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울할 땐 뇌과학 — 안정적인 우울증

우울증은 아주 안정적인 상태다. 다시 말해 뇌는 계속해서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p.13
우울증이 지닌 문제점은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회로는 아주 많이 사용하고, 회복하도록 하는 회로는 덜 사용한다는 점이다.p.154
전전두피질은 걱정이 너무 많고, 감정적인 변연계는 별것 아닌 일에도 너무 쉽게 반응한다. 섬엽은 만사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느끼도록 하고, 전방대상피질은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p.122

뇌과학적으로 우울증은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고 한다. 잠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우울감과 달리 지속해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우울증인데, 우울증이 되면 몸은 우울증을 기본값(Default value)으로 받아들인다. 우울증의 문제점은 뇌 회로가 우울증을 심화시키는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내가 한 실수가 엄청나게 큰 실수로 느껴지게 만든다든지,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집에 있으면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든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이불 속에 있다 보니 더 무기력해진다든지, 여러 방식으로 우울증은 또 다른 우울감을 느끼는 상황을 만드는 악순환을 하도록 뇌의 선택을 유도한다. 저자는 운동, 숙면, 결정, 전문가 상담 등 무엇이라도 하나만 하면 이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의 고리로 들어갈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나는 이 설명을 다이어트와 연관 지어 몸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다이어트를 할 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어느 정도 체중을 줄이고 나면 한동안 무슨 짓을 해도 체중이 빠지지 않는 정체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많은 다이어터들이 이 정체기에 조급함을 느끼거나 다이어트에 재미를 잃지만, 사실 이 정체기는 몸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데서 오기 때문에, 이후 지속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지속하면 몸은 다시 새 몸무게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살을 빼게 된다. 마찬가지로 뇌도 잠시 스쳐 지나가는 우울감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우울감의 정체기에 들어가면 우울증이라는 상태를 유지하려 하여 우울증에 머무르게 되고, 조그만 노력을 들어 그 우울증을 벗어나려 해도 단기간에 그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기는 힘이 든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사람과 만나고,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을 하고, 현재에 충실하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맞지만, 뇌가 우울증을 기본값으로 두지 않고 새 기본값을 찾을 때까지 그 행위를 지속해야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우울증은 굉장히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나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정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울증은 다이어트처럼 벗어날 굳은 결심과 그걸 지속시킬 의지력이 필요하다. 조금의 의지력이라도 있다면 햇볕에 산책하기처럼 가벼운 일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우울증에서 의지력은 잘 생기지 않으므로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고 약 처방을 받아 뇌가 먼저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근육이 심하게 긴장되어 있는데, 그럴 경우 불안감이 심화되고 심박변이도 heart-rate variability가 떨어진다. p.223
건강한 사람은 심박이 때에 따라 더 빨리 뛰기도, 천천히 뛰기도 하면서 조금씩 변한다. 신체 기능에 관한 정보는 미주신경을 타고 이동하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심장박동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미주신경의 활동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심장도 그만큼 속도를 잘 바꾸지 못한다. 그들의 심장은 마치 메트로놈처럼 일정하게 뛴다. p.223

우울증은 우울증의 증상 자체도 문제지만, 자살이나 다른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특별히 나는 미주신경성 실신을 우울증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여기서 제기해보려 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 상황에 의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반작용으로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는데, 이때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해 심장박동수가 느려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여 쓰러지게 된다. 현재 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을 찾지 못했고, 심장박동을 조절해 주는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것만이 효과가 있다. 단기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라 대부분은 상황이 나아지면서 저절로 회복되나, 일부는 계속해서 이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여기서 계속해서 이 질환을 안고 가는 사람은 우울증에 의한 것으로 연결 지어 우울증을 치료하면 미주신경성 실신도 치료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심장박동이 원만하게 조절되지 않는 이유가 단지 부교감신경의 민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인한 미주신경 자체의 약화로 보는 것이다. 의사가 아니라 정확한 지식이 없어 확신할 순 없으나,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우울감의 양상인 만큼, 우울감이 지속한 우울증은 일시적인 미주신경성 실신이 아닌 지속적인 미주신경성 실신과 연관 짓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렇듯, 우울증은 벗어나기 힘든 안정적인 상태라는 것과 자살이나 미주신경성 실신 같은 다른 질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참작하여 혼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이란 인식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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