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광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광고회사 카메라 담당 AE가 풀어보는 썰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카메라 광고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알 리 없다. 다만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 광고가 무턱대고 광고주 甲의 변덕에 따라, 무조건 이쁜 그림을 찾아 만드는 건 아니다! 라는 걸 말해보고는 싶었다.

그러므로 그냥 현재 온에어 되고 있는 카메라 광고를 보여 주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대략 추정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받아드려주시면 좋겠다.

뭔가 마케팅, 시장 조사 데이터, 이론적 근거 등등이 있으면 좋겠지만, 굳이 있어도 쓰기 싫다. 대외비 성격이 짙기도 하고, 괜한 분란을 일으킬 우려도 있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광고를 보고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써보는 자리인 만큼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바야흐로 카메라 시장의 대격전이 시작되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나?)

4월 말에서 5월 1일부로 올림푸스와 니콘의 광고가 새롭게 온에어하였다. 3월에는 캐논과 소니의 광고가 이미 온에어 되었고, 아쉽게도 소니의 광고는 가장 오래 보고 싶었는데(송혜교) 그리 오래 틀지는 않을 모양이다.


왜 카메라 광고가 3월~5월 사이에 대폭 온에어 되었는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통 신학기, 봄철 나들이 시즌을 앞두고 카메라 구매를 고려한다
  2. 혼수 용품으로 카메라는 잘 팔리는 편이다. 결혼 시즌의 시작이 4-5월이다
  3. 일반적으로 새로운 회계연도 카운팅이 1월부터 시작되지만 익년 1분기에 시작되는 회사도 많다. 새롭게 돈 받았으니까 돈 푸는 거다
  4. 봄이잖아. 날씨도 풀리고 사람들의 얼었던 마음도 풀리고 소비 심리도 풀리는 시즌이다.

현재 국내 카메라 업계는 크게 이분할 되어 있다고 봐도 된다.

캐논을 중심으로 한 DSLR과 소니를 중심으로 한 미러리스의 대결인데, 2-3년 전 부터 미러리스의 성장세가 무섭게 진행되더니 작년에는 거의 5:5의 시장 점유를 이뤄냈다. (니콘, 삼성,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 등도 대체적으로 미러리스에 집중한 시기들이다)

DSLR이 좋은지 미러리스가 좋은지 아직 기술적인 판가름이 정확하게 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은연 중에 사람들 머릿 속에 누군가는 DSLR이 더욱 카메라 다운 정통성을 갖춘 전문가 카메라로, 누군가는 미러리스가 더 작고 가벼워진 DSLR급 카메라의 진보된 기술로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 결론은 어떤 용도로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 DSLR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5179

※미러리스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17959


★ 캐논 DSLR 3총사 (탄생, 사랑, 스무살)

캐논은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1위를 오랫 동안 고수한 강자로 그간 DSLR 카메라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리고 많이 팔았다)

마침내 올해는 DSLR 3총사로 시장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크게 EOS 700D (가족 타깃) / EOS 100D B/W (연인 타깃) / EOS Hi (Youth 타깃)으로 나눠서 ‘시장세분화’를 통한 M/S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특히 괄목할 만한 신제품이 마땅찮은 것도 이런 ‘벌떼전략’을 가능하게 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 EOS 700D

http://www.youtube.com/watch?v=sdpTEU1okIU

↑ 카메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타깃의 수요가 가장 크다. 특히 출산을 앞둔 젊은 부부층이 그나마 경제적 여력도 되면서 가장 Needs를 크게 느낄 타깃층이다. 지금까지 ‘가족’으로 크게 뭉뚱그려 타깃팅했던 캐논이 더욱 날을 쪼개서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 EOS 100D (B/W)

http://www.youtube.com/watch?v=kHnSyCeHVFk

↑ B/W는 다름 아닌 블랙 & 화이트

작년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DSLR’로 잘 팔렸던 EOS 100D가 마침내 블랙 & 화이트 Full Kit가 완성되었다. 여성들에게 잘 팔렸던 EOS 100D 화이트와 블랙을 묶어서 연인을 위한 카메라로 세분화한 전략!!

▶ EOS Hi

http://www.youtube.com/watch?v=pknKZzH7RHg

↑ EOS Hi는 과거 EOS 1100D (캐논의 보급형 DSLR)의 후속작인 1200D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만 Hi로 로컬라이징하여 마케팅한다.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제 막 성인이 된 Youth 타깃의 구매를 뽐뿌질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타깃층이 캐논이 가장 취약한 타깃층이기도 하고)

※ 종합해보면 캐논은 왜 이 시기에 갑자기 3편의 광고를 멀티로 날렸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 타깃 세분화를 통한 DSLR의 존재감 부각과 타깃 별 M/S 확대
  2. 인생의 중요한 시기는 DSLR로 남겨라의 메시지로 DSLR > 미러리스 이미지를 심어주자

★ 니콘 D5300

전 세계적으로 카메라 산업에서 캐논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니콘이지만 왠지 국내에서는 그 정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감이 있다. 특히 요 몇년 사이 갑작스럽게 줄어든 니콘의 영향력에 대해 많은 카메라 유저들과 니콘 유저들이 매우 아쉬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고 몇몇 이유가 짐작되기도 하지만, 굳이 발설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어쨌든 모처럼 광고 마케팅 활동에 나선 니콘의 새로운 비밀 병기는 바로 D5300! (니콘의 D5300은 캐논의 EOS 700D와 바로 붙을 수 있는 제품이다. 캐논 EOS 100D와 붙는 제품은 니콘의 D3300)

니콘 역시 그간 미러리스에 집중했던 마케팅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DSLR 마케팅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듯

▶ Nikon D5300

http://www.youtube.com/watch?v=F7nlPR6Gcb4

↑ 요즘 한창 유행하는 ‘추블리’ 부녀를 모델로 기용했다. 가족 타깃의 카메라다운 좋은 모델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블리 부녀가 계약한 광고 수가 너무 많은 건 아닌가 싶은 우려가…) 개인적으로 ‘아빠 카메라’라는 컨셉도 좋아 보인다. 간명하고 쉽고, 무엇보다 사진은 아빠가 찍어주는 것이 제맛.

http://www.youtube.com/watch?v=iDVqfFswQEU

↑ 같은 컨셉으로 멀티 소재다. 아빠편, 사랑이편으로 나눠져 있다. 부녀가 사진을 찍으며 노는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의 기능이 녹여져 설명된다. 가장 뻔한 초식이긴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니콘의 오랜만의 컴백이 쑥쓰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종합해보면 니콘은 왜 이 시기에 갑자기 DSLR 광고를 날렸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1. 그 동안 니콘은 DSLR과 미러리스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약간 어정쩡한 스탠스를 갖고 있었다. 새로운 한국 니콘 사장의 취임사에서 확실히 방향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http://kr.aving.net/news/view.php?articleId=845548&Branch_ID=kr&rssid=naver&mn_name=news)
  2.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 같은 장기 불황에서 가장 구매 이슈가 일어날 수 있는 타깃은 가족 말고는 없다.

★ 올림푸스 OM-D E-M10

일본에서는 올림푸스의 인기가 상당하고, 한국에서 2009년 최초로 미러리스 카메라 (Pen 시리즈)를 소개한 브랜드도 올림푸스다. 적어도 올림푸스가 요 몇년 사이 내부적 이슈로 카메라 사업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은 있었고, 니콘의 부진과 더불어 한국 카메라 산업에 끼친 영향도 큰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두 개의 기업이 사실상 제대로 마케팅 활동을 못했으니…) 어쨌든 기존 경영진이 물러난 이후, 올림푸스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하정우와 함께!!

▶ 올림푸스 OM-D E-M10

http://www.youtube.com/watch?v=LjrleEPehQU

↑ 기존 미러리스 및 일부 DSLR(작고 가벼운…?)에게 가하는 일침이다. 한창 잘 나가는 머리 크고 잘 먹는 묵직하지만 핫한 남자가 할 만한 메시지다. 사실 올림푸스도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안그랬냐? 라고 할 만 하지만 누구도 과거 올림푸스의 마케팅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꽤 신선해 보인다.

내홍을 겪은 브랜드가 자신의 카테고리 본질을 외치며 다시 재기에 나서는 것은 낯선 일은 아니다. 자기 스스로의 내부 다짐일 수도 있고, 아직 우린 죽지 않았어!를 외치는 천명일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과거 DSLR에 맞서던 미러리스의 단일 대오가 갈수록 나눠지는 것은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벌어지는 필연적인 일인 것 같다.

이 광고가 똑딱이스러운 미러리스 VS 고급 미러리스의 싸움을 촉발시키는 휘발유가 되기를!!


★ 소니 A5000

소니는 누구보다 빠르게 미러리스에 올인했고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다. (사실 삼성이 DSLR을 포기한 것이 훨씬 먼저긴 하지만, 삼성은 중간에 무선통신 분야와 갤럭시 카메라 등 다른 일에 신경을 많이 쓴 감이 있다.) 작년 손예진 카메라, 이병헌 카메라 등 빅모델 마케팅의 수혜로 잘 나간 한 해를 보냈고, 올해 소니의 선택은 송혜교다.

사실 작년 미러리스는 NEX, DSLT는 알파 두 개의 개별 브랜드로 시장에 맞서온 소니는 올해부터 ‘알파’ 브랜드로 단일화하여 시장에 나선다. 어차피 소비자들이 넥스인제 알파인지 구분해서 브랜드 로열티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통합하는 게 더 나아 보이긴 한다.

▶ 소니 A5000

http://www.youtube.com/watch?v=pD79aIZFV7A

↑ 셀카가 잘 찍히는 카메라, 예뻐지는 카메라 등 여성의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 여성 잠재고객층 대다수를 소니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제 앞으로가 더욱 관건이다. 작년 폭발적 M/S 상승이 자칫 저인망 쌍끌이 어선처럼 가용한 잠재고객을 모두 싹쓸이 한 잔치였다면? 게다가 작년에는 도전자의 위치였던 소니가 올해는 모든 브랜드의 공공의 적이 된 상태다. 벌써부터 소니를 겨냥하거나 따라가는 브랜드들이 생기지 않았나 (올림푸스 / 삼성)

소니는 풀프레임이나 고급기 쪽의 미러리스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세우며 신규 시장의 파이를 늘리고 기술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원동력이 되는 돈은 보급형 미러리스(예뻐지는 카메라)에서 벌어들일 가능성도 크다.

그런 면에서 송혜교의 기용은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에게 손예진 보다 더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워너비에 가까운 송혜교가 아직까지 카메라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예뻐지는 마법’을 부린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 삼성 NX Mini

삼성은 사실 카메라 쪽에서 다급함이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워낙 전자 파트에서 광학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도 하고, 갤럭시 카메라나 스마트폰 카메라도 나름 중요한 위치이므로, 무조건 카메라에 몰빵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위치다.

그러나 삼성은 한국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트렌드에 맞춰 기민한 움직임을 항상 보여왔다. 마케팅과 무선통신 분야에서 삼성을 따라갈 기업은 없다. 이번에 삼성이 선택한 것은 부담 없는 ‘Fancy한 미러리스 카메라’다.

▶ 삼성 NX Mini

http://www.youtube.com/watch?v=nsSudQy974E

↑ 삼성이 작년 우사인 볼트를 이용하여 빠른 오토포커스를 강조한 NX 300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지만 결과가 딱히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 기능 보다는 디자인과 휴대성을 더욱 중요시 하는 보급형 미러리스 시장을 감안할 때, NX Mini는 꽤 매력적인 제품으로 보인다. 다만 소니가 이미 선점한 그 시장을 어떻게 탈환할 것인지, 탈환할 의지는 있는지가 궁금하다.

패션 매거진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캠페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과연 20대 여성들이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인가?


★ 맺음말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나도 잘 모르는 말을 막 주절주절 한 것이니 다 읽어놓고 이게 뭔소리냐… 라고 타박해도 할 말은 없다.

이제 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