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정유년 9월16일

맑음. 이른 아침에 망군이 와서 보고하기를, “적선 무려 2백여척이 명량을 거처 곧바로 진치고 있는 곳으로 온다.”고 했다. 여러 장수를 불러 약속을 밝힌 다음 닻을 들고 바다로 나아가니, 적선 133척이 우리 배를 빙 에워쌌다. 대장선이 홀로 적선 속으로 들어가 포환과 화살을 풍우같이 마구 쏘아대지만 여러 배들은 바라보면서 진군하지 않아, 사태를 헤아릴 수 없게 되었다. 배 위에 있는 군사들이 서로 돌아보며 겁에 질려 있기로 나는 부드럽게 타이르며, “적이 비록 1,000척이라도 감히 곧바로 우리 배에는 덤벼들지 못할 것이니, 조금도 동요 말고 사력을 다해 적을 쏘아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 배를 돌아다보니, 이미 1마장 가량 물러났고, 우수사 김억추가 탄 배는 멀리 떨어져 가물가물했다. 배를 돌려 바로 중군 김응함의 배로 가서 먼저 목을 베어 효시하고 싶었지만, 내 배가 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가 점점 더 멀리 물러나고 적선이 달려들게 되어 사세가 낭패될 것이라. 중군에게 군령 내리는 기와 초요기를 세우니 김응함의 배가 가까이 오고, 거제 현령 안위의 배도 왔다. 나는 뱃전에 서서 친히 안위를 불러 말하기를,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하고 다시 불러 “안위야, 군법에 죽으려느냐. 물러나면 살 듯 싶으냐”고 했더니, 안위는 황급히 곧바로 들어 싸우려 할 때, 적장의 배와 다른 2척의 적선이 안위의 배에 달라붙고 안위의 격군 7,8명이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니 거의 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배를 돌려 바로 안위의 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안위의 배 위의 군사들은 죽기를 한하여 마구 쏘아대고 내 배의 군관들도 빗발같이 쏘아대어 적선 2척을 남김없이 모조리 섬멸하니 천행, 천행이다. 우리를 에워쌌던 적선 30척도 깨뜨림을 당하니 모든 적들은 당해내지 못하고 또다시 법접해 오지 못했다. 그곳에 머무르려고 했으나 물이 빠져 배를 정박시키기 어려우므로 건너편 …포(이 포자 위에 글자가 빠져있음)로 진을 옮겼다가 달빛을 타고 다시 당사도로 옮겨 밤을 지냈다.

- 난중일기, 김중일, 김광원 역, 혜원출판사 중 난중일기 권4, 정유년 1편 중

이게 12척으로 133척의 배와 싸워 이긴 장수의 당일 일기. 난중일기 전반과 정유재란의 상황을 연결시키지 않으니 궁금증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진 않는다.

정유년 2편에 일부 기간이 중복되어있다.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