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예방

Maryking
10 min readDec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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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건지, 표정을 의심쩍은 것으로 바꾸는 세르카에게,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미안해. 좀 더, 유지오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
순간, 아직 나들이옷 차림인 세르카의 뺨이, 앵두색으로 물들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갑자기」
「그게 말야, 내일 아침에는 더 이상……아니, 우선 그걸 사과하지 않으면. 미안, 내가 유지오를 마을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처럼 되어서. 만약 녀석이 계속 이 마을에서 나무꾼을 계속했다면, 언젠가는 세르카와, 그……살림을 차리게 될 지도 모르는데……」
후우-, 하고 성대하게 한숨을 쉬자, 세르카는 내 옆에 걸터앉았다.
「너는, 정말, 뭐라 할까……」
질렸다고 말하듯이 몇 번 고개를 젓고, 계속한다.
「……뭐, 좋아. -그야, 유지오가 마을에서 나가는 건 조금 쓸쓸하지만……그래도, 난, 기뻐. 앨리스 언니가 사라진 이후로 줄곧, 모든 걸 포기하듯이 하고 살아온 유지오가, 저런 식으로 웃게 됐잖아? 스스로, 언니를 찾으러 가겠다고 결심해 줬는걸. 저렇게 보여도, 아버님도 분명 마음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었어. 유지오가, 언니를 잊지 않았다는 걸 말이야」
「……그래……」
세르카는 끄덕이고, 창문 저편의 만월을 올려다보고 계속했다.
「나는……별로, 언니 흉내를 내서, 어둠의 나라의 땅을 건드리기 위해 그 동굴에 간 게 아니야. 그런 거, 나는 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 알고는 있었지만……그래도, 조금만이라도, 언니 가까이 가고 싶었어. 스스로 갈 수 있는 데까지……이 이상은 나아가지 못할 곳까지 가서, 거기서, 나는 앨리스 언니 대신은 될 수 없다는 걸……똑바로 확인할 수 있었어」
나는 당분간 세르카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나서,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는 굉장해. 보통 여자아이라면, 마을을 나가는 다리에서, 숲길 도중에서, 동굴 입구에서 되돌아왔을 거야. 그런데, 그런 어두운 동굴의 저 안까지 들어가서, 고블린 정찰대를 찾아냈으니까. 너는, 너밖에 하지 못할 일을 했어」
「나밖에……하지 못하는 일……?」
눈을 둥글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는 세르카에게, 크게 끄덕였다.
「넌 앨리스의 대용품 같은 게 아니야. 세르카에겐, 세르카만의 재능이 있을 터야. 천천히 그걸 발달시키면 돼」
실제로, 지금부터 세르카는 가속적으로 신성술의 재능을 늘려 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녀도, 나랑 유지오와 함께 고블린을 격퇴하고, 그 때문에 시스템상의 권한 레벨이 상승했을 터니까.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맞서서, 답을 손에 넣었다. 그 사실 자체가, 무엇보다도 강한 에너지를 그녀에게 주게 되리라. 자신을 믿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혼이 낳는 최대의 힘이니까.
슬슬, 나도, 지금까지 맴돌고 있던 어느 의문의 답을 찾아야 할 때였다.
그 의식-키리토 혹은 키리가야 카즈토라는 이름의 자아는, 대체 무엇인가? 뇌에 머무는 프랙트라이트, 즉 《진짜 나》인가. 아니면, STL에 의해 진짜 나로부터 읽혀져, 미디어에 보존된 《복제》인 것인가.
유지오나 세르카들 언더월드 사람, 즉 인공 프랙트라이트는 《금기목록》이나 《제국 기본법》을 깰 수 없다. 그러나, 가령 내가 이 세계의 금기목록에 저촉할 수 있어도, 그것은 내가 인공 프랙트라이트라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금기목록의 조항을 거의 모른다……즉 혼에 그 룰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고수해 온 나 자신의 룰……즉 윤리를 자신의 의사로 깰 수 있을지 없을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 며칠간 이것저것을 생각했지만, 이게 상당히 어렵다. 마을사람을 검으로 상처입히거나 도둑질을 하는 것은 논외고,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의 욕을 하는 정도로는 확인행위로써 빈약하다. 이제 남은 건, 생각나는 행동은 이것밖에 없다.
나는 몸을 굽혀서, 옆에 앉은 세르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뭐야?」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는 그 뺨에 손을 뻗으며, 내심으로 아스나와 유이에게 사죄한다. 그리고 「미안」이라고 말하고 세르카 본인에게도 사과하고 나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머리띠 아래의 새하얀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
세르카는 몸을 움찔 떨었지만, 그 이상 움직이지는 못했다. 약 3초 후, 내가 얼굴을 떼자, 두 뺨에서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노려본다.
「너……지금, 뭘 한 거야…………?」
「그러네……《검사의 맹세》같은 걸까」
괴로운 변명을 하며, 나는 내심으로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나는, 진짜 나라면 우선 하지 않을 터인 행위를 실행했기 때문에, 진짜 나도. 복제된 프랙트라이트라면, 세르카의 이마 수 센티 앞에서 몸이 자동정지했을 터다.
그런 것을 생각하는 내 얼굴을 여전히 응시하며, 세르카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만지고,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맹세……. -네 나라의 풍습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약 이마가 아니라……에 했다면, 지금쯤 정합기사가 날아왔을 거야. 금기목록 위반인걸」
도중 단어 하나가 빠졌지만, 확인하는 건 그만두자. 세르카는 또 한 번 고개를 젓고, 어이없음이 섞인 미소로 바꾸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뭘 맹새해 줬어?」
「당연하잖아……나는 유지오와 함께 앨리스를 구해내고, 이 마을에 네 누나를 데리고 돌아오겠어. 약속할게……」
조금 뜸을 들이고, 천천히 그 뒤를 입에 낸다.
「나는, 검사 키리토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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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 아침은, 훌륭한 쾌청이었다.
세르카가 만들어 준 도시락의 무게를 각자의 오른손에 느끼며, 나와 유지오는 긴 시간 돌아오지 않을 길을, 남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기가스시다가 있던 숲으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의 분기점까지 왔을 때, 나는 그곳에 한 노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름살 깊은 얼굴은 흰 수염으로 덮여있지만, 등근육은 쫙 뻗어있고, 눈빛도 형형하다.
노인을 본 순간, 유지오는 기쁜 듯이 얼굴을 피고 달려갔다.
「가릿타 할아버지! 와 준 거야, 기뻐. 어제 만나지 못했으니까」
그 이름은 들은 기억이 있었다. 확실히, 전임 《기가스시다를 자르는 자》다.
가릿타라는 이름의 노인은, 수염 아래에 상냥한 웃음을 띄우고, 유지오의 두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유지오여, 내가 손가락 길이정도밖에 자르지 못한 기가스시다를, 설마 쓰러뜨릴 줄은……. 가르쳐주지 않겠나,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이 검과……」
유지오는, 허리 왼쪽의 푸른 장미의 검을 살짝 뽑고 나서 채앵―― 소리를 내며 검집에 다시 넣고, 이어서 뒤돌아 나를 봤다.
「무엇보다, 그의……내 친구 덕분이야. 이름은 키리토. 정말로, 무지막지한 녀석이야」
무슨 소개냐고 생각하며 당황해서 고개를 숙인다. 가릿타 노인은 내 앞까지 와서, 날카로운 안광으로 이쪽을 꿰뚫을 듯이 바라보고――곧바로 빙긋 웃었다.
「그대가 소문의 《벡터의 미아》인가. 과연……변동의 상이군」
그런 걸 들은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라, 대체 무슨 의미일까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 노인은 왼손으로 숲을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
「그럼, 모처럼의 출발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조금 어울려 줄 수 있을까. 뭐, 그렇게 수고는 끼치지 않아」
「예, 예에. 괜찮지, 키리토」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어서 끄덕인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웃고, 그럼 따라오게나, 하며 숲으로의 좁은 도로에 발을 들였다.
이 길을 매일 다닌 건 1주일 정도의 일이지만, 그래도 그리움과도 비슷한 감회를 느끼며 20분 정도 걷고, 넓은 빈터에 도착했다.
수백 년이나 되는 기간에 걸쳐, 하늘을 덮을 듯이 우뚝 뻗어있던 숲의 지배자는, 지금은 그 거체를 조용히 땅에 눕히고 있었다. 칠흑의 나무껍질에는 빠르게도 담쟁이덩쿨이 기어오르기 시작해서, 언젠가 먼 미래에는 썩어서 대지로 돌아가는 걸까 생각하게 한다.
「……기가스시다가 뭐, 가릿타 할아버지?」
유지오의 목소리에, 노인은 무언으로 쓰러진 줄기 끝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당황해서 뒤를 쫓았지만, 도중부터는 기가스시다의 가지와 그것이 쓰러뜨린 다른 나무들이 서로 얽혀 마치 미로 같은 형상이다. 잘 보니, 기가스시다의 검은 가지는 얼마나 가는 것 하나라도 부러지지 않고 지면과 바위에 박혀있는 모양이라, 다시 그 강인함에 혀를 내두른다.
팔에 상처를 만들며 힘들게 가지 틈 사이로 빠져나와, 시원한 얼굴로 멈춰있던 가릿타 노인 옆에 도착했다. 손바닥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유지오가 불평하는 듯이 말했다.
「대체 뭐가 있는 건데, 여기에?」
「이걸세」
노인이 가리킨 것은, 쓰러진 기가스시다의 틀림없는 최정점, 똑바로 뻗은 가지였다. 상당한 길이에 걸쳐 작은 가지 하나도 나지 않고, 그 끝은 레이피어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이 가지가, 왜요?」
내가 묻자, 노인은 울퉁불퉁한 오른손을 뻗어, 크게 5센티 정도의 가지부분을 쓰다듬었다.
「기가스시다의 모든 가지 중에서, 소르스의 은혜를 가장 많이 빨아들인 하나가 이거지. 자, 그 검으로, 여기서부터 잘라내도록 하게. 한 번에 떨어뜨려야 한다, 몇 번이나 치면 찢어질 지도 모르니까」
노인은 끝에서 1미터 20센티 정도 밑부분에 손날을 걸치고 나서, 몇 발짝 물러났다.
유지오와 나는 얼굴을 마주보고, 일단 들은 대로 하려고 끄덕였다. 유지오의 도시락을 대신 들고, 나도 뒤로 물러났다.
푸른 장미의 검이 검집에서 뽑히고, 햇볕을 받아 연한 파랑으로 반짝이자, 옆에서 노인이 희미한 탄성을 흘렸다. 거기에는, 만약 그 검을 젊을 적에 손에 넣었다면, 모든 것이 변했을 것이다――라는 개탄의 울림이 있었던 듯이 생각되지만, 살짝 본 노인의 옆얼굴은 온화해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지오는, 검을 들기는 했지만,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검끝이, 내심의 망설임을 투영해서 어렴풋이 흔들리고 있다. 손목 정도로 큰 가지를 일격으로 잘라낼 수 있을지 어떨지, 자신이 없는 것일까.
「유지오, 내가 할게」
앞으로 나와 손을 내밀자, 유지오는 솔직히 끄덕이고, 검의 손잡이쪽을 내밀었다. 도시락과 바꿔 들고, 서로의 위치를 바꾼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검은 가지만을 보며, 나는 검을 들어올리고, 똑바로 휘둘러 내렸다. 끽, 하는 깔끔한 소리와 희미한 감촉만을 남기고, 날은 노린 곳을 빠져나왔다. 조금 늦게 낙하하는 검은 가지를, 도신의 옆면으로 받아서, 튕겨올린다. 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낙하해오는 그것을, 이번에는 왼손으로 받아들었다. 손목에 삐걱 울리는 무거움과, 얼음 같은 차가움에 조금 비틀거렸다.
푸른 장미의 검을 유지오에게 돌려주고, 검은 가지를 양손으로 들고 가릿타 노인에게 내민다.
「그대로 가지고 있어주게」
말하고, 노이은 품에서 두터운 천을 꺼내, 내 손 안의 가지를 신중히 감쌌다. 그리고 그 위에, 가죽끈을 빙글빙글 감았다.
「이걸로 됐다. 중앙도시 센트리아에 도착하면, 이 가지를, 북7구에 가게를 낸 사도레라는 이름의 세공사에게 맡기도록 해라. 강력한 검으로 만들어 줄 게다. 그, 아름다운 청은의 검과 비교해도 손상이 없는 것으로, 말이지」
「저, 정말이야, 가릿타 할아버지! 그거 참 고마워, 우리들은 둘인데 검이 하나면 지금부터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렇지, 키리토」
기쁜 듯 소리를 지르는 유지오에게, 나도 그렇다고 웃으며 끄덕였다. 그러나, 솔직히 쌍수를 들고 기뻐하기에는, 칠흑의 가지는 너무 무겁다는 기분도 들었다.
함께 끄덕 고개를 숙이자, 노인은 빙그레 웃음지었다.
「뭘, 조촐한 이별선물이네. 도중엔 조심하고 가도록 하게. 지금의 이 세계는, 선신善神만이 다스리는 땅은 아니니까. ……나는 조금만 더 여기서, 이 나무를 보고 갈 테니, 작별이다 유지오, 그리고 나그네 청년이여」

다시 소도를 따라가 가도로 나오자, 방금 전까지는 청천이었던 하늘에, 동쪽 끝에서부터 작은 흑운이 몰려오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바람에 습기가 찼네. 지금 당장 서두르는 편이 좋겠어」
「……그러네. 서두르자」
유지오의 말에 되끄덕이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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