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학창시절 디아블로 2를 했던 사람이라면 조던링을 기억할 것이다. 디아블로 2 내부 공식화폐였던 금화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죽으면 감소되는 불편함으로 인해 플레이어들에게 외면받은 후 플레이어들은 조던링을 사용해서 아이템을 거래하거나 디아블로의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 이를테면,

‘스킨 오브 바이퍼마이자이 서펀트 스킨아머’는 조던링 5개, ‘윈드포스 하이드라 보우’는 조던링 20개 등 아이템들이 조던링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거래되었다.

하지만 해커들이 조던링을 복사할 수 있게되어 복사된 조던링이 시장에 풀리자 조던링의 가치가 폭락하게 되었다. 디지털 화폐가 자산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조던링처럼 해킹 한번에 자산이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이 거래수단으로 사용자들에게 인정받으려면 두가지 전제조건이 있는데, 1) 화폐의 발행이 안정되어야 하며, 2) 사용자들간의 거래가 투명하고 잔고의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보되어야 한다. 각각의 전제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 보도록 하자.

1) 화폐의 발행이 안정된다

비트코인의 총 개수는 2,100만개이다. 이 말은 이미 발행되어 사람들이 보유한 개수+비트코인이 들어 있는 저장장치가 파손되어 유실된 개수[1]+아직 발행되지 않은 개수가 총 2,100만개라는 뜻이다. 2018년 8월 23일 현재까지 총 1,700만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되었으며, 약 400만개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2] 발행 후 500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유실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유통량은 약 1,200만개인 셈이다.

비트코인은 개인도, 기관도, 정부도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컴퓨터)들이 발행한다고 하였는데, 비트코인을 발행하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른다. 채굴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설명하려면 암호학적인 내용을 얘기해야 되므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해보겠다.

A. 새로운 비트코인이 약 10분에 한 번씩 발행되는데, 발행되는 비트코인은 “암호”를 맞춘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주어진다.

B. “암호”란 랜덤하게 생성되는 입력값인데, 아무런 규칙이 없어서 “암호”를 맞추는 방법은 모든 숫자를 일일히 입력해야 한다(입력속도가 빠른 컴퓨터가 투입된다)

C. “암호”의 난이도는 10분에 한 번씩만 정답이 나오도록 설정되었는데, 작업에 투입된 컴퓨팅 파워에 맞추어 조정된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이 낮았던 초창기에는 개인용 PC로도 채굴을 할 수 있었으나, 가격이 비싸진 지금은 수많은 사용자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채굴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비싼 채굴기를 사용해도 채굴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비트메인에서 출시한 채굴기 S9(가격 200만원 이상)

D. 투입하는 컴퓨팅파워가 클수록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얻을 확률은 높지만, 채굴장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채굴장이 연합하여 채굴 후, 컴퓨팅파워에 비례하여 수익을 나누는 방식의 채굴풀을 운영한다

E. 채굴되는 양은 점점 줄어들어 2040년이 되면 채굴양이 0이되고, 2,100만개의 비트코인 채굴이 완료된다.

2) 사용자들간의 거래가 투명하고 조작이 불가능

우리가 익숙한 기존 은행시스템의 경우, 정부나 은행이 이용자간의 거래를 기록해준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중앙화된 조직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화폐인 만큼 거래의 기록 및 검증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하게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살펴보자

예시 — A, B, C 라는 사람 사이의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신빙성 있게 만드는 방법

이 거래를 장부에 기록하는데, 장부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똑 같은 장부를 가져서, 나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이 조작한다고 해도 조작할 수 없도록(다른 사람들이 가진 장부에 의해 반박될 것이기에) 하는 것이 비트코인의 원리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네트워크에서 채굴을 하던 컴퓨터들이 거래 기록을 검증(실제로 거래가 발생하였는지), 공짜로 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테니 소정의 검증비용 지급한다. 즉, 암호를 푸는 채굴기들은 거래를 검증하는 동시에, 확률적으로 암호를 맞추면 신규로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얻는다 (사실 “암호”는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복잡한 수학이므로 설명은 생략)

※ 앞에 나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노드(Node)를 설명하자면,

  • 개념: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컴퓨터를 지칭
  • 풀 노드(Full Node): 블록체인의 모든 이체내역을 저장한 노드. 일반적으로 POW의 채굴자들이 풀노드의 역할을 수행
  • 라이트 노드(Lightweight Node): 블록 헤더(거래 내역의 요약본)만 저장한 노드이며, 이체 내역의 검증만 가능. 거래의 무결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음
  • 마스터 노드(Master Node): 주로 지분증명방식에서 주로 등장하는 개념으로, 블록체인의 모든 이체내역을 저장하지만, 채굴기를 통한 채굴활동은 하지 않음

거래 내역 묶음들은(블록이라고 부른다) 네트워크에 전파되는데, 전파된 내역들은 이러한 내역들을 저장하는 풀 노드(모든 거래내역을 저장하는 컴퓨터이며, 채굴기는 풀 노드의 역할도 수행함)들이 저장한다. 블록체인의 특징 상 블록화 된 거래내역은 변경할 수 없으다. 또한 시간 순서대로 저장된 블록들이 사슬처럼 묶여있다고 하여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수 없이 많은 컴퓨터들이 동일한 기록을 저장하며, 새로운 기록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기 때문에, 하나의 서버가 셧다운되거나, 조작을 하거나, 해킹 당한다고 해도 네트워크가 마비되거나 이용자들의 자산이 변경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정리하면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들은 화폐로서 인정받기 위해 1) 화폐의 발행이 안정되어야 하며, 2) 사용자들간의 거래가 투명하고 조작이 불가능한 성질을 띄고 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의 세가지 특징인 1) 장부에 기록된 내용은 변경/삭제가 불가능하며, 2) 기록하기 전에 내용의 검증과정을 거치고, 3) 여러 사람이 장부를 복사하여 나눠 가진다는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편에서는, 비트코인의 단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백업을 통한 안전장치를 하면 저장장치가 유실되어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2] https://www.blockchain.com/en/charts/total-bitcoins?timespan=all