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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7 (pd) Santa Monica, CA

시민권 신청서류 준비 완료. 틀린 부분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린카드 서류 준비를 하고 난 후라 그런지, 너무 쉬운 느낌이 들어 고개가 갸우뚱 한다. 미군 입대를 근거로 시민권 신청하는 것이라서 훨씬 더 간단한 탓도 있다.

신청서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신청서 중 ’이름 바꿀래?’라는 질문이 있다. 물론 YES에 체크다. First/Middle Name은 물론 Last Name까지 바꿀 수 있다.

법원에서 약식판결을 통해 바꾸게 되어 있는 개명 절차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복잡하고 귀찮고 또 돈까지 든다. 혹자들은 각 주마다 성향이 다른 점을 들어서 어떤 주에서는 쉽게 받아주네 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귀찮고 비싼 것은 매 한 가지다. 그러니 시민권 신청 중에 개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막상 놓치자니 아까운 혜택 아닌 혜택인 셈.

그래서. 이름을 바꾼다. Last Name을 바꾸는 건, 군입대가 걸려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미래 군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많이 주저했다. 결국 고민 끝에 포기. 성은 놔두는 대신 이름을 바꾼다.

이름이란 다른 사람들이 ’나’를 구별하기 부르기 위해 서로 약속한 칭호인데, 이 명칭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손 치더라도 ’고유 명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바꾸지 않는 것이 옳다. 짧게 말하자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A’라고 부르는데, 어느 날 혼자 “나는 ’B’야”라고 한다고 해서 B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이들이 ’B’라고 인정해 주어야 비로소 바뀐다. 김춘수의 ’꽃’은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다.

James 선생님 덕분(?)에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제이미’였다. 바다 건너 온 이후로 바꿔보려 노력을 했는데, 일이 더 꼬일 뿐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친구들과 이웃들은 리나 덕분에 모두 ’제이미’라고 부르고,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종’ 또는 ’존’으로 불리며,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본명으로 지칭된다. 간첩도 아닌데 이름이 몇 개인지. 이번 기회에 ’제이미’로 통일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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