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전쟁

(인터넷) 밈을 한국어로 한다면 짤방이라고 하면 될까? 하지만 둘이 정확히 같은 의미는 아니다. 밈은 글의 맥악에 따라 단순한 한 컷 사진/만화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짤방은 이와는 달리 본글의 맥락과 달라도 되지만 말이다. 이 “밈의 전쟁”이 지난 미국 대선 때 있었고, 4Chan은 인터넷 밈 전쟁에서 승리했다.

뭐가 뭔지 모르실 텐데, 인터넷 서브컬처부터 파고 드셔야 “밈의 전쟁”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 DC 인사이드(혹은 그 외 여러 커뮤니티)가 있다면 일본에는 2 채널, 그리고 미국에는 4Chan이 있다.

원래의 4Chan은 익명 게시판인 일본의 2채널을 그대로 옮겨왔다 할 수 있겠다. “서양의 쓸데 없는 문화의 1번지(“ground zero” da cultura inútil da internet ocidental)”로서 2003년 원래 탄생시에는 일본 아니메와 오타쿠 문화의 미국판이었지만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하는 곳으로 성장했다. 여러분이 익숙하실 서양판 짤방은 대부분 4Chan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Reddit도 있고 9Gag도 있지만 말이다. (9Gag의 경우는 최초의 출처라기보다는 유통망에 더 가깝다.)

pol 게시판이 본 세상

게다가 4Chan에는 /pol/ 게시판이라는 곳이 있다. 2011년에 생긴 이 게시판은 “politically incorrect”하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바로 이곳이 진원지. 2015년부터 트럼프 캠프의 데이터 팀을 맡고 있었던 Matt Braynard는 팀이 인터넷 밈을 사기 진작의 재료로 여겼다고 한다. 바로 이때부터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가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등장한다.

게다가 안그래도 Breibart News 덕분에 인터넷의 속살을 잘 알고 있는 스티브 배넌의 트럼프 팀 합류 또한 큰 우군이었다. 이때부터 4Chan과 Reddit의 /pol/ 및 The_Donald 게시판은 웹에 트럼프 짤방/밈을 뿌리는 진원지가 되었고, 트럼프타워 내의 워룸은 소셜미디어의 향방을 모니터링하는 장소로 기능했다. (트럼프 캠프는 공식적으로 그런 직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젊고 백인이면서 남자라면, 아마 4Chan 사용자일 겁니다.” (Charles Johnson, 인터넷 트롤)

4Chan에서 등장한 정치 용어 중에 “cuckservative”가 있다. 트럼프에게 반대했던 공화당 진영을 모욕하는 단어로 쓰인 저 단어의 원류는 “Gamergate”였다. 게이머게이트는 여성 비디오 게임 개발자가 남자친구를 속였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조성된 희롱 켐페인이었다. 4Chan은 cuckold(바람난 아내를 둔 남자)라는 단어의 준말로서 “cuck”을 사용했고, 공화당 정치인들을 cuckservative라 칭한 것이다. cuckservative는 4Chan의 정의에 따르면 이렇다.

“인종에 대해 깨달음이 없는 (유대인이 아닌) 백인 보수주의자”

이 단어는 4Chan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러시 림보(Rush Limbaugh)가 1,300만 라디오 애청자들에게 개념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Breitbart는 당연히 이 단어를 사용한 언론이었고 말이다. 스티브 배넌이 말하는 대안우파의 “플랫폼”은 아무래도 Breibart보다는 4Chan이나 Reddit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담이지만 게이머게이트는 워낙 그 정도가 심해서 4Chan 관리자들이 관련 논의를 금지할 정도였다. 이로써 8Chan이라는 별도의 게시판이 독립한다. 마치 알카이다에서 ISIS가 분리됐듯이 말이다.)

젭 부시는 곧바로 cuckservative가 되었고 워낙 백인 여자들에게 “cuck”된 까닭에 멕시코 여자랑 결혼해서 멕시코 아이나 만들어냈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여기에 대한 첫댓글은 트럼프가 말하는 “You’re fired” 사진이었다.

4Chan은 열광했다. 저렇게 politically incorrect한 발언이나 공약을 실제로 말하고 다니는 후보가 있다니! 최고의 트롤 아닌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것만큼이나 더 거대한 우주적인 조크가 또 있을까? Reddit과 9Gag는 친-트럼프 밈을 양산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팀이 어느 정도나 관여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말이다.

민주당은 가만히 있었느냐,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밈의 전쟁에서 민주당은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 밈의 전쟁이 선거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줬을까? 부동층의 투표소행을 막는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이 논리가 어떻게 이어질까?

여기서 스피릿 쿠킹, 그리고 피자게이트가 등장한다. 클린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존 포데스타(John Podesta)는 원래부터 UFO를 믿는 인물로 유명했었다. 그가 주고 받은 메일 중에 스피릿 쿠킹의 초대를 받은 메일이 있었다. (메일 열람은 위키리크스 덕분에 가능했다.)

오른쪽이 존 포데스타이다. (출처)

스피릿 쿠킹은 행위 예술가로 유명한 Marina Abramovic가 동물 피를 뿌리면서 인간의 영혼과 교감을 시도한다는 퍼포먼스이다. 도대체 뭔가 싶을 것이다. 4Chan은 스피릿 쿠킹을 모유와 정액, “13,000 그램의 질투”를 재료삼는다고 바꿔서 히스패닉과 흑인들 소셜네트워크망에 뿌렸다.

피자게이트는 훨씬 더 심각했다. 포데스타가 피자에 대해 주고받은 메일은 치츠피자를 언급했는데, 치츠피자의 이 CP는 4Chan에서 아동(child) 포르노(porno)를 의미했다. 4Chan의 게시판에서, 순식간에 워싱턴 DC에 있던 한 피자집은 아이들을 인신매매하여 포데스타의 비밀 파티로 인도하는 범죄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 지휘자는 힐러리 클린턴이고 말이다.

이런 식으로 음모론을 더 부추겼다.

피자게이트는 실제 피해자들을 탄생시킨다. 정말로 범죄 장소인지 알았던 한 사내가 총을 들고 해당 피자집에 가서 난동을 부렸고, 마이클 플린 주니어(되자마자 사임한 전 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의 아들)는 해당 이야기를 뿌리다가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에서 제명됐다.

아무튼 트럼프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밈 전쟁을 이끌었던 4Chan의 트롤들은 이제 4월의 프랑스 대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마담 페페 르펜. 그녀는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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