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앉음에 대하여
내려 앉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올려둔 물건이 떨어지기도 했고, 쏟았던 물이 스며들기도 했지만, 무엇인가가 내려 앉은 적은 없었다. 사실, 아직도 그것들이 어떻게 다른 지는 명확히 밝힐 수 없다.
가라 앉았다. 모두를 구했다고 말했지만 거짓이었다. 그렇게 가라 앉았고, 수백의 삶이 파도에 묻혀 버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 슬프지도 않았고,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뜻이 아니라며 존재하지 않는 불가항력을 창조했다.
그것이 나에게 내려 앉은 것은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른 후였다. 여름이었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사흘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했다. 우연이었을까, 당연한 일이었을까, 가라 앉은 이들의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어쩌면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그 삶들의 실종이, 한 우주의 종말이, 파도를 이기지 못한 인간의 죽음이, 나에게 내려 앉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종종 그것들은 나에게 내려 앉았다. 그것들이 갈라진 삶의 층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들 사이로 내려 앉을 때마다 나는 잠시 일상을 멈추어야 했다. 그리고 내려 앉은 그것들을 떠올리고, 다듬고, 끌어 안아야만 했다.
내려 앉음은 떨어짐과, 스며듬과, 가라 앉음과는 다른 궤도에 있다. 떨어짐의 속성은 순간에 일어나, 순간에 맺어지는 것이다. 스며듬의 속성은 오랜 시간 동안 일어나, 오랜 시간 끝에 맺어지는 것이다. 가라 앉음은 내려 앉음에 선행한다.
내려 앉음은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맺음을 찾을 수 없다. 나는 내려 앉음의 무게를 주체할 수 없기에, 그것과 분리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나는 내려 앉은 비탄과 무기력, 분노와 절망과 온전히 한 몸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배가 가라 앉은지 2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그 슬픔이 나에게 내려 앉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가라 앉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내려 앉음으로 말미암아, 또 다른 가라 앉음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차마 확신할 염치는 없지만, 아마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의무인 희망을, 나에게 내려 앉은 슬픔과 함께 안고, 그 날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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