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LAX에 도착한 건 여기 시간으로 7일 오후 5시쯤. 인천공항에서 7일 저녁 6시에 출발했는데 LA에는 7일 오후 5시에 도착했다. 날짜변경선을 넘어와서 하루 하고도 한 시간을 거꾸로 갔다. 웃기는 일이다. LAX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도 나름 고역이었다.


24시간 북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공항은 밤 11시가 넘어 일하던 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니, 휑한 느낌마저 들었다. 새벽 일찍 출발하는 항공편을 기다리는 걸로 보이는 여행객들만이 공항 여기저기에 짐무더기와 함께 앉아 있었다. 노숙자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북적이는 공항 중에 하나라더니 이게 뭐람. 사람 구경에 실컷 기대했건만 실망스러울 뿐이고. 전자담배라도 뻐끔거리며 무료한 시간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전자담배는 박박이 멀리 바다 건너 가는 선물이라며 어디선가 주운 걸 건네준 것인데, 액상을 넣는 주입구 쪽 뚜껑이 고장난 것 빼고는 겉보기 멀쩡한 상태였다. 급한대로 뚜껑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감아 두었는데, 화물칸에 실려오면서 액상이 새어나왔었던 모양인지, 얼마 안 남아 있다. 그래도 시간 때우기로 쓸만큼은 충분하게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참 시간이 안가는 것이, 기다림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꽤 지겨웠다. LA에서 HOUSTON으로 가는 항공편은 SPIRIT. 아침 8시가 되어야 출발하는데, 전날 오후 5시에 도착했으니 15시간이나 공항에서 보내야 했다. 장장 15시간.


처음에는 AirBnB를 이용해 볼까 싶어 둘러봤는데, 소파를 개조한 침대를 거실에 두고 잠만 달랑 자는 여행객에게 5만 원 넘는 돈을 후려 처 받겠다는 몰상식 비양심 자본주의 충견들을 보고 손사래를 쳤다. 공항에서 죽치기로 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갈 곳도 마땅찮은데 백팩이 두 개나 있으니 사서 고생인 짓 같아 관뒀다. 터미널 안에 있는 7-Eleven 편의점에서 산 핫도그 두 개로 저녁을 때웠다. 촌놈이 미국까지 와서, 소시지만 파는 건 줄 알고 손가락으로 두 개를 골랐더니, 소시지들을 빵에 하나 씩 끼워주는 게 아닌가. 덕분에 배가 찰 정도로 먹기는 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옆에서 본 사람 없나 힐끗거리게 되더라.


맛 대갈 없는 핫도그를 두 개 씩이나 꾸역꾸역 밀어넣고 나니 겨우 9시가 넘었었다. 한 숨 한 번 내어 쉬고, 공항 여기저기를 어슬렁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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