젖은 여름밤의 기운에 취해 오분만에 썼던 글이다. 저 글을 쓰며 유독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그것은 글을 다시 읽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년 이맘 때쯤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 때도 가슴이 울렁거릴까. 그렇지 않다면, 아무렇지 않은듯 웃어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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