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디자인 디자인과 글쓰기

펜은 칼보다 강하다.

약 2년 전쯤 글을 잘 써보고자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글 쓰는 방법에 관해서 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디자인과 글쓰기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디자인을 잘하는 방법과 글을 잘 쓰는 방법에는 너무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양극화와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문구를 써놓고, 씨름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느낌을 살리는 다른 표현을 찾느냐고 몇 시간 동안 고민한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p52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하나 똑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잘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방과 벤치마킹을 부끄러워 말자. 다르게 읽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p68

한 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 자료 부족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글쓰기 최소 원칙] 이란 책에서 좋은 글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정보와 사실은 많고, 그것이 정확해야 하며, 그 배열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절반이 자료 찾기와 관련이 있다. 많고 정확한 정보와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헤밍웨이의 말이다. 그는 [노인과 바다] 를 400여 차례 고쳐 썼다. 두 대통령은 눈이 높았다. 한마디로 고수다. 고수일수록 퇴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실제로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초고가 완성되면 발제 정도가 끝난 것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이다. 고치는 것은 마감 시한도 없다. 연설하는 그 시각이 마감시각이다.” -p139

책에 있는 몇몇 내용을 발췌한 글이다. 읽어보면 디자이너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단어 혹은 도형 하나지만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몇 시간이나 고민한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라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시안을 본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약 300p가 넘는 책에 일부분이지만 디자이너들에게 익숙한 내용처럼 보인다. 결국 글쓰기와 디자인은 형태만 다를 뿐 그들이 우리의 고민과 생각은 비슷하다.

한명수 디자이너님의 PT 그렇다.

글을 쓴다는 건 형태가 다른 디자인을 하는 것이며 가장 일반적인 디자인 언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더이상 디자이너하고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