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혼자 걷는 시간이 좋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으면 삼십분 남짓이다. 사실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꽃이 피고, 지고, 나의 옷차림은 점점 얇아져갔지만, 나는 여전히 어디에서 어떻게 머무르고 어디로 떠나야 하는지를 새기지 못해 침전과 부유를 반복한다.

세상은 사실 그리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편이 더 빠른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편이 조금 더 편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불편한 길을 걷는 것이 생의 속성인가 싶어 서러워졌다. 어찌되었든 내 삶은 여전히 방 한 칸에 머물러 있고, 내 서사는 그만큼의 생기를 잃었다.

#2 얼마 전 내가 사랑했던 작가의 글을 읽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수차례 그들을 만났고, 그들의 눈물이 고인 항구에서 며칠을 지냈다. 그리고 그만큼의 구체성이 그의 글에 있었다. 그들의 슬픔, 그들의 눈물, 그의 글로 말미암아 우리의 감각에 전이된 것들. 글을 팔아 구식한다는 일은 그정도의 예의가 필요한 일이다.

오래 전 글을 파는 꿈을 꿨다. 지금도 다를 바는 없지만, 여전히 형이상학적 공상에만 머물렀던 빈껍데기의 글들. 그것에 누가 기꺼이 품을 팔아 종이를 닦고 그 위에 활자를 얻을 것인가. 나의 소망은 어쩌면 무례한 일이었다.

#3 꿈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가 등장하는 꿈을 꾼지도 오래된 일이었는데 말이다. 웃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고, 손을 잡고 걷기도 했다. 꿈은 반대라 말하는 사람이 있고,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직 어느 편이 더 나은 일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직접 손을 잡고 걸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나의 불안한 삶에 그를 끌어오기는 염치 없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도 연애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내 침전과 부유가 그치는 날까지는 적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의 욕심이 부딪힌다면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시간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꿈에 나왔을 때, 잠시동안 그것이 현실이기를 바랐다. 나의 무례한 욕심을 어떻게 가누어야 할지, 그것이 길을 걷는 동안 나를 삼켰다.

#4 이번 주말에는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다. 곧 떠나야만 하는 사람을 보내주고 난 뒤에,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떠날 일들에 대한 생각을 마친 뒤에, 굳이 발길을 정하지 않아도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다.

해야만 한다고 누군가가 정해놓지 않은 일을 하고 싶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처음보는 이에게서 느끼는 고전적인 적대와 친밀의 간극에서 갈등하고 싶다.

앞에서 말했던 고민들이 풀릴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적어도 잠시동안은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어디론가 떠나서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 때는 그곳에 함께 가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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