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 심플을 생각한다 (모리카와 아키라)

작년에 한달에 한권 정도 허덕이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올해 목표는 2주에 한권을 읽는다 였는데, 1월이 지난 시점에서 2.5권 정도 읽었으니 나름 On Track이 아닐까 싶다. 약간 빡센감이 있어 앞으로 한달에 두권읽기로 목표를 수정하려고 한다. 책은 문학작품 : 경제경영 = 50 : 50 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올해 처음 읽었던 책은 오랫동안 “읽고싶어요” 목록 1위에 있었던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었다. “농담”은 요즘 자주가는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에서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빛이 바래서 거의 노란색이 된 책을 읽고 나니 (쉽게 읽히진 않아서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보람은 찼는데, 나의 문학 수준으로는 감히 “농담”에 대한 독서노트를 작성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빠르게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그 다음 책이 바로 요 “심플을 생각하다” (모리카와 아키라) 이다. 라인이 성장하는 오랜기간 동안 CEO였고, 2015년 4월부터 C채널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우연히 아웃스탠딩에서 이 책에 관해서 요약된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써주셨던 걸 보았는데,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선택했다. 읽으면서 남기고 싶은 구절을 기록하며, 약간의 내 생각을 덧붙여 기록해 봤다.


33p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중략) 배가 고픈 사람에게 맛있는 요리를 내준다.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옷을 내민다. 심심해하는 사람에게 간단한 게임을 제공한다. 무엇이든 괜찮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시대든 살아갈 수 있다. (중략)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과 그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계속 연마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뀌었을 때에는 그 사실을 빨리 알아채서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것.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면 오직 그것이 집중하는 방법밖에 없다.

: 잊기쉬운 본질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줬다. 뭔가 라인 CEO니까 기술이나 플랫폼 등등을 말할 것 같았는데, 아주 깔끔하게 짚어주니까 좋다. 이런 사람조차도 불안감을 느끼는게 당연할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살고 있는게 우리인 것 같다.


77p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기뻐했을 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느낀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프로페셔널이다.

: 모두가 그렇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기준에서라면 나는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은 것 같다.


91p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각기 전문지식이나 전문기술을 갈고닦아야 한다. 그런데 종종 ‘전문가’라는 본질을 잃어버린다. 이른바 축구 리프팅의 명수와도 같다. 리프팅 묘기 자체는 멋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일단 골을 넣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는 간혹 경기 중에 리프팅을 시작한다.

: 정말 훌륭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 보면 나도 이런적이 있었던 것 같다. 살다보면 목적달성이 아닌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리프팅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106p 상품 개발은 낚시와 같다. (중략) 한편 논리적인 상품 개발이란 ‘반경 90도 내에 물고기 떼가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면 45도로 더 좁혀서 생각한다. 그렇게 차츰 각도를 줄여 가면 언젠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설의 정밀도다. 즉, 확신이 들 때까지 끝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이클을 빨리 회전시킨다. 그것이 그 사람의 성장 속도를 결정한다.

111p 사람은 세상에 내던져진 것과 같다. 정해진 길 따위는 없다. 사람은 한없이 자유롭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지, 일과 어떻게 마주할지, 어떤 회사에서 일할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지……. 그런 선택에 따라 인생은 정해진다. 물론 항상 불안감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반대로 그 불안감을 즐기는 편이 낫다.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그 가능성에 자신을 건다. 그런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150p 부하 직원의 동기부여를 향상시킨다. 그것이 상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몹시 의문이 든다. 기업은 프로페셔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를 향상시키기 위해 회사나 상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 사람은 프로로서 실격이다. 오히려 그것이 상식인 양 말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점점 유치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중략) 더 큰 문제는 동기부여를 향상시켜야 하는 사람이 우수한 사람들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중략) 누구나 완전히 지치게 된다. 결국 ‘고객을 위해서’라는 뜻을 단념한다. 이는 우수한 사람들을 잘못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애당초 그런 사람들을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좋은 성과를 창출하려면 우수한 사람이 불필요한 일에 정신을 분산시키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결론은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우수한 사람을 방해만 하는, 동기부여가 낮은 사원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중략) 초원의 야생동물들이 ‘요즘 영 동기부여가 안 되어서…’ 라는 생각을 할까? 그럴 리 없다. 그들은 오로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 사실, 이 구절은 읽으면서 동의하는 부분도 많으면서 현실적으로 또 아예 이렇게 외면하는게 가능할까 싶기는 하다. 왜냐면 위의 글에서 나온 내용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양적 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업관리에 “가족”의 개념을 차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엄밀한 성과측정 + 보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특히 중요한 중간관리자의 미덕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예, 야 올해는 xxx가 승진해야 되지 않겠니. 너는 다음번 고과때 챙겨줄게… 형이랑 쏘맥한잔 하자 ㅠㅠ)


164p 나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정통할 수 없다. 그런데도 모든 영역에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면 ‘질’과 ‘속도’가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접 결정을 내리는 일은 최소한으로 추린다. 사장만이 가능한 소수의 의사 결정에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결정하는 사람’을 정한다. 그 사업영역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권한이양을 해서 모든 의사결정을 일임한다. 그 일을 과연 누구에게 맡길까? 그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중략) 거기에 현장의 고객들과 멀리 떨어진 사장이 잘난척하며 나서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나도 이제 ‘아저씨’ 나이인데,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서바스의 디자인에 대해서 “이 빨간색은 좀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말한다면 현장은 성가실 뿐이다. 현장에서 “못 해먹겠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 아주 공감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다 알고, 내가 다 할수있다” 라는 개념은 시니어가 되면 될 수록 특히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부분과, 맡기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광고물들의 퀄리티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 부장님이 광고 컨셉과 크리에이티브 결과물에 대해서 간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97p 사업계획은 필요 없다. (중략) 사실 내가 처음 NHN 재팬 주식회사 사장이 되었을 때에는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을 만들어서 사원들에게 철저히 주지시키려고 했다. 그것이 ‘경영의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변화가 아주 빠르기 때문이다. 수개월 뒤의 일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그 점이 사내에 불협화음을 낳은 것이다. (중략) 라인 주식회사에서 사장이 할 일은 계획을 철저히 주지시키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우수한 사원들이 주도권을 쥔 직장 환경을 지키는 것이 사장의 일이다.

231p ‘차별화’를 노리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본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차별화를 생각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볼까? 타깃으로 하는 상품과 경쟁기업이다. 거기에 고객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차별화를 추구할수록 고객들은 원하는 것에게 멀어질 우려가 있다. 고객들은 ‘차이’가 아니라 ‘가치’를 원한다. (중략) 라인도 마찬가지다. 공개할 당시에도 세상에 라인과 유사한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기획개발 멤버들은 그것들을 모두 조사했다. 하지만 차별화는 노리지 않았다. 그저 서비스들의 이용 상황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를 철저하게 생각했다. 그 결과 문자 메시지 기능에 초점을 두어서 심플하게 그것만을 갈고닦아 개발한 것이다. 차별화를 원한다면, 차별화를 노려서는 안 된다. 벤치마크한 상품 중 고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가치를 성실하게 갈고 닦아서 완성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차별화를 창출할 수 있다.

: 이것 또한 축구경기에서 리프팅을 하는 것처럼 본말이 전도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모 VC 심사역이 자기는 포지셔닝 장표를 싫어한다고 했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자기 기업이 차별화 되도록 어떻게든 축을 새로 그려서 만들어 오기 때문에 싫다” 라는 이유였다. 어떤 제품이든 차별화는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게 고객이 원하는 것이냐이다.


238p 물론 라인 메인화면에 배너 광고를 실으면 ‘팔린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배너 광고는 고객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라인의 핵심 가치는 ‘기본 좋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 가치를 절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중략) 이제 스폰서 스티커는 라인 주식회사의 주된 수익 중 하나로까지 성장했다. (중략) 단지 심플하게 유저들이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유저들의 가치를 최대한 추구한 끝에 혁신이 탄생한다고 믿고 있다.

: 왓챠에서도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꽤 보편화된 개념인 네이티브 광고 또한 여기서 말한 내용의 하위개념인 듯 싶다.


250p 그래서 라인 주식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중략) 바꾸어 말하면 그들은 기능제거를 잘한다. 우선 기능을 최소한으로 추린다. ‘이게 없으면 제품이 성립되지 않는다’가 될 때까지 철저히 쥐어짠다. 유저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가치’의 본질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유저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간다.

: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시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사업을 하려면, CEO가 디자인에 대해서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객경험은 결국 손바닥 만한 화면에서 일어나는데, 그 안에서 정제되지 못한 경험을 주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야후 CEO인 마리사 메이어는 과거 구글에서 기획 및 디자인적으로 높은 기준과 역량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야후 제품을 꽤 직관적으로 아름답게 찍어내고 있다.


259p “저는 어릴 때 뭘 하면 제일 재미있어 했어요?

: 항상 고민의 끝에 가면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엄마가 아니라도 반드시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