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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왜 그래?! 어째서 제2인격이 작동하지 않는 거야!”
“아니 보는 대로 잘 작동하고 있어.”
대답한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의 트웰브스와는 전혀 다른, 조금 허스키한 낮은 목소리.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성의 지성이 엿보이는 목소리였다.
“오랜만이야, 스티브.”
플레밍 박사가 숨을 삼켰다.
박사뿐 아니라 막 두뇌실을 쏘려던 다이애나 역시 깜짝 놀라며, 발사까지는 채 중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간신히 조준을 딴곳으로 돌렸다.
일레븐스의 공격은 박사가 탄 배의 추진부를 통째로 날려버렸지만, 심한 충격으로 쓰러진 플레밍 박사는 그런 것에는 신경도 못 쓰고 있었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다시 내선에 달려든다.
“설마…, 설마 D.R! 당신이야?!”
“그래. 꼭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스티브. 난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차가운 비난이 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박사는 흥분한 나머지 그런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혈안이 되어 두 손을 쳐들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니, 말라비틀어진 몸으로 온 방 안을 춤추며 뛰어다녔다.
“멋져! 난 마침내 해냈어! 마침내 사라진 인격을 재구성하는 데에 성공했어!”
“날뛰지 말고 대답이나 해! 난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D.R!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자신이 뭘 연구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어? 난 당신 연구를 입증했다고! 그렇고말고, 난 천재야! 저런 실패작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 바로 본국에 돌아가자! 과학 아카데미는 내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겠지. 당신한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 거야! 알겠어, 이 멋진 사실을?! 당신은 사싱 최초로 육체를 버리는 데에 성공한 거야! 내 손으로!”
“혼자서 날뛰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직 질문에 대답을 안 했어.”
조금 전까지 박사에게 충실했던 감응두뇌는 날카롭게 말했다. 파리라도 내쫓는 것처럼 가차 없는 태도였다.
“당신이 내 연구를 이용해서 내 기억과 인격을 재현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겠어. 내가 묻는 건 그런 짓을 한 이유야. 난 분명히 기억장애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을 텐데?”
“연구라는 건 언제나 응용이 포함되는 거야! 왜 그래, D.R?! 언제까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거야?”
“당신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그래. 내 인격을 재현시킨 이유가 뭐지?”
“이유! 이유라고?!”
플레밍 박사는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통신기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역설한다.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인간의 몸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도유망한 과학자가, 위대한 두뇌가 그 뜻을 채 반도 펴보지 못하고 한스럽게 죽어갔는지! 당신도 그중 하나였잖아!”
아무리 우수한 두뇌라도, 생물인 한 늙어 죽는 것만은 피할 수 없다. 뇌세포는 확실하게 노화하면서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뇌세포의 소실과 함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지혜도, 이루려던 지적 위업도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그 기억과 자아를 기계에 이식해 넣을 수 있다면, 나이도 들지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지혜를 손에 넣게 된다.
“인간 이상으로 뛰어난 두뇌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이유라는 말? 그래서 날 깨운 거야?”
“그래! 당신 두뇌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공화우주 전역에 이름을 떨친 재산이야! 그 재산을 썩어 문들어지게 놔두다니, 그런 죄악이 어디 있어! 범죄나 다름없다고! 실제로 당신의 뇌를 구성단위로 사용한 다이애나 시리즈는 기존의 감응두뇌는 상대도 안 되는 기능을 보이면서 눈부신 성과를 올렸어! 물론 제어가 불완전해서 어중간한 미완성품에 지나지 않지만, 당신은 달라!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영원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어! 생전과 마찬가지로 에스토리아 과학계의 정점에 서서, 중단했던 국가적 위업을 이번에야말로 다시 이뤄내는 거야! 당신은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을 손에 넣은 거다!”
인류가 꿈꿔온 ‘수퍼 브레인’이 탄생한다.
하지만 몇 분 전까지 다이애나 트웰브스였던 두뇌는 서글프게 웃었다.
“우스운 이야기네. 인간 이상으로 뛰어난 두뇌가 어째서 인간 따위의 명령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일레븐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뛰어난지 아닌지는 둘째치고라도, 굉장히 멋대로 아니에요? 당신은 인간처럼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자기 명령을 따르라고 주장하죠. 그거, 모순이라구요.”
“맞는 말이야, 모순이지. 당신, 내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어?”
박사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당연히 자신에게 감사할 거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무섭게 힐문한다. 아니 파괴하려던 실패작과 결탁까지 하고 있다.
창백해지던 박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박사는 부들부들 떨다가 거실에서 뛰쳐나와 두뇌실을 향해 걸어가며 내뱉었다.
“이놈도 저놈도 다 날 바보 취급하고!”
“무슨 소리예요.”
일레븐스가 냉정하게 지적했다.
“당신을 바보로 반든 건 당신 자신이잖아요.”
“닥쳐! 지금 바로 닥치게 만들어주지! 마비된 트웰브스를 바로 복구시키겠어!”
“그건 곤란한데.”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 순간, 통로 내에 갑자기 돌풍이 휘몰아쳤다.
박사가 있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승강구와 격벽이 갑자기 개방된 것이다. 우주 공간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우주선의 모든 기능을 쥐고 있는 것은 감응두뇌이다. 그 감응두뇌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려고만 하면 인간은 한없이 무력할 뿐이었다.
플레밍 박사의 얼굴이 경악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틈도 없었으리라. 물론 도망치는 것도, 비명을 지르는 것도 불가능했다. 박사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우주공간에 빨려나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두 척의 우주선뿐이었다.
플레밍 박사가 타고 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