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작업정리 — 01 boobblobs.com

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거리낌이 없는 편이라서 종종 작업 아이디어를 낼 때 성을 소재로 삼기도 해. boobblobs.com은 2016년 시적연산학교(SFPC)에 있을 때 최종 프로젝트로 제작했어. 여성의 서로 다른 가슴모양을 본뜬 21개의 interactive blob들이 boobblobs.com의 빨간 웹 창을 떠다니는데 접속한 사람들이 그것들을 마우스 커서로 만져볼 수 있는 작업이야. 말로 설명하면 별 느낌이 안 들지만 실제로 사이트에 접속해서 가슴모양 위에 커서를 올려보면 상당히 반응이 생동감 있어서 진짜 가슴을 만지는 것 마냥 부끄러운 느낌이 들게 만들어. 시적연산학교에서 Zach에게 blob*에 대해서 배운 날 친구들이랑 길을 걸어가면서 주변에 blob같은게 무엇이 있을까 얘기하다가 내가 무심코 ‘여자들의 가슴도 동글동글하고 출렁거리는 질감이니까 blob이겠다.’ 던진 얘기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

그림 1 ) blob의 움직임. 플러버처럼 흐물흐물해서 만지면 출렁거리는 성질의 모든 것을 넓게 지칭하는 듯 하다. (출처 : http://mgs.spatial-computing.org/ImageGallery/EXEMPLES/Blob/)

서로 다른 색의 세 개의 원을 겹쳐서 정면에서 본 듯한 가슴을 만들고 blob의 물리적인 속성을 적용하니까 가만히 두어도 출렁거리는 웹 가슴은 금방 완성이 되었는데, 만져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슴 blob의 가장자리에 마우스 커서를 가까이 하면 피하려고 하는 속성을 적용시켜봤어. 그렇게 하고 변수들을 잘 조정하면 마치 젤리를 출렁거리게 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거든. 다 만들고 나서 내가 직접 웹 가슴과 인터랙션을 하는데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모두에게 보여줬는데 다들 재밌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워서 껄껄 웃는 모습이 인상깊었어. 몇 가지 간단한 그래픽 요소와 물리 규칙이 적용된 것일 뿐인데 실제 우리가 가슴을 만지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의 부끄러움을 100%는 아니더라도 유의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로웠어. 그러면서 이 상황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성별과 연령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신기하고.

그림 2 ) one of the boobblobs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더 관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업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웹에 게시함과 동시에 더 완성도 있게 구성해보고 싶었고, 결국 이게 시적연산학교에서 나의 최종 프로젝트가 되었지. 어떻게 하면 이게 하나의 프로젝트로 완성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 가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 사실 내 가슴은 작은 편이라 내가 처음에 만들었던 크고 풍선같은 모양은 아니었기 때문에 내 가슴 모양이랑도 비슷한 모양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다보니 할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길쭉한 모양의 가슴도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꼭 젊고 크고 탱탱한 가슴만 blob으로 재현되는 건 너무 완벽한 몸매의 이미지만 반영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떤 가슴 모양이던지 웹 가슴으로 당당하게 boobblobs.com 페이지에 등장하는 걸 보고싶었어.

그림 3 ) 내 가슴은 평범데스

그래서 또 다른 여자 가슴 모양에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못난 표현으로 다양한 모양의 여성의 가슴에 별명을 붙이고 각각을 일러스트레이션화한 이미지(그림 4)를 찾게 되었어. 별명이라고 붙인게 가슴이 크면 수박, 납작하면 flapjack(영미권에서 식사대용 바 모양 스낵을 이르는 단어), 작으면 크랜베리 이런식으로 대부분 먹을것으로 대상화시켜 놓은 것이었어.

그림 4 ) 가슴 큰 여자는 왠지 더 성적인 얼굴로 작은 여자는 왠지 더 샌님같은 얼굴로 묘사했다.

나는 그 별명들이 얼마나 바보같은지 드러내면서 각 가슴의 모양이 그 자체로 명료하게 보여지고 움직이길 바랬어. 그래서 boobblobs.com 전면에는 그 별명으로만 만들어진 말도 안되는 시를 배치하고 단어를 클릭하면 그 단어에 매치된 가슴 blob만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구성으로 사이트를 제작했어.

그림 5 ) boobblobs.com 메인에 나오는 가슴 별명 단어로만 만들어낸 시

21개의 서로 다른 blob을 만들려니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고 물리엔진 프로그래밍 역시 처음이라 머리는 좀 아팠지만 만드는 과정도 전시 당일도 너무 재밌었어. 특히 전시 3일 동안 작업을 설명하려고 똑같은 말을 100번도 넘게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다 달랐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 남자들의 반응이 더 극단적으로 갈렸는데, 누군가는 자기는 가슴을 만지는 것에 익숙하다며 허세를 부리면서 당당하게 만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가슴이 나오자마자 뒤로가기를 누르고 자리를 떠나버리기도 했어.

그림 6 ) 별명이 자기도 마음에 안든다며 흥분하며 감상하던 언니 둘
그림 7 ) 혼자 보는 남자 관람객에게는 왠지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되는데…

boobblobs.com의 거의 모든 것이 웹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관람객들 각자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어. 그때 컴퓨터가 주는 가상성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앞으로도 내가 만드는 작업들은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을 자극하고 그들의 감정과 표현을 이끌어내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Center for Minimalistic Virtuality라는 혼자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게 되었고.

(boobblobs.com에서 뻗어가서 더 만들어 보고싶었던 것 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할지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