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문제 어찌할 것인가?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세월이 빠르게 흘러 또 다시 연말이 되었다. 하루, 이틀만 지나면 해가 바뀐다. 물론 양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다. 2013년이 가고, 2014년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음력을 기준으로 하면 계사년이 가고, 갑오년이 오려면 아직 한 달은 남아 있다. 요즘의 상황을 보면 해가 바뀐다는 의식은 대부분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다. 공식적인 일정이 대부분 양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달력을 보면 새해 1월1일은 단지 하루만 쉬는 기념일에 불과하다. 그저 무덤덤하게 하루를 쉬면서 공식적으로 새해가 되었다는 것을 선포할 뿐이다. 물론 언론에서는 온갖 종류의 연말 시상식과 더불어 보신각 타종행사를 생중계하며 떠들썩하게 새해맞이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해가 바뀌었어도 아직 새해가 아니라는 것이 다분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새해 첫날(설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과세(二重過歲) 문제는 미묘한 상황을 조성한다. 공식적으로 해가 바뀌긴 했는데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양력으로는 새해가 되었고, 공식 일정도 새로운 해에 맞춰 진행되고 있지만 또 다른 새해맞이 행사가 남아있으니 어쩐지 어정쩡하다. 연도 표기의 문제도 있다. 주로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전통적인 연호가 문제다. 올해는 계사년이고 내년은 갑오년인데 언제까지가 계사년이고, 언제부터가 갑오년인가?
우리는 사실 이 이중과세의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적당히 타협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양력이면 양력, 음력이면 음력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해야 하지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사실 이런 딜레마적 상황은 우리가 근대화(서구화) 과정에 돌입할 때부터 잉태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과세문제는 양력으로 단일화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모든 업무일정이 양력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새해를 음력으로 맞이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 글로벌 시대에 말이다. 반대로 민족의 전통의식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설날의 상징성을 부정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수리에 새겨진 설날의 의미를 쉽게 버리다니 말도 안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입장이 어정쩡하게 통합된 것이 지금의 제도이다. 즉 1월1일을 공식적인 새해의 첫날로 하지만 새해맞이 축제는 설날이라는 전통명절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역사적인 자존심도 걸려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은 조선을 식민통치하면서 근대화를 명분으로 새해 첫날을 양력으로 쇠면서 민족의 전통명절을 말살하려고 했다. 또한 군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명분에서 역시 양력을 기준으로 새해맞이 하는 것을 강압하다시피 했었다. 역사가 이렇다보니 우리 국민들은 양력 1월1일을 새해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음력 설날을 고집하는 국민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후 국민적 저항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취하고,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어정쩡한 이중과세체제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는전통적인 딜레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양력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물론 전통적인 명절 몇 가지는 아직도 음력으로 쇠고 있으며, 그 명절의 성격상 당연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가위, 추석이다. 추수감사의 의미가 강한 이 명절은 계절적 성격이 강하며 음력 8월 대보름을 기준으로 한다. 이것이 양력으로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해의 첫날이라는 성격을 갖는 설날은 다르다. 양력으로도 쇨 수 있고, 음력으로도 쇨 수 있다. 우리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인 것이다.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로 특징지어진 오늘날의 시대에 이중 과세는 문제가 있는 듯하다. 송년회를 통해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연말연시의 중요한 과제인데 우리는 이 시기를 너무나 어정쩡하게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제 송년회도 양력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새해맞이도 양력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맞을 듯한데 세태는 그렇지 않다. 양력 1월1일부터 한참 후인 음력 설날까지 대략 한 달정도를 새해인사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해맞이의 감흥도 줄어들고, 어쩐지 어정쩡하다. 이제 이런 이중과세 문제에 결단이 필요하지 않은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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