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omics is hopeless!
「커넥톰, 뇌의 지도」를 읽고


1. fMRI와 전자현미경

fMRI라는 기계 (혹은 방법론)에 대해 많은 사람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인간이 어떤 감각을 느끼거나 어떤 생각을 할 때, fMRI가 실시간으로 생각과 뇌의 구역에 대해 1대 1 매칭을 해 준다. 우리는 무엇을 볼 때 뇌의 뒷부분이, 들을 때 옆부분이, 몸을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것을 생각할 때 윗부분이, 감정을 느낄 때 뇌의 속이, 그리고 계획을 세우거나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상상할 때 뇌의 앞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바로 이 기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심리학과 인지과학, 뇌과학의 총아이자, 뇌와 우리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과학자들에게 적절히 다가온 최고의 실험도구이다. TV에서 실험가운을 입은 전문가가 뇌의 단면에 노랗고 빨갛게 색칠된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뇌의 이 부분이 이러저러해서 우리는 느끼고 행동합니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미래를 느끼고 뇌의 신비에 한 걸음 다가간다. 느낌만이라도.

그러나 막상 심리학자들이 fMRI를 쓸 때는 다들 이 기계가 실전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도구는 아니라고 느낀다. 우선, 해상도가 너무 낮고 시간간격도 너무 띄엄띄엄이다. 기계가 너무 크고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서 꼼짝도 못한채 있어야 해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과제나 실제 생활에 관한 데이터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안에 들어가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또 공간이 너무 좁아서 보통의 사람들도 무서움을 느끼며,이 감정은 결과를 왜곡시킨다.

사실 이 기계는 살아있는 사람의 골을 반으로 갈라 탐침을 꽂고 신경세포의 발화 패턴을 실시간으로 보는 ‘비윤리적인’ 실험을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타협의 산물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화질의 데이터를 얻고 그걸 가지고 어떻게든 새로운 사실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실제로, 원숭이의 골을 까고 살아있는 뇌에 탐침을 꽂는 실험―이 역시도 비윤리적이라는 수많은 반대에 직면하긴 하지만―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실험은 fMRI연구보다 훨씬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다 준다.

그런데, 속이 아닌 겉표면만큼은 전자현미경이라는 발명품으로 인하여 얼마든지 전자 파장만큼의 어마어마한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데 굳이 속을 저화질로 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상 fMRI의 저화질 문제는 자기장과 같은 장(field)―물질이 아닌―을 이용해 물질을 ‘꿰뚫어서’ 안쪽까지 보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마치 땅을 뚫지 않고 지자기장이나 중력의 변화만을 이용하여 땅속을 보려는 시도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겉을 관찰하기도 벅찬데 굳이 속을 봐야 할까?

좋다, 솔직히 속을 봐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뇌파를 측정하는 EEG가 그 실용성에도 불구하고 (EEG는 심지어 착용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 fMRI에 비해 많이들 안하는 이유가 속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니까. 그럼 또 다시 나이브하게 생각해서, 뇌를 잘라서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안될까? 속도 볼 수 있다. 고화질로도 볼 수 있다. 이것저것 장점이 많지만 눈에 띄는 단점은 뇌를 살릴 수 없다는 것 (비윤리성은 둘째 치고 뇌는 살아있어야 작동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뇌는 너무나 물렁물렁해서 잘 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간과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런 연구를 안한 것은 아니다. 죽은 사람의 뇌를 기부받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뉴런의 구조나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화학물질의 교환 등의 현상을 발견한 많은 연구가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 더 있다. fMRI와 전자현미경(혹은 탐침을 꽂는 연구)는 마치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관계와 비슷하다. fMRI로 우리는 뇌가 거시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대략적인 법칙을 캐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거시적 ‘인상’은 실질적으로 미시적인 (양자적으로까지 미시적이진 않다) 단위 신경세포의 수많은 발화패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미시적인 역학은 거시적인 fMRI 연구결과와는 전혀 다른 법칙을 필요로 한다.

2. 커넥토믹스를 시작하기 위해

거시적인 뇌를 미시적인 법칙으로 환원시키려는 노력이 바로 커넥토믹스의 주제이다. 이 책의 저자인 세바스찬 승이 커넥토믹스라는 과학 방법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일하기 시작한 것은 실제로 어떤 ‘발명품’이 탄생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발명품은 세 가지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실제로 이 기술이 모두 개발되고 나서야 발명품이 만들어졌다. 1. 전자현미경 2. 너무 말랑말랑한 뇌를 딱딱하게 고형화시키는 기술 3. 엄청나게 얇게 무엇인가를 써는 칼 4. 썬 뇌의 단면 스캐닝을 모아서 computer vision 처리해 뉴런 모양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주는 소프트웨어.

사실 이 발명품만으로 커넥토믹스를 완전하게 이루진 못했으며, 여기에 더해 추가로 몇 가지의 기술들이 완성되어야 진정한 커넥토믹스가 달성된다. 5. 커다란 인간의 뇌를 발명품이 썰기 좋게 작은 큐브 형태로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뭔가 하드웨어적인 또 다른 기계 6. 엄청나게 많은 전자현미경 데이터를 인간의 수명 내로 (2~3세대에 걸친 100년간의 프로젝트도 허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OK, 대신 사회가 전쟁이나 급변하는 사회 운동 없이 장기간 안정되어야 하고, 심지어 쓸모없고 돈만 먹는 과학 프로젝트에 예산을 투자하는 일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장장 100년이나 이어져야 한다.) 다 처리해 줄 수 있게 해 주는 엄청나게 빠른 CPU 7.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뇌의 인지적 작동을 사이버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해 주는 가상 환경 소프트웨어.

이것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계획이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된 개체는 정말로 너무 작고 인간의 뇌는 그에 비하면 무시무시하게 크다. 이것은 창조성과 기발함의 과제이기 이전에 끈기와 집중력의 과제이다. 생각만으로도 인류가 이 장대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을지, 완료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심히 걱정이 된다. 이에 비견될 만한 과학 프로젝트가 있을까? 책에선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언급한다. 그 프로젝트 역시 대단한 끈기와 집중력을 요하는 과제였고, 시작 초창기엔 20년이 걸린다 30년이 걸린다 말도 엄청 많았지만 결국에는 예상보다 5년이나 일찍 끝내버렸다. 문제는 커넥톰은 그 엄청난 양의 게놈보다도 훨씬 더 엄청나고 커다란 데이터 더미라는 것이다.

3. 연결주의의 귀환

과학사적으로 뇌의 설명 방식은 두 가지의 각기 다른 패러다임의 정반합 싸움의 역사였다. 첫 번째로 모듈주의가 있다. ‘골상학’이라는 사이비과학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패러다임은 모든 뇌의 부분부분이 인간의 하나하나의 기능들을 각각 따로따로 담당한다. 물론 이 주장은 과학적 증거 불충분으로 예전에 폐기당했으며, 이제 이 패러다임을 믿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모듈주의는 인지심리학이나 진화심리학에서 약화된 버전으로라도 여전히 중심 가설로 언급되고 있다. 그 정점에 선 것이 바로 fMRI다. 이 기계가 가진 실험 방법 상의 한계로 인해, 우리는 후두엽이 시각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뇌는 하나하나마다 다른 기능을 따로따로 담당하는 부분부분마다 다른 ‘모듈’이 있다.

연결주의는 컴퓨터가 한창 물이 오를 때 시뮬레이션의 형태로 나타났다. 뉴런의 작동방식을 어느 정도 파악한 과학자들은 그 심플하고 명쾌한 디지털적 작동방식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것이 자신들의 8비트 컴퓨터로 완벽하게 시뮬레이션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물론 그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통 속의 뇌’는 고작 세 개의 층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실제의 뇌가 움직이는 결과를 그럭저럭 따라하긴 했지만 수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결주의는 단지 정도의 문제였다. 8비트 컴퓨터는 세 개의 층만으로도 벅찼던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연결주의는 ‘딥 러닝’이라는 기계학습 시스템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으나, 딥 러닝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목표를 인간의 뇌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이미지 검색을 좀 더 정확하면서도 퍼지한 형태로 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연결주의는 fMRI의 모듈주의가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자 바로 몰락했다. 어쨌든 현재는 fMRI 덕분에, 모듈주의가 대세이다. 그러나 후두엽이 시각을 담당하거나 전두엽이 계획을 담당하는 등의 설명의 뒤엔 결국 ‘왜 그들은 그것을 담당하는가?’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명쾌한 설명은 후두엽은 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전두엽은 감각피질(후두엽같은) 로부터 들어오는 연결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운동피질 쪽으로 보내는 연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두엽이든 전두엽이든 그들의 내적 상태의 차이는 결국 단위뉴런의 연결성에 대한 차이이며, 숟가락으로 일정부분을 떠서 두 개를 비교해 본들 본질적 차이는 없다. 모듈은 단지 ‘연결’의 문제일 뿐이다. 신연결주의의 탄생이다.

커넥토믹스가 만약에 잘 된다면 아마 새로운 연결주의의 패러다임으로 당당히 우뚝 설 것이다. 모든 모듈은 뉴런의 연결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모듈주의가 설명하지 못했던 인간의 인지 기능들도 뉴런의 연결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종국엔 모듈주의를 완벽하게 침몰시키고 인간의 모든 면모를 단지 연결만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모듈주의는 필요가 없다.

4. 커넥토믹스가 넘어야 할 산과 가져다줄 미래

강연에서 세바스찬 승은 ‘나는 나의 커넥톰이다’라는 말을 했다. 훌륭한 정의다. 이정도까지 커다란 포부를 밝힌 과학자는 처음 본다. 정말 해 놓은 것은 쥐뿔도 없는데도 말이다.

엄청나게 거대한 산이 몇 개나 가로막고 있다. 조건 5, 6, 7, 이 정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미래는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온다면 레이 커즈와일의 미래이다. 기술은 언제나 지수적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모든 기술이 지수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지수적이라고 보이는 모든 기술은 언젠가 그 세가 꺾여서 수평에 점근한다. 어떤 기술은 그냥 선형으로 발전한다. 배터리 용량이나 자동차 속도 같은 기술이 그렇다. 조건 5~7 중에 하나만이라도 선형적인 기술 발전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커넥토믹스는 몇백, 몇천 년이나 걸리는 쓸모없는 과학 프로젝트 취급을 받으며 침몰할 것이다.

책에서 뉴런의 시냅스로 화학물질을 다음 뉴런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쩌면 화학물질이 시냅스가 아닌 근처의 뉴런으로 전달될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이 현상이 인지기능의 필요조건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책에는 별거 아닌 문제점인 것처럼 언급되어 있지만, 내가 볼 때 이 가능성은 커넥토믹스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데이터 더미와 씨름해서 결국 커넥토믹스를 다 이뤄낸 후에 시뮬레이션을 작동해 보니, 이 기작이 시뮬레이트되지 않아서 뭔가 멍청한 녀석이 방긋 웃으며 인사할 가능성도 있다. 완전히 헛고생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저자는 4R(Reweighting, Reconnection, Rewiring, Regeneration)에 대해 무척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인간이 시뮬레이트할 수 있는 수준은 헵의 법칙으로 일컬어지는 재가중 (Reweighting) 하나밖에 없다. 최근 연구의 추세를 트래킹하지 않아 잘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재연결이나 재배선, 재생성 등의 기작은 컴퓨터의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트 할 수준을 넘지 않나 심히 걱정이 된다. 이것들은 재가중에 비해 좀 더 실제 물리적 조건 (두 뉴런이 얼마나 가깝나)이 좀 더 들어맞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뇌를 시뮬레이트하는 일은 원자 하나하나를 시뮬레이트과 맞먹는 일이 된다. 이정도 되면 ‘나는 나의 커넥톰’이 아니다. 나는 단지 나의 물리적 뇌일 뿐이다.

이런 부정적 의견들이야 한낱 어느 독자의 오지랖 넓은 의견일 뿐이고, 연구자에게는 그들만의 매우 훌륭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TED 강연에서 이 거대한 장벽들에 대한 느낌을 세바스찬 승은 이렇게 표현했다. “Neuroscience is hopeless!” 물론 농담조로 웃으면서 한 말이고 자신감을 달리 표현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은 엄청나게 커다란 희망이 있다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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