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

Maryking
11 min readDec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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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런 건, 해 보면 어떻게든 돼!」
나랑 유지오는 동시에 손을 잡혀, 질질 의자에서 끌려 일어났다. 세르카는 우리들을 유무를 따지지 않고 광장 중앙까지 잡아당겨, 기세 좋게 밀쳤다.
다행히도, 댄스는 학교의 체육제에서 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으로, 파트너가 3회 바뀔 때는 어떻게든 눈동냥으로 춤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점점, 소박한 리듬을 타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거워져서, 스텝을 밟는 발도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건강한 붉은 뺨으로 쾌활하게 웃는,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얼굴의 소녀들의 손을 잡고 춤추고 있자, 어째서인지 자신이 진짜로 기억을 잃은 떠돌이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가상세계에서 춤을 췄던 적이 있었다. 상대는, 내 여동생인 스구하의 알브헤임에서의 분신, 실프 검사 리파. 그녀의 미소가 눈 앞의 소녀들의 얼굴과 겹체, 코가 찡해진다.
뜻밖의 향수의 애절함에 잠겨 있자, 점점 음악이 고조되며 페이스를 높이고, 그리고 느닷없이 끝났다. 악단 쪽을 보자, 늘어선 악기류 옆에 마련된 무대에, 훌륭한 수염을 늘어뜨린 위장부가 오른 참이었다. 루리드 촌장이자 세르카의 아버지, 가스프트다.
촌장은 양손을 짝짝 두드리고, 잘 나가는 바리톤으로 외쳤다.
「모두, 잔치도 한참이지만, 조금 들어주길 바라네!」
마을사람들은, 댄스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에일이나 사과주의 조끼를 들고 촌장에게 환호를 보낸 후, 침묵했다. 일동을 둘러보고, 촌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루리드 마을을 개척한 선조들의 대원은, 드디어 달성되었다! 비옥한 남쪽 토지에서 테라리아와 소르스의 은혜를 빼앗던 악마의 나무가 쓰러졌다! 우리들은, 새로운 보리밭, 콩밭, 소와 양의 방목지를 손에 넣게 되겠지!」
가스프트의 미성을, 다시 환성이 덮는다. 촌장은 양손을 들어 정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속했다.
「그것을 이룬 젊은이-올릭의 아들 유지오여, 여기로!」
촌장이 광장 한편에 손짓하자, 그곳에는 긴장한 표정으로 유지오가 서 있었다. 그의 옆의, 제법 몸집이 작은 중년 남성이 어쩌면 부친인 올릭 씨인가. 머리색 이외는 전혀 닮지 않았고, 표정도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망설이는 것처럼 보인다.
부친이 아니라, 주위의 마을사람에게 재촉되어, 유지오는 앞으로 나섰다. 촌장의 옆으로 올라, 광장을 마주본 순간, 3번째의, 그리고 최대의 환성을 받았다. 나도, 질 수 없다는 듯 양손을 크게 쳤다.
「규칙에 따라-」
촌장의 목소리가 울리고, 마을사람들은 입을 닫고 귀를 기울였다.
「훌륭히 천직을 마친 유지오에게는, 스스로 다음 천직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대로 숲에서 나무꾼을 계속해도 좋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밭을 갈아도 좋고, 목동이 되던, 술을 빚든, 장사를 하던, 무엇이든 자신의 길을 결정하도록 해라!」
— -뭐라고!?
나는, 댄스의 여운이 급격히 식는 것을 느꼈다.
소녀들의 손을 잡고 들떠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역시 아까 유지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나는 보리를 기르겠습니다, 라고 선언해 버리면 모든 게 끝이다.
숨을 삼키며 유지오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자, 그는 곤란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왼손을 몇 번이나 쥐었다 폈다 했다. 차라리 나도 단상에 난입해, 그의 어깨를 잡고, 우리들은 중앙도시로 떠납니다~라고 외쳐 버릴까-라고 생각한 그 때, 바로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났다.
「유지오……마을을 떠날 생각이네……」
어느샌가 내 옆에 서 있던 세르카였다. 입가에, 쓸쓸함과 기쁨이 섞인 듯한 미소가 번져 있다.
「그, 그런 거야?」
「그래, 틀림없어. 그 이외에, 무얼 망설일 이유가 있겠어」
마치 그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한 듯이, 유지오의 왼손이, 허리에 찬 푸른 장미의 검의 자루를 꽉 잡았다. 고개를 들고, 먼저 촌장을, 이어서 마을사람들의 집단을 둘러보고, 크고 확실한 소리로 말했다.
「저는-검사가 되겠습니다. 자카리아 마을에서 위병대에 들어가, 실력을 갈고 닦아, 언젠가 중앙도시로 들어가겠습니다」
잠잠한 정적 후, 마을사람들 사이에, 잔물결과도 비슷한 울렁임이 퍼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게 느껴졌다. 어른들은 모두, 눈썹을 찌푸리고 주위의 자들과 머리를 가까이 하고, 중얼중얼 뭔가를 말하고 있다. 부친과, 그 주위의 젊은이 둘-아마 유지오의 형들-도, 어느쪽인지 말하자면 불쾌한 얼굴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용히 시킨 것은, 이번에도 가스프트 촌장이었다. 한손을 들고 마을사람들을 침묵시킨 후, 그도 엄격한 얼굴을 만들고, 입을 열었다.
「유지오, 너는 설마-」
거기서 한 번 말을 끊고,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계속했다.
「……아니, 이유는 묻지 않지. 다음 천직을 선택하는 것은, 교회가 정한 네 권리니까. 좋다, 루리드의 장으로서, 올릭의 아들 유지오의 새로운 천직을 검사로 인정한다. 원한다면 마을을 떠나, 검의 실력을 갈고 닦도록 해라」
후우, 내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걸로 드디어, 이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유지오가 농민이 되어버렸을 때엔 단신으로 중앙도시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지식도 돈도 없는 몸으로 갔다가는 몇 개월, 몇 년 걸릴지도 모른다. 요 수 일의 노고를 보답받았다는 생각에, 어깨가 가벼워진다.
마을사람들도, 촌장의 결정이라면 하고 납득한 모양으로, 다소 주저하면서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커지기 전에, 날카로운 외침이 밤하늘에 울렸다.
「기다려라!」
인파를 헤치고 단 앞으로 뛰어나온 것은, 하나의 덩치 큰 젊은이였다.
짧은 노란 머리와 딱딱한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허리 왼쪽에 찬 간단한 형태의 장검은 본 기억이 있었다. 항상 남쪽 대기소에 서 있는 마을의 위사다.
젊은이는, 단상의 유지오에게 덤비듯이 가슴을 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카리아의 위병대를 노리는 건, 내 우선권이었을 터다! 유지오가 마을을 떠나기를 허락받는 것은, 내 다음이 아니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 그 말대로다!」
추종하는 외침소리를 내며 이어서 나아온 것은, 젊은이와 닮은 머리색, 얼굴을 한, 그러나 상당히 배가 나온 중년 남자였다.
「……저건?」
세르카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고 묻자, 찌푸림과 함께 답이 돌아왔다.
「전 위사장인 도이크 씨랑, 그 아들인 지금의 위사장 징크야. 마을 최고의 검사, 가 입버릇인 일가야」
「그렇구만……」
그럼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동안, 징크와 그 아버지의 주장을 들은 가스프트 촌장이, 달래듯이 손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나 징크여, 너는 아직 위사의 천직에 매달린 지 6년째잖은가. 규칙에는, 앞으로 4년이 지나지 않으면 자카리아의 검술대회에 나갈 수는 없다네」
「그렇다면 유지오도 앞으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검 실력이 나보다 아래인 유지오가, 나를 제치고 대회에 나가는 건 이상해!」
「흠. 그러나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네 쪽이 유지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무……」
징크와 아버지의 얼굴이, 볼수록 똑같은 빨강으로 물들었다. 이번엔 아버지 쪽이, 몹시 화를 내며 가스프트에게 다가간다.
「루리드의 장이라고 해도, 그 폭언은 그냥 들을 수 없군! 아들의 검이, 나무꾼 따위보다 미숙하다고 한다면, 이 장소에서 시합을 열면 되겠지!」
그 말을 들은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그렇다 그렇다, 라는 무책임한 야유가 터졌다. 뜻밖의 축제의 여흥을 즐기기 위해서라는 듯, 조끼를 들고, 발을 구르며, 시합이다 시합이다! 라며 아우성친다.
내가 어이없이 바라보며 저런 저런 하는 사이에, 징크가 유지오에게 입회를 신청하고, 유지오가 그것을 받아들임을 기다리지 않고, 단 앞에 만들어진 공간에 양자가 마주보는 흐름이 되어 버렸다. 진짜냐고, 라고 생각하며 세르카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 잠깐 갔다올게」
「어, 어쩔 생각인데」
그에는 답하지 않고, 인파를 가르고 어떻게든 분수 앞까지 가서, 유지오에게 달려간다. 사나운 말처럼 몰두하는 상대와는 대조적으로, 어째서 이런 일이,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유지오는, 나를 보고 맥 놓은 듯한 얼굴로 속삭였다.
「어, 어떻게 해 키리토, 왠지 엄청난 일이 됐어」
「여기까지 와서 죄송합니다로는 끝나지 않겠지. 그건 어쨌든, 시합이라는 건 진짜로 베는 거야?」
「설마, 검은 사용하지만 직전에서 멈추는 규칙이야」
「흐응……. 그래도, 그 검이 만약 멈추지 않고 맞으면, 그것만으로 상대를 죽일지도 모르니까. 알았지, 징크 본인이 아니라 녀석의 검을 노려. 옆면에 《호리존탈》을 한발 맞추면 그걸로 끝나」
「저, 정말로?」
「절대야, 보증할게」
유지오의 등을 두드리고,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나를 수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 징크와 그 아버지에게 머리를 꾸벅 숙이고, 관객 줄까지 물러났다.
「그러면-예정에는 없었으나, 여기서 위사장 징크와, 자르는 자……아니 검사 유지오의 입회를 집행한다! 검은 직전에서 멈추고, 서로의 천명을 빼앗지 않도록, 알았느냐!!」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징크가 채앵 소리를 내며 허리의 검을 뽑고, 조금 늦게 유지오가 천천히 발검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호오 하는 탄성이 흐른 것은, 화톳불 아래에서 아름답게 비추는 푸른 장미의 검의 반짝임 탓일까.
징크 또한, 상대의 검이 품은 오라에 압도당한 듯했다. 머리를 살짝 뒤로 젖혔으나, 곧바로 자세를 되찾았다. 완전히 증오하는 얼굴이 된 젊은 위사는, 왼손을 유지오에게 내밀고, 예상외의 말을 했다.
「유지오, 그 검은 정말로 네 것이냐? 만약 빌린 거라면, 내게는 사용을 거부시킨 권리가……」
외침소리가 끝나지 않은 동안, 유지오가 의연한 태도로 답했다.
「이 검은-북의 동굴에서 손에 넣은 것으로, 현재의 소유자는 나다!」
순간, 마을사람들이 낮게 웅성거리고, 징크는 말이 막혔다. 소유권을 증명하라고 물고 늘어지려나 생각했지만, 그럴 기미는 없다. 아마도, 도둑질이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는, 소유권을 선언한 시점에서 그것은 확정적으로 《그 또는 그녀의 소유물》로 증명되어, 대꾸하는 것 자체가 무언가의 침해행위가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유지오는, 오른손 하나로 쥔 검을 눈앞에 고정시키고, 왼손 오른발을 끌어 자세를 크게 낮췄다.
수백의 마을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동안, 가스프트가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고, 「시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내려쳤다.
「우오오오오!!」
예상대로, 즉시 반응한 것은 징크 쪽이었다. 큰 기합소리를 내며, 진짜 멈추는 건가 생각하고 싶어질 정도의 세기로, 정면에서의 내리베기를-
「…………읏!!」
찰나,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징크의 검이, 공중에서 크게 궤도를 바꾼 것이다. 상단에서의 베어내림으로 착각하게 하고 오른쪽 수평베기. 초보적인 페인트지만 지금은 위험하다. 유지오는, 내 어드바이스에 의해 《호리존탈》로 징크의 검을 노리려고 하지만, 수평베기를 수평베기로 영격하는 것은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헛스윙을 하고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야아앗!!」
징크의 그것과 비교하면, 다소 박력에서 지는 기합이 내 순간적 사고를 멈췄다.
유지오가 시전한 소드스킬은, 《호리존탈》이 아니었다.
검을 오른어깨에 걸치는 듯한 플레이모션. 도신이 상당히 짙은 파랑으로 빛난다. 지면을 흔드는 듯한 내딛음에 이어, 공중에 비스듬한 45°의 원호가 날카롭게 그려진다. 이것은……이 기술은, 내가 가르치지 않았던 사선베기, 《슬랜트》다.
한 박 늦게 시동한 유지오의 검이, 번개와 같은 스피드로 번쩍이고, 수평베기 도중이었던 징크의 검을 위에서 쳤다. 강철의 날이 너무나도 어이없이 분쇄되는 것을 응시하며, 나는 내심으로 자문하고 있었다.
유지오는 분명, 집에 돌아가서도 봉이나 뭔가를 써서 기술 연습을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슬랜트》의 존재를 깨달은 것인가, 지금의 움직임에는 티끝 하나 없었다. 푸른 장미의 검과 하나가 되어 춤추는 유지오의 모습은, 아름답기조차 했다.
그가 이제부터도 깊은 연구를 쌓아, 수많은 기술을 획득하고, 실전의 수라장을 거쳤을 때는, 대체 어느 정도의 검사가 되는 것일까? 만약……만약 그 때의 그와 검을 나눌 때가 오면, 과연 나는 그의 앞에 설 수 있을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러나 훌륭한 결착에 환호하는 마을사람들과 서서, 크게 박수를 치며, 나는 등줄기를 내려오는 땀의 차가움을 느끼고 있었다.

징크 부자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물러나자, 곧바로 음악이 재개되었다. 축제는 전 이상으로 달아오르고, 드디어 끝난 것은 교회의 종이 밤 10시를 알릴 때였다.
사과주를 추가로 세 잔 마시고 드디어 이유 없는 불안을 잊은 나는, 기분 좋은 취기에 몸을 맡기며 춤추고, 마지막엔 세르카에게 끌려가다시피 교회에 돌아가는 처지가 되었다. 문 근처에서, 내 행색에 쓴웃음을 짓는 유지오와 내일 아침의 여행을 약속하고 헤어지고, 어떻겐가 자신의 방에 도착해서, 무너지듯이 침대 위로 쓰러진다.
「정말, 아무리 축제라고 해도 너무 마셨어 키리토. 자, 물」
세르카가 내민 차가운 우물물을 단숨에 들이키자, 드디어 머리가 냉각되고, 나는 길게 숨을 뱉었다. 아인크라드나 알브헤임에서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기분 이상으로 취하는 일은 없었지만, 언더월드의 술은 아무래도 진짜 같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자고 생각하며, 옆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소녀를 올려다본다.
「……뭐, 뭔데?」
이쪽의 얼굴에서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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