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길: 어린 시절부터 꿈을 이루기까지

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돌아보며

임세현
6 min readJun 9, 2024

요즘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현재 개발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것인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확한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개발 공부도 내 의지대로 하는게 아닌 ‘개발자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게 되었고, 이것이 개발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과거의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이 길을 선택했는지, 그 목적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의 종착지에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혹은 길을 잘못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난 게임만 하면서 살 거야!

난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서는 작은 노트북을 하나 선물해 주셨고, 그때부터 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 노트북을 받기 전에는 인터넷이라는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고, 그 안에서 여러 정보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컴퓨터 덕분에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을 접하게 되었고, 그 중 에버플래닛이라는 MMORPG 게임에 푹 빠졌다.

에버플래닛은 둥근 행성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MMORPG 게임이다. 나는 그 안에서 내 캐릭터를 키우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너무 재밌었다. 게임 내에서 사귄 친구들과 대화하고, 내 캐릭터 성장시키는 뿌듯함과 레벨 및 스펙을 통한 경쟁심리는 당시의 나를 푹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게임 중독자가 되었다. 이후로도 수많은 게임을 찾아다녔다.

재미없어.. 내가 직접 만들어볼까?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의 절반을 쏟아부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던 게임이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는 멀티플레이라는 기능이 있어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거나 직접 서버를 만들어서 불특정 다수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서버에 들어가 게임을 즐기는 것을 즐겼었다.

그러다 흥미가 떨어졌고,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내가 원하는게 없어… 직접 만들어 버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 3개월 동안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여는 방법에 대해 공부했고, 내 게임 닉네임이었던 skeat을 따서 스킷서버라는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오픈하게 되었다.

당시 서버의 사진 중 일부

스킷서버는 총 6년 동안 운영되었다. 감사하게도 유능한 서버 운영진 및 개발진들, 유튜버 및 블로거분들의 도움으로 공식 디스코드 가입자 수는 600명, 공식 카페 가입자 700명를 달성 할 수 있었다. 최대 동시 접속자는 120명에 이르렀고, 누적 유저 수는 5,000명으로 추정된다. (구경하러 가기)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했다. 서버에 다양한 확장 기능들을 적용하기 위해선 플러그인을 해석하거나 간단하게 수정해야했고, 이를 위해 간단하게나마 Jav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했다. 또한 간단한 스크립트를 사용해서 아이템 능력같은 기능을 구현하며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기를 수 있었다. 구글링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서버에 더 재미있고 편리한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부터 해외 포럼까지 구글링 했다

기획과 소통 능력의 성장

가장 큰 수확은 기획적 사고와 남들 앞에서 내 주장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6년 동안 다른 개발자들과 함께 서버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논의하고 계획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토론하며 개선해 다음 시즌에 제공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며 적절한 대응 방법을 익히고, 어떤 행동이 유저들을 만족시키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마인크래프트 서버 운영은 내게 첫 수익을 안겨준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수익은 거의 없었지만, 서버 운영 비용, 홍보 비용, 개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서버 홍보를 위한 노력

서버를 홍보하기 위해 각종 토너먼트 이벤트, 디스코드 마케팅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그중 하나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블로그에는 품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며, 품질이 좋은 블로그는 글이 상단에 노출되어 유입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블로그 품질을 높이기 위해 게임 관련 양질의 포스팅을 꾸준히 작성하였고, 결국 누적 블로그 방문자 수는 약 80만명에 달하게 되었다. 블로그 차트 기준 엔터테인먼트 부문 40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지금은 방문자 수가 줄었지만..)

개발을 나의 도구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었다. 내가 기획하고 개발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이 되고, 수익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에게 개발은 하나의 도구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개발을 시작한 이유이다.

돈도 벌어보고 싶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프로덕트 메이커로서의 정체성과 개발자의 정체성이 생기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돈을 맛본 탓일까,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정 나라에서 서비스를 싸게 구입해 한국에 판매하는 간단한 비즈니스도 진행했다.

다들 온라인에서 무형의 서비스를 구매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어떤 나라에서 구매하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나라마다 시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을 이용해 특정 나라에서 서비스를 싸게 구입 해 한국에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려 할 때, 고객 응대와 사업자 문제, 그리고 고등학교 기숙사 입학으로 인해 구만두게 되었다. 이를 통해 리셀러로서의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내가 찾은 사업 아이템이 실제로 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이때 비즈니스에 대한 욕망을 개발로 풀어보겠다고 다짐하며 개발자라는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나의 개발자 여정을 시작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과 어떻게 현재의 나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