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Program Newsletter #3.

호기심으로 하는 일

<효리네 민박>을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탐험가’라는 직업을 한 번쯤 검색해보았을까. 모닥불 앞에서 동물과 자연을 두르고 매끼 집밥을 선사하는 부부의 속삭임보다 마그마가 굳은 땅을 밟고 뱉어내는 탐험가들의 감탄사가 강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가 잠길만한 11,034m 깊이의 마리아나 해구에 가는 것, 석기시대에 시작된 인류 최초 이주 활동의 경로를 따라 7년간 걷는 것, 약 9,000㎢ 크기의 국립공원의 기록을 10년간 사진으로 담는 것. 이런 일이 탐험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탐험가라면, 버스와 지하철 노선 위에 놓인 세상에서 평생을 사는 수많은 우리들에게 탐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130년 동안 이런 일과 이런 사람들을 응원해왔다. 단순히 위험을 무릅쓰고 개인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본연의 호기심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들과 걸어온 시간이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수십 명의 탐험가들이 워싱턴 D.C.에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캠퍼스에 모인다. 익스플로러 심포지엄(Explorers Symposium)이라는 이름으로 탐험가와 탐험가를 후원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다. 내비게이션도 닿지 않는 어딘가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탐구생활’을 함께 이야기하며 축하하고 격려한다. 1년을 계획하는 하우스 파티인 셈이다. 워싱턴 D.C.는 길을 걷다 어깨가 닿는 사람의 팔 할이 변호사나 정치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도시다. 그런데 심포지엄이 있는 하루 동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가늠하기 어려운 모습의 외계인들이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출현하는 통에 꽤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진다”라고.

익스플로러 페스티벌 (Photo by C Program)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이한 심포지엄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가장 분명하게는 심포지엄에서 페스티벌(Explorers Festival)로 이름이 바뀌었다. 20여 명의 탐험가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소규모 포럼에서 140명의 탐험가와 1,600여 명의 대중이 함께하는 축제로의 전환이었다. 탐험가의 영혼은 비범한 기운을 지녀서 군중 속에서도 쉽게 알아챌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무대에 오르는 발걸음 이후에나 알 수 있었다. 라벨 없이 관중석에 섞여 앉아있다 보니 해양탐사 관련 포토저널리즘의 대부로 불리는 브라이언 스케리(Brian Skerry)가 바로 뒷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관계자가 이야기했던 ‘흥미로운 광경’은 어디에도 없었던 거다. 페스티벌 내내 탐험가들은 우리들 중 하나 같았고, 그들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엄청나 보이던 탐험도 우리들 중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인 것만 같았다. 세션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글쎄요, 뭐든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요”라는 심드렁한 답변이 이런 건방진 생각을 키우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16세 까지 댄서를 꿈꾸던 해양공학자 그레이스 영 (Photo by C Program)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탐험가로 일컫기에 가장 용이할 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해양공학자, 천체 물리학자, 유행병학자, 진화생물학자, 고고학자와 같은 각종 학자임과 동시에 교사, 작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정치인이면서 때때로 스쿠버다이버, 댄서, 밴드 보컬리스트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함과는 관계없이 수많은 여정의 시작이 어쩌다가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친근했다. 애플 컴퓨터를 쓰는 직업이 갖고 싶어서, 하던 일이 지겨워져서, 무슨 일인지 모르고 시작한 인턴십 때문에, 그냥 (새, 벌레, 산호, 습지, 데이터, 사진찍기를) 좋아하다가. 어쩌다가 마주한 일들이 불러일으킨 호기심이 발단이었다. 탐험가들에게 호기심은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세 살까지 돌봄 없이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성질. 걷는 법을 배우기 전부터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마음이기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답뿐이었다.

<Pristine Seas> 2020년까지 해양의 20%를 보존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들에게 예사롭지 않은 점이 있다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을 때 답을 찾고자 하는 욕구에 열렬하게 순응했다는 거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최고 권위의 탐험가 상을 수상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탐험가를 ‘호기심을 잃게 만드는 모든 외압을 견뎌낸 사람’으로 정의했다. 다른 생각이나 변화를 반기지 않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상상하고 질문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기질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탐험가가 하는 일을 예로 들면, 호기심을 시작으로 하나의 새로운 해양보존구역이 생기기까지 140번의 스쿠버다이빙, 14번의 잠항, 58개의 카메라 설치, 수백 시간의 해양탐사가 수반된다. 답을 찾는 과정은 99%의 실패를 직면할 용기와 다음 질문을 찾는 부지런함을 더하는 시간이다. 탐험가는 호기심으로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반복하면서 인류의 한계를 넓히는 단계에 도달한다. 결국 탐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이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런 일이 탐험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탐험가라면, 수많은 우리들에게도 탐험의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