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안드로이드 탐구영역을 준비하며
안드로이드 탐구영역을 준비했던 과정을 기록하려 합니다.
시작은?
잡담은 생명력
모든 아이디어가 그렇듯, 시작은 아주 사소한 대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Devfest Android 2024 가 끝난 후,운영진들과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죠. 날씨 이야기, 곧 있을 수능 이야기 같은 잡담을 하다 보니, 5년 전에 준비했던 ‘안드로이드 탐구영역’을 다시 제대로 준비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점점 구체화되었고, 작은 아이디어는 점차 살이 붙어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략적인 기획과 일정 등등이 준비되었고, 우리는 진짜 하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컨셉 회의
아래 회의록이 첫번째 컨셉회의의 회의록입니다.
이전에는 가볍게 논의했던 것에서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에이 이게 무슨 회의록이고 살이냐구요??
죄송합니다. 저의 mbti 가 P 성향이라서 이정도면 많이 계획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략적인 마감일(due date)부터 문제 수, 출제 방식, 시험 범위, 선택 과목, 시험지 인쇄, 답안 접수 방식, ORM 카드 활용 여부 등 여러 가지를 결정했습니다.
할일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meetup 형식의 이벤트가 아니다보니 다들 눈에서 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한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최대한 수학능력시험 시험지와 비슷하게 만들어내고 싶다.
출제위원을 감금.. 아니 모집하자
사실 실제 수능처럼 출제위원들을 모셔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가둬놓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기에 온라인으로 출제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수능 형식에 맞춰 공통 영역과 선택 과목 출제를 부탁드렸죠. 그러면서 저희도 정리를 할 겸 수능에서 출제되는 문제유형들을 정리하고 가이드로 만들었습니다.
출제는 GDE 분들과 GDG 운영진분들이 힘써주셨습니다.
Thanks by…
GDE Android 성용님, GDE Android 현석님, GDE Android 재웅님, GDG 인천현우님, GDG Korea Android 일동
문제 선별과 검수
안드로이드라는 학문(?)만 해도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내용을 고르게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gpt의 도움을 좀 받았죠. 사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안드로이드 기술서 (라쓰고 사전으로 사용하는) 의 목차도 참고했습니다.
생각보다 잊고있었던 부분들도 많이 떠올랐고, 전체적인 범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GDE 출제위원분들도 여러 문제를 고루 출제해주시긴 했지만, 중복되거나 너무 어려운 문제는 제외했고 부족한 개념 문제를 GDG 운영진에서 채워주셨습니다.
드디어 공통영역 22문제와 선택영역 3파트 각각 8문제씩 46개의 문제 초안이 준비되었고, 이제 시험지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인쇄는 역시 충무로??
문제를 준비하면서 계속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비슷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수능 시험지가 어떤 종이에 어떤 크기로 만들어지 딱 이렇다 정확하게 나와있는 자료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추정되는 정보는, 중질지 80g 에 4절인쇄였습니다.
여기서부터 멘붕이 오기 시작했죠. 중질지라는건 어느 인터넷 인쇄 사이트를 찾아봐도 해주는 곳이 없었거든요.
미색모조지, 백상지, 아트지, 전문적인 인쇄지 용어들이 나오는데, 도대체 중질지가 무엇일까요…
그렇게 종이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중질지는 종이의 대분류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이의 종류로는 크게 전통종이인 한지(韓紙) 와 양지(洋紙), 그리고 판지(板紙) 등이 있고, 인쇄용지로는 양지가 많이 쓰이는데, 양지도 광택처리를 한 도피지 (아트지 등등)와 비도피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커 인쇄할때는 아트지로 했거든요..!)
비도피지도 상질지(上質紙/백상지/모조지), 중질지(中質紙/도서용지), 하질지(下質紙/갱지) 로 나누어져 있고 보통은 실무 인쇄에서 상질지의 백상지(모조지라고도 부름) 를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출처: 강원대학교 종이소재과학전공 — 종이의 종류https://paper.kangwon.ac.kr/paper/about/paper-sense01.do
저희가 찾은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디지털 인쇄업체였기 때문에 상질지, 또는 특수지 옵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중질지를 인쇄할 수 있는 업체를 엄청 찾았습니다. 사실 4절인쇄를 해주는 곳도 없어서 A3 나 B3 로 타협을 해야하나 싶었죠
중질지에 대한 집착은 결국 휴가를 내고 충무로로 직접 가서 발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미대생이 아니기 때문에 충무로 인쇄골목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저 우리나라 인쇄의 60% 이상이 충무로에서 이뤄진다는 것만 알고 있었죠. 하지만 무식하게 발품을 판다고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업체들의 문을 두드리니, 소량 인쇄라는 이유로, 여긴 그런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 일쑤였습니다.
충무로 가기 전에 공부도 했습니다. ㅠㅠ 간판을 읽을 수 있어야 제대로 의뢰를 할 수 있다더라구요. 디지털인쇄, 스티커인쇄 등등등… 1시간 정도 퇴짜를 맞다보니 대충 감이 좀 오더라구요. 퇴짜를 맞으면서 그들만의 전문용어(?) 도 곁들여서 물어볼 수 있게 되었고, 간판만 보고도 아 여기는 이런 종류의 인쇄를 하는 곳이구나 라는 감이 잡혔습니다.
사실 무식하게 발품팔러 간 것이라 저희도 무지했습니다. 인쇄를 의뢰하러간다면서 어떠한 샘플도,, 출력될 데이터도 들고가지 않은게 잘못이었죠…
하지만 계속 돌아다녀도 저희가 원하는 인쇄는 할 수 없었고, 결국 타협해야하나 싶다가 2절인쇄라는 간판을 보고 마지막으로 하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행히 소량인쇄도 에셋인쇄로 해주신다고 하셨고, 비록 중질지는 아니지만, 원하는 크기와 원하는 두께, 색을 찾아서 인쇄를 의뢰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지를 만들자
미리 구해둔 모의고사처럼 구현해놓은 양식을 찾아 문제를 수능 형식으로 변환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정에서 문제의 순서를 배치하고, 배점을 하고, 다듬었습니다. 가령 예를들면 ”~~ 합니다.” 이런 것을 “~~한 것을 고르시오” 처럼 친절하지 않게(?) 바꾼다거나 말이죠.
하루만에 끝날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새벽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들 정말 이 작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 진심입니다.
드디어 인쇄
데이터와 샘플을 구해왔습니다! 다시 충무로에 방문했어요. 그런데 자꾸 틀린 샘플을 가져가는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인쇄소 사장님께서 결국 저를 직접 조판소로 데려가셨습니다. 알고보니 한글파일은 4절지 사이즈로 맞춰놓았지만 (처음엔 46판 4절지 크기도 틀림) pdf 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자꾸 설정 미숙으로 A4 로 돌아가더라구요.
그렇게 어렵사리 조판소에서 사장님께 원하는 형식과 순서를 설명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로만 얘기했을 땐 굉장히 엄격하고 무서운 분처럼 느껴졌는데, 직접 만나보니 엄청 친절하셨습니다. 샘플을 매번 만들어주시며 꼼꼼하게 확인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훈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은 일에는 정성을, 모든 일에는 최선을, 결과에 책임을..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전달했고, 종이의 샘플을 확인했으니, 드디어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알고보니 한곳에서 다 하는줄 알았는데, 인쇄소(기획) → 조판소 의뢰 → 조판인쇄 → 인쇄소에서 조판으로 찍음 → 제본소로 이동해서 접기 순서로 여러 단계를 거치더라구요.
활기차게 돌아가는 충무로를 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아직 한발 남았다.. 배송…
며칠 후 인쇄가 완료되었고, 집으로 배송이 왔습니다. 하필 그날 40년만에 대설이 내리는 바람에 배송이 못올뻔했지 뭐에요… 아무튼 무사히 배송이 완료되었고, 저희집으로 모여서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원래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택배가 너무 많은겁니다… 우체국을 이용해도 됐지만, 집 앞 편의점에서 보내는 것이 더 간편하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했는데, 편의점에서도 이 많은 택배를 보내는 것에 대해 난감해 하시더라구요 (으악 간과했다!!)
결국에는 여러 지점을 돌기로 하고, 각 지점의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20~30개씩 끊어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보내도보내도 줄지 않는 택배,, 시간은 벌써 새벽 2시 (사실 전 당일 오전 비행기를 타야했던건 비밀)
그래서 일단 중단하고, 다음날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다시 부치기로 했죠.
남은 배송은 필주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우체국 가져갔더니 한번에 다 해주셨다고 하시네요..
역시 우체국 짱입니다.
마치며
오랜만에 퀄리티에 집중하며 발품을 팔고, 다들 모여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서 좋았습니다. 사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지치기도 했는데요, 다들 정말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GDG Korea Android 운영진 필주님, 기민님, 태환님, 수현님 그리고 외부인 현우 다들 고생 많았고,
출제를 도와주신 GDE Android 분들께도 다시 감사드립니다.
2025학년도 안드로이드 탐구영역 페이지 : https://android-exam25.gdg.kr/
p.s. 여러분의 수험번호는 배송지 근처 고사장 정보와 시험장 정보가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